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별 Dec 03. 2016

아직, 있다. 평범한 사람. 걸어가자.

루시드 폴이 보내는 위로와 용기

안녕하세요, 별별DJ입니다.


오늘도 촛불집회는 어느새 7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머나먼 이국 땅에서 광화문을 향한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저녁 8시가 다 되었을 텐데, 이곳은 지금 오후 4시 50분이네요. 한국과는 시차가 3시간 정도 납니다.


이럴 때 위로받는 건 루시드폴의 음악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연히 1년 전 올린 그의 음악을 확인하다가, 그때 썼던 글이 지금 이 순간과 어울려서 다시 한번 생각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이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국정 교과서 때문에 나라가 들끓고 있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답답하긴 하나... 한편으론 그때와 다르게 오늘은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에 용기를 얻습니다.




요즘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나날들입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가득찬 느낌입니다.
괴리로 가득찼다니... 웃기죠?
하지만 정말입니다.
그 간극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빈약한' 말과 행동이 넘쳐납니다.

개인과 사회는 언제부턴가 대립 또는 대치되는 구조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는 개인을 구속하고 개인은 사회에 저항합니다.
사회의 대표적인 형태가 '국가'라고들 하죠.
이 국가가 개인 위에 군림하려는 모습을 봅니다.


국가라 함은, 정부라 함은,

한 나라의 대통령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의 탈을 쓴 한 개인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우리 모두를 둘러싸고 있는 그물같은 구조,
즉 국가를 이루는 절차와 형식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절차와 형식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_

현재의 모습은 개인이 국가와 대립하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사실 개인은 곧 사회입니다.
개인은 사회의 구성원이자 시발점이고
개인은 사회를 이루어내는 원천적인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와 대립할 것이 아니라 국가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비록 우리는 절대적 규모의 면에서
국가에 비할 바 없는 왜소함을 느끼곤 하나,
우리는 다수로서의 개인을 항상 떠올려야 합니다.


비록 우리는 일상 속 생계에 파묻혀
감히 담론을 비판하는 여유가 없어보이지만,
우리는 비판적인 시각이 하나둘 모였을 때

그것을 두려워할 존재가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비록 우리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행위를 사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나,
우리는 그 행동이 야기할 상상도 못할 거대한 나비효과를 떠올려야 합니다.


-

우리는 평범한 개개인일 뿐이지만
사회는 그 평범한 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결국 그 사회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평범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거창한 논리와 당위성이 없어도 평범한 상식과 논리를 따르는
때론 평범한 감정적 동조에 휩쓸리곤 하는 그런 평범한 사회.


국가와 사회를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이며
우리는 좀 더 책임감있게 사회를 구성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비판적인 시각과 행동으로 무장함으로써
우리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마지막 희망이라면 희망입니다.


+

마지막 희망을 되새기며,

오늘은 용산참사를 기리며 만든 노래,
루시드폴의 '평범한 사람'을 띄워드립니다.

늦은 밤, 별별DJ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으나
이 곡처럼 차분하게 잊지 말아야할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는
고요한 밤 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5. NOV. 2015


평범한 사람

오르고 또 올라가면
모두들 얘기하는 것처럼
정말 행복한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네
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
어둠을 죽이던 불빛
자꾸만 나를 오르게 했네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너무나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드리고픈 노래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루시드폴, 이 뮤지션은 굉장히 담담한 목소리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일들에 대해 노래하고 있죠.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노래합니다. 얼마전 세월호 2주기에 이 노래가 널리 울려퍼졌는데 기억하시나요? 뮤직비디오도 좋았지만 한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과 함께 만든 영상이 가슴을 울립니다.


아직, 있다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교실에 있을까

따뜻한 집으로
나 대신 돌아가줘
돌아가는 길에
하늘만 한 번 봐줘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
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꽃들이 피던 날
난 지고 있었지만
꽃은 지고 사라져도
나는 아직 있어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
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오늘의 마지막 곡입니다.


얼마 전, JTBC의 뉴스브리핑 엔딩곡으로 나왔던 곡이기도 하죠. 제이레빗이 부른 '걸어가자'라는 곡입니다. 이역시 루시드폴의 노래가 원곡입니다. (루시드폴의 '걸어가자')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을 분명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우리 함께 "걸어가자"고요.


걸어가자

걸어가자 처음 약속한
나를 데리고 가자
서두르지 말고 이렇게
나를 데리고 가자

걸어가자 모두 버려도
나를 데리고 가자
후회없이 다시 이렇게
나를 데리고 가자

세상이 어두워질 때
기억조차 없을 때
두려움에 떨릴 때
눈물이 날 부를 때
누구 하나 보이지 않을 때
내 심장 소리 하나따라
걸어가자 걸어가자

걸어가자 처음 약속한
나를 데리고 가자
서두르지 말고 이렇게
나를 데리고 가자

세상이 어두워질 때
기억조차 없을 때
두려움에 떨릴 때
눈물이 날 부를 때
누구 하나 보이지 않을 때
내 심장 소리 하나따라
걸어가자 걸어가자

걸어가자 걸어가자
걸어가자 걸어가자




루시드폴이 보내는 위로와 용기


오늘 소개해 드린 세 곡 중, '평범한 사람' 그리고 '걸어가자' 이 두 곡은 루시드폴의 4집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2009년에 나온 그의 4집 앨범 '레미제라블'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앨범이구요. 온통 어두운 세상 속에서 헤쳐나가야 하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을 노래하고 있죠. 꼭 한번 찾아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루시드폴 공식 홈페이지)


일상의 켜켜이 절망으로 가득찰 뻔한 순간에서 그의 노래는 희망으로 살그머니 우리 마음속 공허함을 채워줍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과 함께 시위에 함께하지 못한다고 좌절하는 별별DJ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마음을 지키는 심정으로, 노래를 듣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날이 저물고 용기는 더해집니다.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평범한 사람들,
마음 속에 존재하는 기억해야만 하는 사람들과 함께.


별별라디오에서는 사연을 받습니다. 또는 신청곡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또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남겨주세요. www.facebook.com/radio1101 기다리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같은 계절엔, 캐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