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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Jul 19. 2024

친구집 갈 땐 토마토 마리네이드

우당탕탕 요리 일기


엄마인 내 친구


나는 결혼을 늦게 한 편이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한 유부녀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벌써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이도 있다. 아이가 있으면 우리들끼리 만나기 어려운 건 당연지사. 친구 어머님이 올라오시거나 친구 남편이 아이를 봐주거나 해서 아이를 맡길 수 있을 때, 어렵게 약속을 잡아 가끔씩 친구들 얼굴을 보곤 했다.


- 다음 주에 우리 집 올래?


어느 날은 친구가 집에 오지 않겠느냐고 물어봤다. 또 어머님이 아이를 봐주시는 건가 해서 반가운 마음이었는데, 알고 보니 아이를 봐줄 사람은 없다고 한다. 아이를 함께 데리고 본 적은 없었는데, 왜 그렇게 물어봤는지는 대략 짐작이 갔다. 내가 요즘 SNS에 울적한 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고, 그걸 보고 친구가 마음이 쓰인 것이다. 애 키우느라 힘들 텐데, 도리어 내 걱정까지 하게 해서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네가 괜찮으면 나는 너무 좋지. 내가 애 봐줄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랑 같이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났다. 하지만 친구는 애가 있어서 미안하다며, 애는 안 봐줘도 된다고 그랬다. '어머? 내가 얼마나 아이를 잘 보는데~ 이 친구가 뭘 모르는 군!' 오랜만에 친구가 육아에서 잠시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랐다. 아이랑 함께하는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친구가 날 걱정해서 집에 초대해 주는 마음씀씀이가 너무 고마웠다.



고마움 표현하기


이 친구는 벌써 결혼 10년 차가 다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뒤늦게 가지게 된 편. 내가 결혼할 때 정말로 많은 축하를 해줬다. 요리에 문외한인 내가 요리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많은 걱정을 하고 또 응원을 해주는 친구다. 가끔씩 뜬금없이 요리 레시피 링크를 보내주는데, 하나같이 간편하고 맛있는 것들이었다. 평소에 고마움을 많이 느껴 나도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마침 무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토마토가 생각났다. 얼마 전에 무농약 방울토마토를 사둔 게 있는데 그걸로 샐러드를 만들면 어떨까 했다. 동글동글 토마토 마리네이드는 냉장고에 저장해 두고 여러 가지로 먹을 수 있으니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참고 레시피>


<나의 토마토 마리네이드 레시피>

1. 재료 준비 - 방울토마토 약 50개, 양파 1/2개(다지기)

** 드레싱 재료 - 올리브오일 3T, 간장 1T(발사믹 식초 대체), 올리고당 2T, 레몬즙 3T, 파슬리가루, 후춧가루

2. 토마토 데치기 - 데치기 전, 방울토마토 꼭지 부분을 (제수용 과일처럼) 끝부분만 잘라내면 나중에 쉽게 껍질을 벗길 수 있다.

3. 드레싱 만들기 - 양파 다진 것과 드레싱 양념을 모두 섞는다.

4. 숙성하기 - 2번 데쳐서 껍질 벗긴 토마토에 3번 드레싱을 넣고 냉장실에서 하루 동안 숙성하기. (이때 넓은 그릇에 넣어두면 양념이 토마토에 더 잘 베일 수 있다.)

 



주관적인 맛 평가


음, 토마토 꼭지 부분을 자르면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냈을 때보다 훨씬 더 껍질이 잘 벗겨진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잘 벗겨지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었다. 알고 보니 데친 후 토마토를 곧바로 찬물에 헹궈야 한다고 한다. 그 과정을 빼먹어서 껍질 벗기느라 힘들었다. 군데군데 터진 토마토는 내가 먹느라 만들면서 배가 부르고...


양파는 아이가 혹시 먹을지도 몰라, 미리 물에 담가 놓고 매운맛을 좀 해소해 주었다. 매운맛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훨씬 덜하고 달콤한 맛이 강하게 남는다. 발사믹 식초도 맨날 사 둔다고 해 놓고 놔두는 걸 까먹어, 어디선가 발사믹 식초 대신 간장을 넣으면 된다고 해서 양은 반으로 줄여 넣어 봤다. 맛이 나쁘지 않은데? 발사믹 식초인 척하는 간장이 대견해서 혼자서 만족스러웠다.


친구네 집 가기 전날 그렇게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만들어놓으니 얼마나 든든한지! 평범한 토마토로 만든 음식이었지만 건강한 채소를 좋아하는 친구가 좋아할 것 같았다.



친구) 드디어 먹어보는 거야? 어? 양파 매운 거 아냐?
나) 내가 오랫동안 양파 물에 넣어서 안 매울 거야.
친구) 땡땡아, 자 하나 먹어볼까?
땡땡이) (하나 먹어보더니...) 음 안 먹을래.
친구) 하하;; 왜~ 맛있는데~
나) 어이구 별로인가 보다. 아냐 안 먹어도 돼~
친구) (하나 먹어보더니) 맛있는데?
나) 어른 입맛에는 맞나 보다.
친구) 근데 너 이거 발사믹식초 안 넣었지?
나) 헉, 너 귀신이다! 또 또 내가 뭐 넣었는지 맞춰 봐 봐!
친구) 야 어떻게 그걸 다 아냐~ 시원하고 맛있네~
나) 너라도 잘 먹어서 다행이야.ㅎㅎㅎ


추신. 육아는 힘들었다.

처음엔 온갖 장난감들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놀아줬지만 한 시간도 안 돼 내 얼굴에 웃음끼는 사라지고 탈수 증상까지 나타났다. 존경스럽다, 친구야. 애 봐 주겠다는 나의 호언장담이 얼마나 가소로웠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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