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찾아가는 길
사람은 때때로
수많은 이유를 품은 채
자기 연민 속에 머문다.
그 이야기들은
어떤 순간에는 현실처럼 들리고,
또 어떤 순간에는
조용한 변명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쉽게 말해지지 않는
오래된 상처와 외로움이 머물러 있다.
자기 연민은
처음에는 부드러운 위로처럼 다가온다.
입안에서 잠시 퍼졌다가
곧 사라지는 단맛의 와인처럼,
그 감정은 잠시 마음을 감싸 안는다.
하지만 그 달콤함이 지나가면
남는 것은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희미한 쓴맛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종종
“그래서 이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들 속에
자신을 놓아두기도 한다.
그 이야기들이
시간 속에서 조용히 쌓여 갈 때,
한 인간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너그러울 수 있는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스스로를 묶어 둘 수도 있는지
조금씩 드러난다.
그렇게 자기 연민을 들여다보다 보면
타인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연민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연민은
언제나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어떤 연민은
자신을 향해 있고,
어떤 연민은
타인을 향해 있다.
그러나 그 마음이
언제나 상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것은 아니다.
때로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의 기준으로
타인의 삶을 바라본다.
연민은 그렇게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향한 걱정을 느낄수록
오히려 이야기를 줄이게 된다.
이해받지 못한 연민은
마음을 열기보다
조용히 닫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연민은
아주 조심스러운 감정일지도 모른다.
상대의 삶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건네질 때
그 마음은 위로가 되기보다
어딘가를 조용히 건드리기도 한다.
그래서 연민은
상대의 삶을 판단하기 전에
먼저 조용히 바라보는 마음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서로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연민은 상처를 만들지 않고
조용히 머무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 순간부터
사람은 다시
빛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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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몽로즈 2013, 쌩-떼스테프 (Château Montrose 2013, Saint-Estèphe)
시간의 흐름 속에서 빛이 드러나는 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