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별 Jul 10. 2024

낮에 햄버거 먹었을 때, 저녁에 감자짜글이

우당탕탕 집밥 일기


뭐 먹지? 햄버거!


어제는 햄버거를 먹었다.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햄버거 같은 좋아하는 사람"인데, 어제는 낮에 시간이 없어서, 그런 핑계로, 번뜩 머릿속 GPS가 동네 맥도날드에 꽂혔다. 사실 가깝진 않은 거리여서 한 30분 정도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 정도면 차라리 밥을 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낮에 밥 할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먹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갑자기 선택장애가 몰려올 때, 좋은 피신처는 패스트푸드인 것 같다. '햄버거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자 '뭐 먹지 뭐 먹지 뭐 먹지'로 어지럽게 들끓던 마음이 갑자기 평온해졌다.


오랜만에 맥도날드에 가니, 맥런치라는 게 있었다. (옛날에도 있었나?) 평소에는 세트 같은 건 상상도 못 했지만 맥런치는 가격도 괜찮은 것 같고 이상하게 어제는 프렌치프라이까지 다 먹고 싶었다. 콜라는 그래도 양심 상 패쓰... 커피로 바꾸자. 예전에 먹어봤는데 1955 버거가 엄청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1955 버거 세트가 있길래 주저 없이 7100원(커피 변경 100원 추가)을 결제했다.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도 없는데, 그렇게 한 세트를 마무리하고 그날 오후를 배부르게 버틸 수 있었다.  




문제는 저녁이야!


배가 다 꺼지기도 전에 부리나케 저녁이 돌아왔다. 아쉽다. 아직도 내 배에선 양상추가 헤엄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 진짜 고민이다. 밥 뭐 먹지? 점심을 그렇게 햄버거를 먹어서 저녁에는 좀 영양가 있는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요리다운 요리를 하자. "그래, 할 수 있어!" (여기서 배경화면은 이휘재... 이거 아는 사람 최소 아재, 아줌마.ㅎ)


바닥까지 쩍쩍 달라붙는 장마철 날씨에 몸도 마음도 축축 처진다. 이럴 땐 좀 양념이 진하고 얼큰한 걸 만들어 보자.

일단, 오늘은 감자가 무지 당기는 것 같다. 아까 프렌치프라이부터 시작해서 오늘은 감자를 부수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에 감자~ 너 나와~~!!!



감자요리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무수한 요리들... 하지만 백종원 레시피만큼 쉬운 게 없다. 우연히 알게 된 감자짜글이. 너무 딱인 것 같았다. 하지만 백종원 레시피대로 하자니 우리집에선 키우지 않는 스팸을 넣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낮에 햄버거를 먹었기 때문에 스팸은 패쓰... 감자 고추장찌개도 맛있을 것 같은데 이걸 해볼까??



<감자 짜글이 레시피>


1. 재료 준비 - 감자 4개, 양파 1/2개 깍둑썰기 (참치, 토마토 생략) + 느타리버섯 한 줌

2. 양념 준비 - 고춧가루 1T, 고추장 1T, 된장 1T, 다진 마늘 1T, 간장 2T (액젓 대신 간장 더 넣음, 청양고추 생략)

3. 끓이기 - 1번 재료와 2번 양념을 모두 넣고 물을 충분히 붓고 20분 정도 끓인다. (10분은 너무 짧음, 감자가 안 익어서 뚜껑 닫고 더 끓임)

4. 끝.



요리다운 감자요리


사실 감자고추장찌개를 의도했지만 어쩌다 보니 감자짜글이가 되었다. 생각보다 오래 끓여야 해서 국물이 많이 없는 고추장 감자조림이라고 해도 믿겠다. 그래도 냄새는 아주 훌륭한걸! 오늘 햄버거를 먹은 죄책감을 덜고 초보 요리사로 거듭나는 느낌이 마구마구 든다.


무엇보다 감자로 웨지감자 또는 삶은 감자가 아닌 요리다운 감자요리를 해냈다는 것이다. (프렌치프라이 저리 가랏!) 이렇게 요리다운 요리를 한 날에는 남편한테 자랑하고 싶은데~ 남편은 사실 요리에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좀 세뇌 또는 주입이 필요하다. 엄청 쉬운 요리를 엄청 어렵게 했다고 생색을 내야만 한다.


지난번 만든 오이냉국... 끝물이지만 오늘 감자 짜글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오늘 저녁 밥상은 건강식으로 차린 것 같아 뿌듯하다.


나) 남편~ 맛있죠? 버섯도 부지런히 먹어야 해요.
신랑) 네 ㅎㅎㅎ
나) 남편~ 잘 먹는데 더 줘요? 냄비에 더 있어요.
신랑) 어 더 있어요? 그럼 쪼금만 더 줄래요?
나) 오예~~


백만 년 만에 남편이 더 먹겠다고 한 감자짜글이, 오늘도 집밥 대략 성공~!









매거진의 이전글 날씨가 꿀꿀할 땐 오징어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