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픈 아기 엄마의 이야기

by 별별


어느덧 아기가 9개월이 되었다.


그새 많이도 컸다. 허리를 곧게 펴고 잘 앉아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젠 마음먹은 곳을 향해 어디든지 기어갈 수도 있다. 무언가 잡고 우뚝 일어서는 데다가 심지어 곧잘 선 채 버티기도 잘해서 곧 걸음마를 시작할 것 같다.


신체적인 발달뿐만 아니라, 아이는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게 되었다. 까꿍놀이를 하면 더없이 환하게 웃고 새로운 물건을 보면 눈을 반짝이며 다가온다. 자기가 좋아하는 목표물, 예를 들어 책상 스탠드에 가까이 가게 되면 흥분해서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이유식이나 분유를 먹기 싫으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거부의 의사표시도 한다. (도리도리는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알았는지 모르겠다.)

아기가 크는 동안, 엄마도 성장을 했을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지만, 사실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역할을 흉내내고 있는 것 같다. 온순한 아이 덕분에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건 무리 없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 밥을 영 먹지 않을 때나 밤잠을 자꾸 깰 때,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한 적이 많다. 그럴 때면 아이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내가 뭔가를 놓친 것 같은 느낌에 아이에게 미안함이 든다.


이제는 아이의 인지능력이 발달해 그냥 놀아주면 안 될 것 같은데, 성장 단계별로 어떤 놀이와 장난감이 필요한지 공부해야겠단 생각만 하고 결국 대충 놀아주고 있다. 아이와 함께 자주 놀러 나가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해야 한다는데, 나가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매번 미루고 있다.


요즘에는 이유식을 3끼나 주다 보니 매번 이유식 메뉴와 남은 이유식을 걱정한다. 사실 오늘 새벽에는 당장 먹을 이유식이 다 떨어져 큰일 났단 생각으로 너무 이른 잠이 깨었다. 그런데 밤귀가 밝은 아이라서 쌀을 씻느라 소리가 나면 아기가 깰까 봐 아직 쌀을 씻지도 못하고 걱정만 하고 있다.


노력해야 엄마도 성장할 수 있다.


아기를 낳으며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로서의 성장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나는 계획형 사람이 아니라는 핑계로 매번 즉흥적이고 감정에 이끌리는 대로 행동했지만, 아기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 태도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나 한 사람의 감정소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안하고 불안한 감정이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노력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이유식 같은 경우, 일주일 치 식단을 완벽하게 세우진 못해도, 그날그날 식단을 짜려고 한다. 아침저녁은 만들어둔 죽을 주고 점심은 자기 주도식을 하자는 대강의 계획은 세우고 며칠 동안 먹을 죽을 만들 땐 AI 영양사의 도움을 받아 식재료별 영양소를 챙겨 본다. 혹시나 몰라, 시판 이유식도 냉동실에 쟁여두며 걱정을 덜었다.


나는 진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직도 내가 아기를 낳았다는 게 믿기지 않고 ‘진짜 엄마’가 된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책임감 있는 엄마’다. 임신하고 출산하며 엄마가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이 바로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내가 이 아이를 잘 보살필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아이를 건사하기 위해 엄마로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비장하게 들었다.


요즘은 아이가 걸으려고 용을 쓰고 있다. 뒤집기부터 시작해서 되집기, 앉기, 기어가기까지. 이게 될까 싶었는데, 아이의 신체발달은 신기할 정도로 알아서 척척 잘 해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 아이 나름대로는 안 되는 걸 되게 하려고 무척이나 노력 중이다. 매번 넘어지면서도 낑낑거리며 기어이 일어서려고 하는 모습이 참 안쓰럽고 대견하게 느껴진다. 요즘 자주 깬다 싶었는데 이맘때쯤 아이가 자주 깨는 건, 알고 보니 성장통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나도 엄마로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든 이 세상 살아보겠다고 저렇게 애쓰는데, 나는 세상에 태어나게 만든 장본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를 보살펴야 하지 않을까. 뭉클한 마음이 들면서 엄마(나)도 성장하고 싶다. 사실 원하는 엄마의 모습은 너무나 많고 욕심나는 대로 잘 되진 않지만, 조금씩 내가 원하는 걸 구체화시키면서 그런 엄마가 되려고 한다.


우선 책임감 있게, 건강한 엄마가 되는 것이 목표다.


아이가 깨기 전에 글을 다 쓰고 싶었지만 몇 문장을 남기고 아이가 일어났다. 모닝똥을 치우고 아침 이유식을 급히 주고, 마지막 문장을 저장한다. 오늘도 늦었지만 엄마의 하루가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