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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공감

홈쇼핑은 예능이 될 수 없다

일상공감_정윤정 쇼핑호스트의 욕설

by ALONE

정윤정 쇼핑 호스트가 생방송 도중에 '씨발'이라고 욕을 한 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니 '그녀가 나오면 보기 부담스러워서 채널을 돌린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엇,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싶어 신기했다. 물론 그녀의 방송 스타일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딱히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각자 취향껏 보기 싫으면 안 보고, 보기 좋으면 보면 될 일이다.


하지만 후속 뉴스를 본 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아, 방송 부적절 언어. ~ 뭐 했죠? 까먹었어~ 방송하다 보면 제가 가끔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해서 죄송하지만 예능처럼 봐주세요. 홈쇼핑도 예능 시대가 오면 안 되나"라고 말한 것도 부족해서 sns에서 방송 태도를 지적하는 네티즌에게는 "내 방송 절대 보지 마라" "아들과 딸이 응원해 줬다"는 댓글로 응수했다고 한다. 방송 중에 욕을 한 명백한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억대 연봉에 완판녀라는 수식어가 이름 앞에 따라붙으니 세상 사람들이 우습게 보여 사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을까? '내 방송'이라는 건 무슨 의미이며 자녀들은 무엇을 응원해 주었다는 것인지. 설마 아들과 딸이 "엄마, 방송에서 씨발이라고 하니까 존나 멋졌어. 씨발"이라고 한 건 아니겠지. 뉴스를 보면서 실소가 터졌다. 방송법을 위반한 사안이므로 잘잘못을 따질 일도 아니었다. 당연히 사과를 했어야 마땅한 일이다.


예능(藝能)의 사전적 의미는 '연예와 오락, 음악 따위로 내용을 구성하여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홈쇼핑 방송은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예능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겸손이 미덕인 이유를 이번 기회에 새삼 느낀다. 나는 모종의 이유로 언제부턴가 그녀의 방송을 보지 않는다.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방송에 복귀하는지, 또다시 업계 최고 연봉을 기록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볼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실력'보다 '인성'이 먼저인 사회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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