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날(마이람)을 즐겨랏
처음으로 키르기즈식 잔치(#майрам #축제)를 치뤘다. 2월 23일 '조국수호자의 날(일명 남성들의 날)'을 미리 기념하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며칠 전부터 무슨 일인지 돈을 걷더니만, 알고보니 오늘 남자 선생님들에게 지갑을 선물해드렸다.
이곳은 잔치를 할 때 각자 먹거리를 맡아 해오는 문화다. (#potluck #포트락파티) 일단 난(빵), 보르속(튀긴 빵)이 기본적으로 깔리고 쁠롭(고기야채와 함께 익힌 쌀)과 샐러드가 단골메뉴로 나온다. 그리고 각종 과자, 사탕류로 장식한다. 나도 초콜릿과자 한 봉지(1kg)를 사 와서 테이블마다 나눠 담았다.
잔치 때에는 한 사람씩 일어서서 축사를 읊는데(건배사와 비슷), 순서 없이 돌아가면서 부담없이 한 마디씩 하는 자리다. 가끔 앉은 자리에서 흥이 돋는 대로 노래를 하는 분들도 많다.
나는 아무래도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자리이다보니, 자진해서 일어나 축사를 했다. 내친 김에 노래까지, 그러나 생각나는 게 아리랑 밖에 없어서 목청높여 아리랑을 불렀다. 진짜 떨렸는데, 노력이 가상해서 그런지 되게 좋아하시더라.
그렇게 먼저 여자선생님들이 축사 한 마디씩 하고, 노래하고,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남자선생님들이 감사의 표시로 답사를 읊고 노래하고... 그러다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원래 더 큰 잔치는 여기에 더해 춤을 추곤 하는데, 오늘은 작게 이만큼에서 끝났다고 한다.
그래도 음식도 작게나마 기여하고~ 노래도 부르고~ 함께 먹고 마시고~ 나도 잔치를 즐겼던 것 같다. 간간이 웃음이 터질 때마다 모든 이야기를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의 이런 잔치가 그저 좋았다.
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념해서 또 잔치가 열릴 예정이다. 이 나라는 기념일이 참 많은데,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2월 31일 신년
1월 7일 러시아 정교 새해
2월 23일 조국 수호자의 날
3월 8일 여성의 날
3월 21일 무슬림 새해(춘절)
5월 1일 노동절
5월 9일 전승기념일
6월 1일 어린이날
8월 31일 독립기념일
10월 5일 스승의 날
기타 법령으로 정해주는 무슬림 명절(오로조 아이트, 쿠르만 아이트) 등
틈만 나면 손님을 초대하고 결혼식도 며칠동안 하고 이렇게 무슨 날마다 잔치를 벌이는 키르기스스탄. 이러한 마이람 문화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사실 이번에는 기념일이 있는 줄도 모르고 마이람 또한 어제서야 겨우 다른 선생님이 알려줘서 알았다. 여성의 날에는 좀 더 예쁘게 입고 배도 비우고 축사도 단단히 준비해야겠다. 오늘은 모두 함께 해서 즐거운 하루, 처음으로 키르기즈식 마이람을 즐긴 뜻깊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