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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벌레 잠잠이 Sep 14. 2021

'교과서 믿지 마라!'는 말, 믿어도 될까?

<교과서를 믿지 마라>를 읽고

 제목이 선정적이라고?
하지만 내용은 차분한 어조로 냉철하게 핵심을 파고들고 있는 책!

  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때로 기억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엄마! 수학 시간에 분수를 또 배웠는데 모르겠어.
눈을 크게 뜨고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요."

  큰 아이는 체육시간 다음으로 수학을 시간을 기다린다고 할 정도로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
물론 요즘 초등맘들 사이에 기본으로 시킨다는 연산 공부를 따로 하지는 않았기에 어쩌면 다른 아이들보다 문제 푸는 속도는 빠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문제집을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푸는 것도 아니어서 실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선행을 하지 않고도 수업 시간에 설명을 듣고, 수학을 곧잘 하는 아이를 보며 나름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던 나의 소신 있는 교육관에 자부심을 가졌더랬다. 너무 문제집에 길들여지면 수업에도 수학에도 흥미를 잃게 마련. 자신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모르는 아이가 되는 것처럼 불행한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아이의 수학익힘책을 펼쳐본 것은 '분수가 너무 어렵다'는 얘기를 두 번째 듣고서 였다.
그리고 나도 놀라고 말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도 분수 개념이 나오고, 다양하게 분수를 이해했는가,를 묻는 문제들이 나와서 어렵다, 하긴 했다.


 그런데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들에게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알지 못하면 난해해 보일 수밖에 없는 분수 개념 문제들이 교과서에 버젓이 있는 게 아닌가.

예를 들면 이런 문제들.
- 4는 18의 몇 분의 몇 인가.
- 15는 18의 몇 분의 몇 인가.
- 16은 60의 몇 분의 몇 인가.
- 25는 35의 몇 분의 몇 인가.

 심화 문제도 아니고, 아주 기본적인 개념 문제들이 나오는 수학익힘책에 이런 문제가 분수를 익히자마자 바로 나온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결국에는 약분하는 방법까지 일러주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과연 1을 나누는 분수 개념도 아직도 낯설어하는 열 살 아이에게 이런 문제는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는 걸까.
답답하기도 했다.

 반 아이들도 대부분 분수 단원을 어려워했는지 선생님께서는 공부를 해오라는 숙제를 몇 차례 내주셨고
아이는 그때마다 문제집을 풀고서야 늦게 잠이 들었다.


 과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걸까.
많은 문제를 풀지 않고도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과목이 수학이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의문에 대해 <교과서를 믿지 마라!>는 시원하게 답을 해준다.
그렇다. 교과서가 문제라고!
얼마나 시원하고 통쾌하던지, 이 책을 잡았던 그날 흥에 겨워 두툼한 책을 한 번에 다 읽어버렸다.

물론 다른 교과서들도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발견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싹 빼고,
결과만을 나열해 새로운 개념과 단어, 내용을 익히기에 바쁘다.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초등 3학년 사회 과목에 나오는 '자연환경'이니'인문환경' 등도 그렇고
절기 별로 어떤 음식을 해 먹었는지, 어떤 놀이를 했는지가 주욱, 나오는 3단원을 보면 어지러울 지경이다.

초등 1학년은 어떨까?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때로부터 세월이 흘렀으니, 지금은 달라졌을까?)


 첫 아이가 수학이나 수리적인 부분에 관심이 있고 잘하는 반면,
둘째는 이 부분은 보통 수준.
그래서 첫 아이 때는 느끼지 못한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1=3이라는 덧셈식을 두 가지 방법으로 읽으라는 요구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읽겠는가?


정답은 이렇다.
첫째,  2 더하기 1은 3과 같습니다.
둘째, 2와 1의 합은 3입니다.

뺄셈식도 두 가지 방법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3-1=2는 3 빼기 1은 2와 같습니다, 와 3과 1의 차는 2입니다.

 이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1학년들에게는 중요하다.
아이들 모두 헷갈려하고 어려워하기 때문에 선생님은 다른 공책에 여러 가지 문제를 숙제를 내주신다.


물론 위와 비슷비슷한 문제들.
한자를 아직 배우지 않은 아이는 '합'과 '차'의 개념을 설명 듣고서도
고개를 갸웃갸웃.
결국 읽긴 읽는다.
어쩌면 외운 건지도 모르겠다.
수학이 암기 과목인가?

 이 책에서도 지적한다.
태생적으로 수를 좋아하고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수학을 싫어하게 만드는 교과서라고!
책에서 지적하는 문제는 바로 이것.
덧셈식을 뺼셈식으로 바꾸는 방법, 그것도 두 가지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뺄셈식은 덧셈식으로 바꿔야 한다.
이것도 1학년 아이들은 대부분 어려워하기 때문에 선생님은 공책에 새로운 문제들을 내주신다.
기계처럼 문제를 연습하는 아이를 보며,
이게 수학인 건가?
하는 고민을 했더랬다.
그런데, <교과서를 믿지 마라!> 나의 고민이 옳다! 고 지지를 보내준다.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런 점을 고민하고, 책을 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가슴이 뜨거워졌는지, 얼마나 고개를 끄덕이고, 얼마나 힘을 얻었는지 모른다.

 어려운 내용을 아이에게 가르쳐 주며, 이해 못하니 문제집을 풀라고 내밀며
나는 미안했다.
이렇게 해야 하는 걸까.
그러면서도 며칠 후면 또 생소해하는 아이를 보면 싫은 소리를 하기도 했다.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가 왜 이렇게 해야 하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은지,
호기심 많은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알기 위해 이 책 저 책 찾아볼 시간을 주기는커녕
왜 자꾸 꾸역꾸역 지식을 집어넣으려고 하는지.
학교 수업을 중심으로, 교과서를 중심으로! 를 외치고 있는 엄마가 너무 게으른 건지,
자책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교과서'가 문제라고!
누구에게나 어려우니 결과에는 연연하지 말라고.
이런 어려운 교과서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용기'를 주고
과정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우리 생활에서 관련된 활동을 찾아보고, 해보는 것이란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홉살에는 아홉 살의 인생이 있고,
열 살에게는 열 살의 인생이 있는데,
아이들의 인생을 학습으로만 채우고 있는 현실을 좀 가볍게, 즐겁게, 희망차게, 자유롭게 해 주었으면.
이런 바람이 자꾸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이에 대한 욕심이 다시 비집고 들어온다면,
필시 이 책을 읽을지어다!

갑자기 내 아이만 작아 보이는 초등맘들에게 강추!



필진: 초등교육과정 연구모임 저

출판사: 바다출판사

발매: 2012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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