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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벌레 잠잠이 Oct 08. 2021

육아에도 기술이 있을까?

<프랑스 아이처럼>을 읽고

  미국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파멜라 드러커맨이라는 저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결혼을 하고 육아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면서 쓴 책.


  프랑스에서 둥지를 틀고 살게 되면서 저자는 미국 아기들과 달리 프랑스 아기들은 레스토랑에서도 점잖게 앉아 아이용 코스요리를 즐기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 책을 쓰게 된 단초가 되는 풍경이다.


  흥미로운 것은 책의 말미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저자도 프랑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여유롭게 코스 요리를 아이들과 유유자적하며 즐기게 된 것이다.


  기적처럼 보였던 책의 첫 장면을 프랑스에 살면서 어느새 자신도 연출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는 지은이만큼이나 읽는 독자로서도 감격스러운 풍경이었다.




*생각나는 대로 저자가 포착한 프랑스 육아법을 정리해 보자면


1. 우는 아기에게 다가가 무조건 안아주거나 우유병을 물리지 않고 '잠깐 멈추기'를 한다는 것


; 아이에게 기다리는 법을 알려주는 효과도 있고 부모가 아이를 보며 무엇을 원하는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2. 아기가 태어난 지 6개월 무렵까지는 '밤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잠자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해주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아기가 밤 중에 자다 깨더라도 모유나 우유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 아기가 밤에 깨는 것은 배고파서 일 수도 있으나 그저 잠시 깼다가 다시 잠이 드는 경우도 있으므로 무조건 수유를 해서 수면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


3. 간식시간인 오후 4시 '구테'에만 간식을 준다.

; 프랑스 아이들은 미국 아이들에 비해 야채도 잘 먹고 식사 메뉴도 어른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특히 간식 시간 외에 과자를 먹는다거나 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한다고 한다.


그러니 간식 시간이나 식사 시간을 제대로 지켜 규칙적인 식습관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4. 가족이나 손님이 아이를 '왕'처럼 떠받들지 않는다는 점.

; 미국의 경우(어쩌면 우리나라도) 아이가 재롱을 부리거나 어떤 말을 하면 그것이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이라 해도 모두가 관심을 갖고 칭찬을 해대기 바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다소 무심한 편이라고.


  어른들 화제나 관심의 중심에 아이를 놓거나 우습지도 않은 말에 유머감각을 들먹이며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는단다. 세상의 중심은 아이가 아닌 모두이자 자기 자신인 것이므로.


5. 그렇기에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칭찬보다는 객관적인 상황을 인지시켜준다고 한다.


기자 출신인 저자의
관찰력과 통찰력
그리고
유머러스함이 기지를 발휘하는 책이다.




*인상적인 몇 구절을 정리해보자면


_아이가 제 일에 분주해 부모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데 끼어들고, 아이가 부모를 몹시 필요로 할 때는 옆에 있어주지 않을 때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99쪽)


_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98쪽)


_프랑스 부모처럼 참을성이라는 기술을 열심히 가르치지는 않는다.(100쪽@저자가 미국의 경우를 언급한 것인데 우리도 별반 다른 것 같지는 않다.)


_프랑스어 금언 '아이에게 좌절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103쪽)


_금지에는 언제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늘 금지의 이유를 말한다.(148쪽)


_프랑스 언론이 전업주부를 바라보는 시선. '전문적인 활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아이가 자라는 걸 온전히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고립과 고독이라는 불편함을 안겨줄 것이다.'(177쪽)


_프랑수아 돌토 '아이 스스로 헤매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혼자, 안전하게, 놔두라고 분명히 말한다.'


_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롭기!

"이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없다.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면서 말합니다."(185쪽)


_186쪽은 다시 읽어봐야지.


_마테르넬은 읽기는 가르치지 않지만 말하기를 확실하게 가르치기 때문.


_프랑스식 논리에 의하면 분명하게 말할 줄 아는 것은 곧 분명하게 사고할 줄 아는 것과 상통한다.(194쪽)


_"봉주르"라는 인사가 프랑스에서 얼마나 큰 마법을 선사하는지.(197쪽)


_두 번째 출산에서 쌍둥이를 낳은 저자가 병원에서 두 아기를 안고 다리 사이에 끼워 겨우 수유를 하고 재우고 나서야, 등장한 남편이 큰 아이를 돌보고 왔다고 하는 말 "여긴 평화롭네"(220쪽)


_"프랑스에선 모든 인간은 욕망을 가진 존재라는 기본적인 전제가 있어요. 그 욕망을 매우 오래 지속되며 결코 사라지지 않죠. 만약 욕망이 사라진다면, 그 사람은 몹시 우울하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뜻이에요."(234쪽)


_'어른의 시간'이 필요.(236쪽)


 _'김치'를 못 먹는 사람이 한국의 김치를 먹게 됐다는 일화도 등장(259쪽)


_잘못된 행동에 대해 소리를 지르기보다 '부릅뜬 눈'으로 분명하게 알려주기(285쪽)



 <프랑스 아이처럼>은 미국 엄마와 비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는 우리나라 부모들,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한다.


 프랑스 육아법이 다 맞는 것도 아닐 테고 미국이나 다른 나라보다 탁월한 것도 아닐 수 있다. 결국은 각자 개성과 기질이 다른 아이들을 키우면서 고민이 될 때 이런 책을 읽는 것은 현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모든 인간은 욕망을 가진 존재라는 기본 전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가 됐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아이 중심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으며 과도하게 화제나 유머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그리고 아이 혼자 스스로 헤매다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안전하게, 놔두라! 는 조언에 내게 특히 힘이 된다.

 나는 주변에서 자유방임형 부모라는 얘기를 종종 듣긴 하지만 그 덕분인지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독립성이 아이들에게는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그런데 선택의 자유 속에 행복감을 갖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는 마인드를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평가의 벽에 절망할 때 고민이 된다.

그때 좀 더 신경 쓰고 챙겼다면 좋았을 걸,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에 이러한 말과 책은 응원가처럼 느껴진다.

 

 또한 엄마도 완벽할 수는 없으니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것, 이라는 부분도 알고는 있지만 큰 위로가 된다.


 


책 제목: 프랑스 아이처럼

작가: 파멜라 드러커맨

출판: 북하이브

발매: 201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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