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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벌레 잠잠이 Sep 18. 2021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리는 것

김수영 시인의 '거미'

거 미
                                                         김수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한동안 내가 그토록 열렬히 좋아하던 김수영 시인도 잊고 지냈다.


 하고자 하는 일에 올인하고 있는가,

그 일을 1순위에 놓고 있는가,

아픈 질문이었다.


  이 시를 다시 읽게 해 준 샘은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리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올인해도 성장하기 위한 아픔과 직면하지 않고서는 그저 그런 작품밖에 쓰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때는 나도 내가 원하는 일을 1순위에 놓고

그 일에만 매진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지금은, 여기도 한발 저기도 한발.
빼지도 넣지도 않고

그렇게 엉거주춤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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