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안데르센_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촛불을 켜면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명작 <성냥팔이 소녀> 재창작

by 책벌레 잠잠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다른 친구들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기다려. 빨간 코 루돌프가 끄는 멋진 썰매를 탄 산타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줄 커다란 선물 보따리를 메고 오시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날에는 하얀 눈이 펑펑 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지도 몰라. 눈이 내려야 루돌프 사슴이 썰매를 끌고 올 수 있을 테니 말이야.


하지만 난 크리스마스가 되면 <성냥팔이 소녀>를 읽어주시던 엄마를 기다려. 엄마는 눈 내리는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에 맨 발로 성냥을 팔던 아이가 추위를 녹이기 위해 성냥을 하나 켜면 “자, 불빛이여! 따뜻한 벽난로로 변해라! 얍!”하고 주문을 넣어주셨지. 그러면 추위에 오들오들 떨던 성냥팔이 소녀는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언 손을 호호 불며 녹이고 얼어붙은 맨 발도 녹이곤 했어.


성냥팔이 소녀가 두 번째 성냥을 켜서 칠면조 구이와 맛있는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있는 식탁 풍경을 보면 “자,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촛불을 켜야하는데, 성냥을 살 수 있을까?”하고 주문을 하셨지. 소녀는 아무 말 없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엄마는 성냥을 켜서 초에 불을 붙이셨어. 그리고는 “이제 소원 빌고 촛불 꺼야지.”하셨지.

우리는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고 함께 "후!" 하고 힘차게 촛불을 껐어. 그리고 성냥팔이 소녀에게도 자리를 만들어 주고 다같이 케이크를 먹는 상상을 했어.


성냥팔이 소녀가 마지막 성냥을 켜서 할머니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엄마는 밤하늘 어딘가를 가리키며 보이지 않는 별빛들이 성냥팔이 소녀와 할머니처럼 우리 가족도 지켜주기를, 빈다고 하셨지.

그런 엄마가 내가 여섯 살 때 할머니 댁에 나를 맡기고 금방 돌아온다고 하고는 아직도 안 오셔. 나는 지금 여덟 살이고 <성냥팔이 소녀>를 혼자서도 잘 읽는 나이가 되었지. 그래도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아. 엄마는 그 이야기의 결말이 슬픈 것만은 아니라고 하셨어. 하지만 나는 <성냥팔이 소녀>의 마지막 장면도 슬프고 크리스마스는 생각만해도 눈물이 날 것 같거든.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어린이집으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보따리를 들고 오셨지. 눈이 내리지 않아서 썰매를 끌지 못했는지 루롤프 사슴은 보이지 않았어.

산타할아버지는 친구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서 선물을 주셨어. 그리고 무슨 선물 갖고 싶은지 물었지. 친구들은 자기들이 갖고 싶었던 선물을 산타가 할아버지께서 주셨다며 엄청 좋아하는 거야.


“한설아”

드디어, 산타할아버지께서 내 이름을 부르셨어.

“설아는 무슨 선물 갖고 싶니?”

난 잠시 생각했어. 갖고 싶은 것이 많아서 지난번에 산타할아버지께 편지를 쓸 때는 다른 선물을 부탁했거든. 그런데 그동안 마음이 바뀐 거야. 다시 편지를 보냈는데, 보셨을까.

쭈뼛거리며 대답했어.


“눈꽃 케이크요.”

선물 보따리에서 선물을 꺼내려던 산타할아버지가 깜짝 놀라셨어. 하얀 눈썹에 덮여서 잘 보이지 않던 눈이 번쩍 뜬 것처럼 커지더라고.

“아, 눈꽃 케이크라?”

산타할아버지께서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 난 그 표정이 뭘 말하는지 알아. 우리 할머니도 뭔가 숨기고 싶거나 난처할 때 그런 얼굴이 되거든.


할 수 이 난 다시 말했어.

“<성냥팔이 소녀> 동화책이요.”

“그래, 설아는 안데르센 동화책을 받고 싶다고 했었지!”

갑자기 산타할아버지 얼굴이 환하게 피어나는 거야.

어린이집 선생님도 놀라며 말씀하셨지.

“와, 설아야, 책이 벌레보다 더 싫다고 하더니? 신기하네.”


이제 산타할아버지께 선물 받은 안데르센 동화책을 읽고 또 읽어서 외울 정도가 되었어. 그중에서 <성냥팔이 소녀>는 항상 빼놓고 읽었지만.


올해 방과 후 학교에서도 산타할아버지께 받고 싶은 선물을 편지로 쓰는 시간이 있었거든. 너무 솔직하면 할머니를 슬프게 하고, 그럼 나도 슬퍼진다는 걸 알아. 그래서 산타할아버지께 편지를 쓸 때 고민을 많이 했어. 난 할머니 말씀대로 "겨우 여덟 살 아이"이기도 하지만, “여덟 살씩이나 먹은 초등학생”이니까.


그래도 이번에는 “산타할아버지, 선물은 안 주셔도 되니까 엄마를 만날 수 있게 해 주세요. 딱 한번만이라도요.”라고 솔직하게 내 마음을 썼어.

그리고 지우개를 들고 망설이고 있긴 해.

'지울까, 그대로 보낼까.'


성냥팔이 소녀는 하늘나라에 가서라도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할머니를 만났으니 그래도 다행인 걸까?

크리스마스에 케이크에 촛불을 켜면 다시 소원을 빌 거야.

‘내 진짜 소원이 아무도 슬프지 않게 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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