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경지의 일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책 '안목의 성장'

by 별별

안목이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자신만의 관점으로 예술의 경지에 오른 작가들은 물론이고, 주변에서도 안목이 높은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식물에 박학다식하여 갖가지 귀한 화분을 사시사철 가꾸는 고모, 재즈부터 클래식까지 온갖 음악의 역사와 뮤지션을 섭렵한 단골 펍 사장님, 자신이 설계한 집을 짓고 정원을 꾸민 선배, 패션 트렌드에 본인의 철학을 더해 옷을 입고 다니는 친구 등, 그들을 보면 어느 한 분야에 일가견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사람들처럼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고 싶었다. 안목을 기르고 싶다는 갈증이 들었다. 안목을 기르고 싶은 이유는 나만의 관점으로 스스로의 일을 다채롭게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증 난 내 마음을 훔쳐보기라도 하듯, 서점에서 우연히 눈에 띈 ‘안목의 성장’이라는 책의 제목은 사막 속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신선한 기쁨으로 다가왔다.



글쓴이는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분이었다. 그러나 그도 처음에는 국보, 보물을 보면서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답답하고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눈이 열리기 시작했는데 바로 ‘안목’을 틔운 것이다. 글쓴이의 말을 옮기자면 “내가 안목을 틔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그러한 눈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고 한다.


시대를 앞서간 한 디자이너와, 존경할 만한 골동품 수집가, 작지만 높은 경지의 풀꽃 갤러리 주인, 큰 그림을 그리며 뜻을 모았던 몇몇 고위 공무원, 대를 이은 일본의 사진사 부자, 무위자연을 실천하고 열반하신 스님, 그 외에도 책으로 깊이 가슴에 새긴 세종, 도연명, 김제두 등과 같은 거인들. 글쓴이는 이들과 교류하며 볼품없던 자신의 안목을 기르게 되었다고 차분히 이야기를 들려준다.


겸손하게 자신의 안목을 낮춰 이야기했지만 이 책을 보면 일상 속에서도 깨달음을 얻는 글쓴이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시절의 운행이 이와 같으니 변하지 않음이 없다. 그러나 그 변함을 들여다보면 실로 변하지 않음이 있다. 살아오면서 얻은 깨달음이란 가는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었다. 진실은 여기에 존재한다.” 책 속에 나오는 비 오는 날 절 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는 풍경처럼, 이런 구절을 읽으면 눈과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기르고 싶다면, 그래서 남다른 관점으로 자신만의 철학을 이루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책 한 권으로 어찌 다 욕심내랴마는, 이 책은 글쓴이가 말하는 ‘그러한 눈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 이었다. 안목의 성장은 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경지의 일을 성취할 수 있기에 더욱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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