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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Jul 18. 2024

국물이 땡길 땐 어묵탕

우당탕탕 집밥 일기


초보 주부의 목표


솔직히 말하면, 나, 초보 주부에겐 단 하나의 목표가 있다. 거창한 요리를 하는 건 언감생심이요~ 그저 식재료를 버리지 않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다. 이상하게 냉장고에서는 재료가 남아난다. 뭐 많이 사는 것도 아니고 음식을 살 땐 금방이라도 먹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외식을 하기도 하고 분식을 먹기도 하고 피자를 시켜 먹기도 한다. 그렇게 요리를 한 끼 두 끼 거를라치면, 어느새 파는 시들어 있고 마늘은 움푹움푹 파여 있다. 냉장고를 열면, 하루하루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재료가 있는지 확인하기 바쁘다.  


지난주엔 어묵이 그랬다. 떡볶이를 할 거라고 어묵을 1+1 묶음으로 사놓고, 떡볶이를 하기 전에 어묵 반찬 하나 만들어놓았다. 그러고 나서 어느새 잊어버렸나 보다, 어묵의 존재를. 그러다가 어느 날 봉지를 발견한 것이다. 이미 유통기한이 지나있는, 아니, 그러고 보니 이건 유통기한도 아니고 '소비기한'이네? 대략 큰일이네 이거?


유통기한이 지나도 그냥 먹던 버릇을 못 고치고, 소비기한임에도... 그냥 먹고 싶은 유혹이 마구마구 차올랐다. 다행히 방부제가 적절히 양껏 들어간 모양인지, 전혀 상한 낌새를 느낄 수 없었다는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살짝 데쳐서 맛을 보았는데 나는 깨꼬닥 하고 죽지 않았다. 자, 이제 완전범죄 요리를 하자. 신랑은 모르게...



어묵의 운명


마침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된 날, 세찬 빗줄기로 사방팔방이 난리다. 이렇게 무서운 날씨에는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다. 국물이 땡기는 날, 어묵탕이 어떤가. 그러고 보니 냉장고에서 푹 익은 어묵들은 오늘의 구세주가 될 운명이었나 보다.

 

<일단 참고한 레시피>


 <나의 어묵탕 레시피>

1. 재료 준비 - 사각어묵 6장 데쳐서, 무 1/5 얇게 나박 썰기, 양파 1/4 세로 썰기, 파 조금 (대파가 없어서 쪽파를 넣음.), 청양고추 조금 (칼칼한 국물 내고 싶을 때)

2. 국물 준비 - 약 600ml 물에 멸치육수코인 1개, 맛술 1T, 국간장 1T 넣기, 무 먼저 넣고 익히기

3. 야채 육수 내기 - 2번 국물에 양파와 파 넣고 끓이기

4. 어묵꼬치 준비 (생략 가능) - 먼저 세로로 3 등분해서 접고, 다시 가로로 아코디언처럼 접어서 꼬치에 끼우기

5. 어묵탕 완성 - 3번 국물에 3번 어묵꼬치 넣고 부르르 끓면 청양고추 넣고 후추 살짝 뿌려서 끝!



주관적인 맛 평가


우선 국을 끓일 땐 무, 양파, 파가 있으면 무슨 재료든지 간에 맛있는 국물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멸치 원물은 없었지만 코인육수가 있어 오늘도 국물 흉내는 냈다. 무가 끝동이라 초록색 부분은 약간 달달한 맛이 났고 (설탕은 일절 넣지 않았는데도) 양파가 더해져 꽤나 달콤한 어묵탕이 된 것 같았다. 거기에 청양고추 조금 넣으니 칼칼한 맛도 나는 게 딱 기대하던 어묵탕 맛이다.


게다가, 집에 굴러다니던 꼬치를 드디어 한번 써먹어 보게 되었던 것도 뜻깊다. 어묵을 꼬치를 만들어 넣어주니, 따로 데코레이션이 필요 없었다. 무심한 듯 툭, 어묵 꼬치 한 방으로 오늘의 요리 완성! 비주얼이 좋으니 맛도 좋게 느껴졌다. 물론... 소비기한을 넘긴 완전범죄 요리도 성공인 것 같았다?



남편) 우와 이게 뭐예요? 어묵탕?
나) 어때요? 맛있는 것 같은데 맛있죠?
남편) 오, 맛있다. 
나) 근데 남편~ 고백할 게 있는데요. 사실... 이 어묵이 유통기한, 아니 소비기한이 지난 거예요.
남편) 오잉? 하나도 안 이상한데?
나) 그니깐요. 먹고 배탈 나면 말해요. 
남편) 아, 갑자기 배가 아픈 것 같기도...ㅎㅎㅎ


오늘의 교훈! 식재료는 빨리빨리 소비하자. 소비기한을 넘기지 말자.

미안해요 남편~ 초보 아내는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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