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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Jul 08. 2024

날씨가 꿀꿀할 땐 오징어국

우당탕탕 집밥 일기


남편, 많이 꿀꿀해요?


오늘 아침에는 후둑후둑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장마철답게 굵은 비가 추적추적 끊임없이 내리는 하루다. 잔뜩 흐린 하늘처럼 남편의 표정이 꾸깃꾸깃하면서 좋아 보이질 않았다. 나는 비 오는 날, 한결 바람기운이 느껴지고 시원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습도가 높아서 몸이 많이 무거운 느낌이란다. 물론 지금 남편의 몸 컨디션이 안 좋기도 했다. 날씨 때문에 두통도 좀 생긴 것 같았다.


날씨도 남편도 찌뿌둥한 날, 오랜만에 국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뜨끈한 거 먹으면서 속을 채우면 좀 낫겠지. 마침 오징어가 제철이라 며칠 전 세일해서 3마리나 산 적이 있는데, 그중 2마리는 벌써 맛있게 데쳐먹었더랬다. 남은 오징어 한 마리를 가지고 국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누군가의 오징어 국 이야기


어릴 적 우리 집은 어시장이 바로 앞에 있던 곳답게 생선국을 많이 끓여 먹었다. 아빠는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셨고 엄마는 국물 파는 아니셨지만 생선을 참 좋아하셨다. 그런 우리 집에서도 사실 오징어국은 별로 먹어본 적이 없다. 아빠가 그다지 오징어를 즐기지 않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얼마 전, 이효리와 그의 어머니가 함께 나온 예능에서 이 오징어국 얘기가 나온 걸 봤다. 알고 보니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국이었다. 오징어 한 마리로 여섯 명의 대가족 국을 끓여야 했던 어머니, 그리고 자신의 국에 오징어가 몇 개 있었는지 세 보았던 어린 여자아이... 그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문득 나에게도 슬픈 오징어 국의 추억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만들기 쉬운 국


오징어 국 만들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오징어 자체도 손질된 해동오징어라, 깨끗이 씻기만 하면 되었다. 야채 중 양파가 유일하게 없었지만 대체제로 대파를 좀 많이 넣으면 될 것 같았다. 


다만, 요즘 좀 필요하다고 느낀 건 바로 멸치다. 지금까지는 기초 다시 국물을 낼 때 코인 육수를 그냥 하나씩 넣고 있는데, 아무래도 다시마와 멸치, 표고버섯 등을 통째 넣고 우린 맛엔 미치지 못할 것 같다. 사실 엄마는 항상 그렇게 다시 국물을 내시곤 하셨다.


이번에도 멸치육수를 낼 때 달랑 코인육수만으로 만든 게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그 지난번 오징어를 데치고 남은 국물이 아까워 보관해 둔 것이 있었다. 비록 진짜 멸치 다시국물는 아니지만 오징어 데친 물로 진한 국물을 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1. 멸치 육수 내기 (레시피는 4컵이지만, 나는 국물을 많이 내고 싶어서 한 6컵 정도 넣었다.)

2. 재료 준비 - 무 나박 썰기, 오징어 채썰기, 대파 어슷썰기

3. 양념 준비 - 고춧가루 1T, 국간장 1T, 다진 마늘 1/2T, 고추장 1/2T (국물이 많아서 레시피보다 조금 더 첨가함.)

4. 끓이기 - 1번 멸치육수에 무 넣고 끓이다가 (무가 익으면) -> 3번 양념 넣고 -> 오징어 넣고 -> 한소끔 끓으면 대파 넣고 완성.


자세한 레시피는 아래 링크 참고!



고기보다 맛있는 국물


하루종일 힘없던 남편... 이게 다 날씨 때문일 거야. 꿉꿉한 날씨, 땅이 젖은 만큼 우리 남편도 꼭 물에 젖은 수건 마냥 축 처져 있었다. 물론 힘이 나는 고기반찬을 하면 그것도 좋은 선택이었겠지만, 왠지 오늘은 속에서부터 내열이 뜨끈뜨끈 밀어 오르는 그런 뜨끈한 국을 해주고 싶었다. 부디 맛있게 먹길 바랐는데, 다행히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 만드는 국이긴 했지만 오늘 오징어 국은 생각보다 너무 쉽고 간단하고, 무엇보다 얼큰한 맛이 샘솟는다. 다음엔 땡초를 넣어 좀 더 맵게 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오징어에는 장수비타민으로 불리는 '타우린' 성분이 소고기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한다. 무엇이든 간에, 나는 영양소를 생각하면서 먹는 편은 아니지만 한 가지 믿음이 있다면 제철음식에 대한 믿음이다. 제철을 만난 식재료는 그 시기에 맞는 영양소가 풍부할 것이라 생각한다. 여름철 흔히 볼 수 있고 가격도 싸고 영양가 있는 오징어. 흐린 날 국을 만들어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다.


  



신랑) 어우 맛있네요.
나) 괜찮아요? 국물 더 있으니까 더 먹어요.
신랑) 아니 괜찮아요.
나) 많이 먹고 힘내요 남편.
남편) 네에~



오징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다음에는 지난번 만들어 먹었던 오징어 요리를 더 얘기해 볼까 한다. 3마리 중에서 먼저 해치운 오징어 2마리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을까...라고 혹시나 궁금해하실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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