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노래방에서 듣는 노래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곧 그 노래들을 이야기해볼게요.
오늘은요,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별별DJ는 무척 게으른데요, 그래서 일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일하기 싫을 때 듣는 음악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저는 가끔 남몰래 춤을 춥니다. 해야 할 일이 밀려있을 때, 써야 하는 글의 마감기한이 다가올 때, 그런데도 일은 손에 안 잡히고 커피만 들이켤 때, 그때가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춤추기에 적절한 타이밍입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춤을 잘 추지 못합니다. 혼자서도 그냥 추려면 민망하기 때문에, 반드시 음악이 필요합니다. (일하기 싫어서) 춤추고 싶을 때 듣는 음악, 바로 ‘Us3'의 ‘Cantaloop(Flip Fantasia)’입니다.
Us3 ‘Cantaloop(Flip Fantasia)’
처음 이 음악을 알게 된 건 재즈밴드 동아리를 하던 동생 때문입니다. 옆에서 밤낮으로 재즈 음악을 듣는 통에 그때는 귀가 아플 정도였지만 덕분에 재즈 음악을 많이 듣게 됐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재즈는 흐느적거리고 늘어지는 음악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음악은 그런 편견을 보기 좋게 깨뜨려 버렸습니다. 재즈 음악이 힙합과 만나 더할 나위 없이 ‘펑키’한 느낌이에요. 사실 어스쓰리(Us3)는 재즈의 시대를 이끌었던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내놓은 최초의 힙합 그룹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www.vinylgourmet.com)
노래의 도입부는 “신사 숙녀 여러분, 아시다시피 오늘 버드랜드에서의 밤은 특별합니다. 블루노트 녹음을 진행합니다”란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이 목소리는 드러머 아트 블레이키(Art Blakey)가 1954년에 블루노트에서 발표한 라이브 앨범에 삽입됐던 목소리라고 해요. 덕분에 이 곡을 듣는 사람들은 옛날 목소리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대 블루노트의 전성기로 회귀하며 무대 위 밴드를 기다리는 청중이 되어 버립니다.
진한 재즈의 향기를 풍기면서도 본래 힙합 곡답게 이 곡의 메인 테마는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의 ‘Cantaloupe Island’를 샘플링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노래의 제목이 ‘Cantaloupe’가 아닌 ‘Cantaloop’일까요? 힙합 샘플링에서 몇 마디를 반복적으로 재생시키는 것을 ‘루프’라고 하는데, 어스쓰리는 원곡의 제목(Cantaloupe)에 루프(Loop)를 합성해 곡 제목을 ‘캔탈루프(Cantaloop)’라 지었습니다. 한마디로 언어유희로, 이들이 추구하는 즐거움을 한눈에 엿볼 수 있습니다.
TMI. 혹시 'Cantaloupe'가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찾아보니, 멜론의 한 종류라고 합니다. 색깔이 주황색이라 꼭 호박같이 생겼네요. 맛있어 보여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재즈를 배경으로 하고 랩과 드럼이 박력 있는 리듬감으로 치고 나오는데 중간에 ‘디비디비밥’, ‘예~’ 등의 목소리가 기습적, 반복적으로 박자를 맞춥니다. 아마도 절로 이 노래를 따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재즈와 힙합을 잘 몰라도, 속는 셈 치고 이 노래를 한번 들어보세요. 특히 무기력한 번아웃 상태일 때 들으면 좋답니다.
일해야 되는데... 걱정만 하지 말고 못 이기는 척 음악에 취해 보아요. 재즈의 분위기에 취하고 힙합에 취하고, 랩에 맞춰 입술이 달싹달싹 어깨는 들썩들썩, 한바탕 춤을 추고 기분 전환을 실컷 해봅니다.
어쩌면 영감이 떠오를지도 몰라요. 아니, 장담하건대 집 나간 영감이 다시 돌아올 겁니다. 이 노래, Cantaloop를 들으면 말이에요. 그러고 나서, 다시 즐겁게 일해 보는 거예요.
혹시 여러분들이 알고 계신 일하기 싫을 때 듣는 노래가 있나요? 있으면 혼자만 듣지 말고 저에게 가르쳐 주세요. 좋은 노래는 널리 널리 알려야 합니다~ 그렇죠? ^^
그럼 다음에 또 찾아올게요. 오늘도 별별라디오와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antaloop'가 실린 앨범 'Hand on the Torch' (이미지 출처: www.vinylgourm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