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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Jun 20. 2017

이런 엔딩_이별을 맞이한 그대에게

돌팔이 의사 별별DJ가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조용한 별별라디오에 드디어 사연이 도착했어요. 마치 외딴 섬마을에 배를 타고 우체부 아저씨가 편지를 전해주고 간 느낌이더군요. 사연을 보내주신 분은 이곳이 얼마나 누추한 곳인줄도 모르고 고이고이 편지를 써 주셨는데요, 별별DJ는 한참이 지난 오늘에서야 그 편지를 받아들고 드디어 사연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연을 발췌해서 올리고자 했으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느 것 하나 빼놓을 부분이 없어 그대로 옮겨봅니다.


익명으로 사연이 보내지는지 궁금해지네요. 할말은 참 많지만 모두 담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우선 하나 짚고 넘어가고싶어요. 우리들은 모두 틀린게 아니라 다르다는 걸 말하고싶고 우연히라도 그 사람이 이 글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연을 보내게되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그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않은 삶을 살아가는 한 남자에요. 그리고 그 평범하지만 평범하지않은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과 그 대상이 남자라는 점이에요. 네. 쉽게말해 동성애자입니다.

얼마전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맞이하게되었고 사실 많이 생각이 나요. 정말 사랑하던 사람이었거든요. 그사람은요 너무도 예쁜말을 해준 사람이었고 해맑은 웃음으로 저를 사랑에 빠지게 해준사람이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저를 녹여줬던 사람이에요. 

주변에선 그런말을 많이해요. "헤어지고 힘들지 않아? 많이 좋아했잖아. 둘이 만나면서 정말 행복해보이던데" 라고. 맞아요 행복했어요. 많이 좋아했어요. 그리고 힘들어요. 그런데 이미 떠난 사람을 제가 어떻게 할 순 없는걸요.

또다른 말로 "그 사람이 너한테 해준게 뭔데 그렇게 힘들어해?" 라는 말을 듣고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대답을 했어요. 그사람은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사람이었고 나를 항상 사랑한다고 표현해준 사람이었다고 말이에요.

걱정이에요. 살찐다며 밥을 거르고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잠을 제대로 못자고 힘들어도 혼자 삭히던 그 사람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또 많이 힘들진 않은지 정말로 걱정이되네요. 

헤어지잔 말을 들었을 때에도 내게 질려서, 나를 더이상 사랑하지않아서가 아닌 '나를 지켜줄수 있는 마지막' 이라며 눈물을 감추며 떠나간 그 사람이 참 미운데도 보고싶네요. 

좋지않았던 그때의 우리의 상황에, 개인적인 일들로 힘들어하던 그 사람. 내게 따뜻한 봄을 선물해주고 지난 길에 꽃길만을 남겨주었던 그 사람은 지금 무얼하고있을지 참 궁금해요.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들처럼 지금도 나를 사랑했던 마음처럼 예쁜 모습으로 있을지 마지막 모습이었던 그때처럼 힘들어하고있을지 ..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예쁜추억들, 모든 마음들을 접어두고 한가지 질문만 하고싶어요 "넌 나를 만나는동안 정말로 날 사랑했고 그래서 행복했니?" 라고. 

당신을 보고싶은 마음 그대로 고이 접어서 내 마음 한켠에 잘 간직해둘게요. 너를 사랑했던만큼 빛나는 그 추억들을 빛바래더라도 기억할게요. 고마웠고 미안했어요.

신청곡은 아이유 '이런엔딩' 신청합니다. 사연이라고 할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네요..

글쎄요.


너무 공감했어요. 헤어지고 난 뒤에 주변 사람들의 말에 보인 반응, 헤어지고 난 뒤에도 오직 그 사람이 잘 지내고 있는지 조바심나도록 궁금한 마음, 간절히 한 번만이라도 물어보고 싶은 그 물음, 그리고... 남은 것은 고마움과 미안함 뿐. 


"'나를 지켜줄수 있는 마지막' 이라며 눈물을 감추며 떠나간 그 사람이 참 미운데도 보고싶네요." 이 문장을 들었을 때 별별DJ는 한참 시선을 고정하고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말았답니다.


사연을 보내주신 분께 감사드려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사연을, 그리고 별별라디오를 상대방이 듣게 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답니다. 하지만  그 분을 대신해서 제가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싶어요. 어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니 위로 따위는 필요없고 그냥 곁에 있고 싶네요. 


별별DJ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 보자면요, 헤어진 뒤에 이런 고백을 너무 하고 싶은 나머지 기나긴 메일을 쓰곤 했어요. 2년 뒤 예약 발송되는 메일함에 매주 메일을 차곡차곡 쌓아놓다가 울다 지쳐 잠든 아이처럼 서서히 잊어버리곤 했지요. 하지만 정말이지 답답하고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나무숲같이 그곳에다 펑펑 감정을 쏟아부었던 것 같아요.


헤어진 뒤에 알게된 것은 참으로 평범한 이별이었다는 것이에요. 우리 사랑이 참으로 평범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만큼이나 허무하고 배신감이 들 정도였죠. 그 사람과 나는 서로에게 너무나 특별한 사람이었는데 이렇게밖에 우리는 헤어질 수가 없었나, 우리는 이렇게밖에 사랑할 수 없었나, 그런 생각 뿐이었죠.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너무 아파하지 마라는 겁니다. "아파요. 그리고 자꾸 생각나고 보고싶어요." 하지만 이별에는 약이 없는 걸요. 그대의 병을 낫게할 수 있는 어떤 의사도 가족도 친구도 없으니 그저 고이 잠들도록, 잠시나마 아픔을 잊었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는 걸요. 



잠시 마음을 잠재워드릴 수 있도록, 신청곡을 띄워드릴까 해요. 

#아이유 #이런엔딩

처음 들어보았네요. 김수현이 출현하는 뮤직비디오에 그의 얼굴이 방해가 될 정도로 목소리에 묻어나는 감성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들려드리고 싶은 곡도 있어요.  나중에 한번 들어보셨으면 해요. 자꾸만 떠오르더군요.

#뜨거운감자 #시소(SEESAW)

익히 들어보셨을 거예요. 뜨거운 감자의 '고백'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영화같은 뮤직비디오를 꼭 함께 보시기를 권해드려요. 




이별을 맞이한 그대에게. 


깊은 밤 깊은 잠을 주무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아픈 사연 보내주셔서 감사드려요. 고백하건데 아무 것도 해 드릴 수 없는 돌팔이 의사 별별DJ에게 말이에요.. 


그럼, 오늘도 별별라디오와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 이만 인사 올립니다. 


모두 함께 조금만, 아주 조금만 슬픈 밤이기를.


별별라디오에서는 사연을 받습니다. 또는 신청곡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또는 별별라디오 페이스북 메시지로 남겨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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