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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Jul 03. 2024

비 오는 날엔 쪽파전

우당탕탕 집밥 일기

알고 보니 쪽파


얼마 전 망원시장에서 쪽파 한 단을 샀다. 2천 원이라길래, 그걸 들고 지하철 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평소에 장바구니를 들고 다녀서 이날도 참 요긴하게 썼다.


어느 레시피를 보니까 쌀 위에 잔뜩 쪽파를 올려 솥밥을 만들었더라. 그게 생각나서 산 거였는데, 음, 자세히 들여다보니 쪽파가 생각보다 많이 자라 있었다. 거의 대파 수준이랄까. 왜 이렇게 '쪽파'가 크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얼핏 흘려본 레시피에 올라온 그건 쪽파가 아니었던 것 같다. 실파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쪽파랑 실파는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비율파괴 쪽파 전


이놈의 쪽파로 그럼 어떻게 뭘 해 먹지? 딱히 고민하진 않았다. 왜냐면 비가 온 날이었으니까. 이런 날엔 파전이다. 시장에서 파는 해물파전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집에 해물이 없으므로~ 간단하게 쪽파 전을 해보기로 했다.


제일 쉬워 보이는 레시피를 찾았다. (아래 링크 참고)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레시피를 한 번만 보고 다시 보진 않았나 보다. 양파도 있는데 안 넣고, 청양고추는 없어서 안 넣고. 핸드폰으로 매번 보면서 하기 힘들다 보니 레시피를 꼭 일부 발췌하여 참고하게 된다. 종이 레시피 노트를 하나 만들어볼까 진지하게 고민 중.



여기서 중요한 건 밀가루와 부침가루와 물 반죽인데... 각 1:1:1 비율만 나와 있지 그 양은 알 수가 없어 눈대중으로 넣어봐야 했다. 밀가루 반죽이 많은 게 싫어서 최대한 조금 넣으려고 처음엔 그 양을 50ml짜리 스푼컵으로 한 컵 씩 넣었다. 그런데 이거 원 쪽파들 사이로 반죽이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추가로 25ml씩 더 넣어주었는데, 나중에 부침개를 만들어 보면서 급하게 물을 더 첨가했다. 결국 그 양은 밀가루 75ml, 부침가루 75ml, 물 150ml 정도 됐던 것 같다. 응급처치였지만 물을 막 넣으면서 비율이 의미가 없어졌고, 결론은 오늘도 레시피 파괴......


처음엔 강불에 익혔다가 나중엔 약불로 천천히 구웠다. 몇 분을 구웠는지 모르겠지만 앞뒤로 한 10분씩은 구웠던 것 같다. 내 고질병인 '기름 조금만 넣기'병이 조금씩 치유되고 있다. 이번엔 기름을 넉넉히 둘렀다. 파만 넣고 부재료가 없어 과연 맛있을까 의구심이 가득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맛있는 냄새로 솔솔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워낙 밀가루반죽이 적어 한번 뒤집을 때 찢어지긴 했지만 꾹꾹 누르고 반죽물로 이어 붙이고 하니, 어째 저째 부침개의 틀을 갖추어 갔다. 기름 냄새 좋다~ 오호라 부침 전은 기승전기름이구나!

 


과자 가게에서 산 볶음면


한편, 한 끼에 요리 한 개만 해도 바빠 죽겠다는 나는 쪽파 전 말고는 뭘 해 먹어야 할지 몰랐다. 그냥 밥을 하려고 했는데, 아침에 신랑이 주문한 게 있었다. 지난번 과자 가게에서 산 인스턴트 일본식 볶음면... 비가 오니까 왠지 그걸 먹고 싶다는 것이다.


과자 아니고 제대로 된 상품이긴 할까? 논현역 어느 세계과자전문점에서 샀다는 게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였지만, 윤기가 좌르르 도는 볶음면 그림은 이상하게도 꽤 맛있어 보였다. 그러니까 충동구매했지. 앞면에는 알 수 없는 일본어가 쓰여 있어서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다행스러운 건 뒷면에 한국어로 레시피 설명 스티커가 붙어 있어 그대로 따라하면 문제없을 것 같았다.

근데 한국어로 레시피가 있으면 뭐해... 새우, 오징어, 각종 야채를 넣어 볶으라고 했다. 하지만 파전에 넣을 해물도 없었으므로~ 해물 패스, 각종 야채로 할 만한 게... 없다. 근데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건 바로 콩나물! 원래 쫄면에 넣으려고 남겨둔 거였는데 쫄면을 안 사서 계속 냉장고에 쳐박혀 있던 거였다. 아니 왜~ 숙주볶음면 그런 거 있지 않나. 그런 류의 볶음 면을 해보고 싶어 내 머릿속엔 숙주볶음면을 떠올리며 콩나물을 넣었다. 


기름을 두르고 콩나물을 볶아 볶아~ 살짝 투명해질 때쯤, 면을 넣었다. 생면이라서 곧바로 투하했는데, 의외로 잘 안 떨어진다는 문제... 결국 면을 떼어내느라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콩나물이 질겨질 때까지 익히고 말았다. 콩나물 때문에 살짝 진땀이 났지만 그 외에는 수프를 뿌리는 간단한 조리법이라 그나마 무사히 볶음면을 완성할 수 있었다.



달디달디달디달디단 초간장


한편, 초간장은 내 맘대로 양조간장 1T, 식초 1T을 넣었다가 짜고 시고 난리가 나서 물을 1T만큼 더 넣었다. 그래도 뭔가 이상해... 신맛을 잡기 위해 어디서 설탕을 넣으면 된다고 해서 스테비아를 넣어 보려 했는데, 그만 양조절을 잘못해서 와륵 부어버렸다. 기겁하던 찰나, 스테비아 설탕은 다소곳이 녹지 않고 가만히, 초간장 사이에 건더기째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감사했다. 그 덕에 다른 종지에 초간장만 따라내고 녹지 않은 과다 설탕을 분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또 진땀 추가...





신랑) 이건 뭐예요? 응? 콩나물?
나) 괜찮아요 안 죽어 먹어봐요.
신랑) 오 생각보다 괜찮네?
나) 근데 좀 질기다. 다음엔 숙주 사서 해물 넣고 해 줄게요.



신랑) 전 맛있네.
나) 먹을 만해요? 간을 안 해서 싱거울 수도 있으니까 초간장 찍어 먹어요.
신랑) 안 싱거운데? 맛있다.
나) 다행이다.ㅎㅎ

나) 근데 이거 얼마 짜리 부침개인 줄 알아요?
신랑) 그때 우리 쪽파 2천원 주고 샀죠?
나) 응. 그거 반 단 썼으니까 1천원, 그리고 계란이랑 밀가루 이것저것 다 해도 2천원도 안 될 걸요? 아참, 한번 더 먹을 거 있으니까 1천5백원 합시다!
신랑) 잘 했네~ ^^


2024.07.02. 점심 - 쪽파전과 콩나물볶음면

아무튼 오늘도 우당탕탕 집밥(?)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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