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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벌레 잠잠이 Aug 14. 2021

제목에 낚인 듯한 뒷맛

동화 <내 동생이 수상하다>를 읽고

  이 책을 읽은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자꾸 이 책이 맴맴 돈다. 책을 읽고 나서의 여운이 오래가는 책들이 있다. 감동 때문에, 공감을 해서, 나의 어느 한 시절을 기억하게 해서 등등…….  하지만 이 책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좀 불편한 것들 때문에 자꾸 생각난다. 그래서 감상평을 쓰는 것도 많이 망설였다.

 좋았던 것만을 쓰는 일은 오히려 쉽다. 벅찬 감상을 풀어내는 일은 후련한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다소 비판적인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감정적인 소모도 크다. 에너지도 필요하다. 그래도 책을 읽은 느낌을 솔직하게 써야 내 불편함도 의문도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내 동생이 수상하다」는 제목이 주는 느낌처럼 약간의 미스터리 한 분위기도 있다. 책도 술술 읽힌다. 주인공인 민영이는 '헐크'라는 별명답게 감정에 솔직하다. 그러니 나름대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행동으로 보여주니, 어린 독자 입장에서는 대리 만족의 재미도 있을 것이다. 전개도 자연스럽고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동생 민국이의 죽음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반전일 수도 있겠고 이야기의 절정 부분에 해당되는 지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민국이를 죽음으로까지 내몬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민영이에게 나타나 동생 민국이에게 '건담'을 선물해 주라던 백발마녀는 미래에서 온 민영이였기에, 더욱 아쉽다.  백발마녀는 민국이의 죽음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그저 과거 민영이 자신에게 "민국이를 따라가 보라"는 정도의 조언만 해주었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 백발마녀가 민국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미래에서부터 시간여행을 온 것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과거의 자신인 민영에게 동생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상황을 알렸어야 하지 않을까.


 반전을 위한 반전이자 이야기의 절정을 위해 민국이가 희생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백발마녀가 "미래를 알면 현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네 안에 있다는 걸 말이야."라는 대목은 공감하기 어려웠다.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변화의 시작이 '현재'인 나, 민영에게 있다면(당연한 이야기다.) 다른 행동을 취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원망도 커진다.

 재개발이 진행되는 마을에서 다 쓰러져가는 이웃집에 동생 민국이가 새끼 고양이를 돌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민영이는 야옹폰을 사주며 새끼 고양이와 교신할 수 있다는 거짓말을 한 것도 무책임하다. 5학년이니, 그럴 수도 있는 걸까? 그래도 그 집에 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동생에게도 얘기하고 할머니 하고라도 의논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민영이가 ‘입 냄새 킹콩’이라고 부르는 정재욱이 "아빠 없다"라고 놀린다고 하는데도 민영의 엄마는 무조건 "아비 없는 후레자식이란 소리 안 들으려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잘해야 한다고 엄마가 그랬어, 안 그랬어?"라며 매질을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요즘도 이렇게 매질을 하는 부모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가 없다"라고 놀리고 은혜를 괴롭히는 정재욱의 엄마가 학교에 와서 난리를 피워, 일방적으로 민영이만 가해자가 되는 상황은 참으로 전근대적이다.      


  요즈음 다양한 가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아이들도 어쩔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을 긍정할 수 있도록 책 속에 올곧은 어른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정재욱과 민영이가 둘이 같이 싸웠는데, 일방적으로 민영이만 잘못했으니 사과하라고 하는 상황. 학교폭력 문제에 민감해진 학교 분위기나 선생님, 아이들의 시선으로 볼 때도 공감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주인공 민영이가 '척'한다고 '척은혜'라 불리는 은혜가 자꾸 밟힌다. 어린 시절 엄마가 도망가서 할머니댁에 맡겨졌고 이제 아빠랑 살 수 있게 되어 버림받지 않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밥도 열심히 하는 은혜. 그렇게 착하게 살아도 재개발 때문에 세 들어 살던 민영이 집에서 나가게 되면 또 아빠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아이. 그런 은혜가 자신을 그토록 괴롭히던 정재욱에게 처음으로 휴지통 물벼락을 내리는 상황은 이 책에서 가장 후련한 장면이었다.


 고시원으로 가야 하는 아빠와 또 할머니 댁으로 가야 하는 은혜가 민영이네 집을 나서며 장조림이며 시금치나물 등 밑반찬을 준비해 놓고 가는 모습은 참 마음 아팠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 이런 마음 씀씀이의 은혜라면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겠지. 그래도 은혜가 마지막 가는 길에는 누군가가 해주는 따뜻한 밥과 정갈한 반찬이 있는 밥상을 받았더라면 더 좋았겠다.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게 하고 여러 논쟁거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자식을 키우는 엄마가 딸을 대하는 태도, 명백히 '언어폭력'도 폭력이라고 학교에서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언어폭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정재욱의 행동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점 등은 못내 걸린다. 또한 동생 민국이가 죽는 상황까지 가는 이야기라면 '내 동생이 수상하다'라는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다. 제목에 낚였다는 씁쓸한 기분까지 독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으니 말이다.



동화책은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는 생각으로 샀는데, 아이들은 이제 컸다고 동화를 읽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읽기 위해 구입한다. 책 사는 일에만 과감하게! 돈을 아끼지 않는 다.

책제목: 내 동생이 수상하다

작가: 성완

출판사: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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