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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Jun 16. 2019

군산의 꿈 따라, 새만금 무진기행


새만금은 본래 만경,김제평야와 같은 곡창지대를 새로이 만들어낸다는 의지로 시작한 간척사업이다. 지금은 거의 30년이 다 되어가도록 무수히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도 사업을 끝내지 못해 원래 사업의 의의를 잃어버리고 동북아허브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퇴조삼백리


군산을 여행하다가 이당미술관이란 곳에서 '퇴조삼백리'라는 글귀를 보았다. 찾아 보니, 옛 <정감록>에 나왔던 글이라고 한다. "고군산에 천년의 도읍이 되는 때가 퇴조(退潮) 300리" 즉 바닷물이 현재의 해안선에서 300리 밖으로 물러난 후라고 한다. 




미세먼지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라는 새만금방조제는 막막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폐유조선으로 물길을 막아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는 정주영회장의 무용담을 들으며, 예전엔 통통배타고 가야했다는 고군산군도를 통째로 이은 다리를 보며, 모든 게 이루어지고 모든 게 실현될 수 있다는 게 과연 좋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끝도 모를 방조제를 달리면서 하늘은 그렇게 물었다. 


꿈과 상상이 현실화된다는 게 좋기만 한 게 아닌 건 분명하다. 모든 게 양면성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모든 것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의지, 그 의지의 폭력성이 세월이 흐른 지금 초행길의 나그네인 나에겐 쓸쓸함으로 강타해왔다. 



군산의 꿈


퇴조삼백리를 꿈꾸는 군산의 꿈이 실현되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천년의 도읍 서울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일까?) 나는 군산이 그 자체로 옛 근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참 좋다. 특히 내 고향 마산이랑은 다르게, 근대 유적을 허물지 않고 보존하며 그것을 가꾸어 가는 곳이란 점에서 더욱 군산은 배울 점이 있는 도시라고 생각했다. (마산은 일찍이 공업화되어 개발이 빨랐다.)


차분한 공기와 움직이지 않는 바닷물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풍경에 이르기까지 아웅다웅 목소리를 드높인 인간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심지어 자연을 보존하려는 사람들 조차도, 그것을 보존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ㅡ 인간은 자연 앞에서 절대 겸손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게 만든다.




퇴조삼백리, 그것이 과연 새만금을 뜻하는 것일까? 에서 시작한 나그네의 단상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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