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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초록 Jul 05. 2022

불확실성의 세계

히메 몬스테라의 시간

  식물의 세계는 구름 속에 있다. 바람처럼 시간은 가고 어떤 모양을 만들어갈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지금 모습이 너무 어여쁘다 할지라도 붙잡아 둘 수도 없으며 매 순간 매초 변하고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존재도 몰랐던 곁눈에서 어느 날 갑자 톡 하고 눈이 터지며 살그머니 새순이 돋아나 원래 줄기보다 더 굵은 줄기가 되어 자라나는 히메 몬스테라처럼 말이다.

  식물을 처음 키운다면 입문용으로 몬스테라를 먼저 키우는데 잎이 크고 찢잎이 꽤 멋진 식물이다. 키우기도 쉬울뿐더러 이국적인 모습이 시원시원해 보이고 새잎도 주기적으로 잘 내어주기 때문에 쉽게 질리지 않는 식물이다. 몬스테라를 키워보면 몬스테라만의 순둥함에 반해 몬스테라 종류의 다른 식물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한다. 러다가 작은 찢잎들이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 나면서 길게 올라가며 벽을 채우는 히메 몬스테라를 발견하게 되면 나도 저렇게 키워보고 싶은 쉬 드는 것이다. 처음은 공중 샷이 이쁠정도의 아담한 사이즈의 히메 몬스테라를 만난다.

굵은 선을 가진 몬스테라 델리시오사와 여리여리한 선을 가진 히메몬스테라

  새잎이 날 때 돌돌 말린 연두색의 잎이 펴지려 할 때의 모습은 꼭 쥐고 있던 손을 펴는 듯하다. 찢잎 사이로 보이는 세상도 매력적이다. 초록과 초록 나머지의 비율이 환상적이라 감상의 기쁨이 배가 된다. 히메 몬스테라의 성장은 키우는 사람을 흐뭇하게 한다.

  새잎이 펴지는 동안에 줄기를 보면 이미 새잎을 통통하게 품고 있기에 심심할 틈이 없이 그다음 잎이 올라온다. 이제부터는 고정하는 게 고민이다. 수태봉을 했다가 1m짜리 투명 아크릴 봉을 주문해서 지지해주니  투명해서 그런지 그림자를 즐겨보기가 근사하다.

해가 사선으로 들어올 때 만들어지는 식물의 그림자는 놓칠 수 없는 순간의 그림이다

  길이가 천정을 찍고 난 다음은 통 새잎을 내지 못하였다. 자리를 힘들게 바꾸어주기도 하고 의자를 딛고 올라가 끝 잎을 들여다보며 소식을 묻기도 하였지만 오랫동안 새잎은 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컷팅을 해줬으면 되었을 텐데 난 미련하게도 그냥 기다리는 쪽을 택했던 거 같다. 성장의 기회가 막힌 히메 몬스테라는 성장의 힘을 곁눈으로 뿜어내기로 했던 거 같다. 끝촉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은 채 네 군데 곁눈들이 통통해지더니 새촉이 나왔다. 그제야 보니 마디마다 흰색의 곁눈들이 보였다. 이내 곁눈들은 동시에 본줄기만큼의 굵기로 자라나 새잎을 내주었다.

히메 몬스테라는 곧잘 다른 식물들과도 잘 어울린다

  지금은 곁눈에서 나온 가지들도 제법 자라더니 끝에서 더 자라지는 않는다. 집의 크기를 재는 센서가 잎 끝에 내장되어 있는가 보다. 대신에 또 곁가지들이 두세 개씩 나와서 자라고 있다.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이 갑자기 잘 안될 때 속상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렇게나 많은 곁눈들이 있으니 말이다. 어떤 곁눈에서 또 자라서 많은 잎들을 또 피워낼지 모를 일이다. 불확실성이 가득 찬 이 세계에서 길이란 처음부터 여러 갈래였고 동시성으로 진행되고 있고 나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히메만큼 폭풍성장하는 식물도 없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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