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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소름 끼치는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

by 별별


한국인에게는 블랙 코미디에 가까웠던, 미국 내전을 가정한 영화 스토리. 계엄령이 만약 실현되었더라면... 우리의 현실이 딱 영화 같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결코 픽션물답게 소비할 수 없는 영화였다.


A24 제작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믿고 보는 영화였는데, 하필이면 한국에선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미국에서는 2024년 4월에 개봉했으나 한국 개봉이 12월로 늦어지면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더 생동감 있는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개인적으론 영화의 시작과 끝이 좋았다. 영화는 미국 대통령의 연설 준비 장면을 클로즈업하며 독립군을 미합중국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몰아 극단적 전쟁을 선포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몰입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 끝은 대통령의 어이없는 대사와 함께 종결되는데, 고작 '그것' 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의 모습은 이 사태가 얼마나 허무하고 보잘것없는 사욕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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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전설적인 종군기자 역할을 맡았던 리(커스틴 던스트)의 대사는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올 때마다 내가 조국에 경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전쟁을 하지 마라.'"


여기서 리는 못다 한 말을 삼켰으리라 생각한다. 이 사태까지 오게 된 걸 보면 자신의 노력과 신념이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허무함까지 밀려왔으리라.


하지만 강경한 대통령과 맹목적인 추종자들에게 그 어떤 경고가 통했을까. 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수많은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와 무력감을 대변한 듯한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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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영화는 A24 사상 최대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다고 하는데, 마지막 대통령 관저로 진입하는 총격전에서는 정말 사실감 넘치는 장면들이 가득해 돈 쓴 보람이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리얼 사운드가 역대 총격시가전으로 손꼽히는 영화 히트에 못지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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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른 리뷰어들은 영화의 장면과 동떨어진 OST를 지적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상황의 아이러니함이 두드러졌다고 생각한다. 현실 속에서 막상 숨 막힐 듯한 상황이 닥치면 머릿속이 하얘지며 아무 말도 못 하게 되는 것처럼, 영화 속에서는 동떨어진 음악이 그 역할을 해줬다고 본다. 잔혹한 현실과 다른 경쾌한 사운드라니, 기가 막히는 현실을 오히려 좀 더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Lovefingers - Silver Apples

Civil War 2024 Soundtrack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무조건 추천한다. 단순하지만 한국의 현실과 맞닿아 깊이 있는 스토리로,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적절한 강약을 반복하며 몰입할 수 있는 영화였다. 다음에 또 이런 영화를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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