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는 동화의 단편 형식이나 스타일, 분위기가 독특한 작품이 많아졌다. <내 이름은 백석>이 선보였던 시기에는 그렇지 않았기에 더욱 새롭게 다가왔더랬다.
<맘대로 천 원>도 발랄하면서도 묵직하다. 맘대로 돈을 한 번 써보고 싶은 어린 자매에게 엄마가 천 원씩을 준 것이다.
동생은 맘대로 천 원을 쓸 수 있어서 마냥 행복하다. 반면 언니도 평소 갖고 싶었던 고리 달린 샤프를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도라지를 한 소쿠리 까야 천 원 정도를 벌 수 있는 엄마가 떠올라서다.
동생이 먹는 이백 원짜리 알사탕을 사고 싶어도 참고 동생이 산 오백 원짜리 왕떡꼬치도 먹고 싶어도 꾹 참는다. 그리고 문구점에 고리 달린 샤프를 사러 갔는데, 1500원이란다. 맘대로 쓸 수 있는 천 원을 훌쩍 넘는 가격. 동생이 남은 돈 삼백 원을 보태준다 해도 살 수 없는 물건인 것이다.
깎아달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문구점을 나와서 여행 가듯 자매가 찾아간 고등학교. 그 앞에서 오백 원짜리 매운 떡꼬치를 한 개씩 먹는 자매의 모습은 선명하게 그려질 정도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엄청 매운 떡꼬치를 동생은 안 먹겠다고 하고 언니 역시 참을 수 없이 맵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다 먹고야 만다. 동생이 남긴 떡꼬치까지도.
맘대로 쓸 수 있는 돈 천 원을 맘대로 쓰지도 못하고 갖고 싶었던 샤프도 사지 못한 어린 언니의 마음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도 철없는 동생은 먹고 싶은 걸 사 먹으며 맘대로 천 원을 썼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이모부>는 좀 피로감이 몰려드는 작품. <엄마 없는 날>도 나는 그리 와닿지 않는다. 관념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
유은실 작가의 작품에는 유머가 반짝이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가 공감의 폭을 넓힌다. 한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는 어두운 분위기와 슬픔의 정조도 꽤 진하게 깔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