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클래스 승객 먼저 탑승해 주세요.”
방송이 울리자, 나는 마음속으로 준비했다.
오늘만큼은 맨 앞줄로 당당하게 걸어가겠다고.
하지만 역시나.
시선을 한껏 치켜든 채 걸어가다, 엉뚱한 탑승구로 들어가 버렸다.
“아, 여기 아니네요...”
너스레 한마디를 남기고 황급히 돌아섰지만,
이미 ‘첫 탑승의 영광’은 지나간 뒤였다.
그래도 퍼스트 클래스 전용 통로를 지나치는 그 몇 초는 여전히 내 몫이었다.
좌석에 앉자마자 승무원들이 코트를 받아주고, 가방을 정리해준다.
익숙지 않은 친절에 몇 번 “제가 할게요”라며 고개를 숙여봤지만,
돌아오는 건 늘 같은 대답.
“괜찮습니다.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몸은 녹아내리는데, 마음은 조금 어색했다.
그래도 곧 체념처럼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여행이란 게 비일상이라면, 이런 호사도 그냥 받아들여야지.’
이륙 전, 샴페인이 건네졌다.
괜히 아는 척하고 싶어서, “오늘은 앙리 지로가 아니네요?”라고 던졌더니,
돌아온 건 와인 용어가 연달아 등장하는 유창한 설명.
처음 몇 문장은 그럴듯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아, 네... 주세요”로 마무리했다.
어차피 하늘 위에서는 어떤 술이든 특별해지니까.
식사는 한식을 골랐다.
식전 메뉴가 나오자 “저, 한식 시켰는데요?”라고 물었다가,
“공통 메뉴입니다”라는 설명에 조용히 젓가락만 들었다.
쇠고기 사태와 버섯 냉채는 꽤 훌륭했고,
우엉떡갈비는 씹을수록 조화로웠지만,
금태구이는 다소 건조했다.
그래도 퍼스트 클래스에선 음식도 남기면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다.
‘이왕이면 다 먹고 후회하자’는 마음으로 깨끗이 비웠다.
그다음은 와인.
한 병, 또 한 병.
포트와인까지 권유받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친 건
‘달콤한 쌍화탕’이라는 묘한 기억.
이번엔 사양했다.
속이 점점 찰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부자리에 누워 살짝 눈을 붙였다.
4시간쯤 지났을까, 직원이 조용히 다가와 묻는다.
“두 번째 식사 어떠세요?”
배는 여전히 더부룩했지만, 나는 또 대답했다.
“네, 조금만 주세요…”
전복밥과 갈비찜, 그리고 레드와인 한 잔.
배는 다시 한계점으로 향했다.
퍼스트 클래스의 진정한 고통은, 호사가 아니라 포만인지도 모른다.
창밖으로 비행 경로가 짧아지고,
햇살은 구름 위에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조금 불편해도, 그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누렸고, 어설프게 흘러갔지만,
그 모든 게 묘하게 좋았다.
착륙 안내가 흐르고,
창문 너머로 파리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났다.
엉뚱한 탑승구, 지나친 허세, 포만감의 혼수.
완벽과는 거리가 먼 퍼스트 클래스 경험이었지만,
바로 그 허점 덕분에 더 오래 남을 것 같았다.
공항 게이트를 나서며,
승무원에게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많이 배불렀지만, 많이 행복했어요.”
돌아온 미소는 따뜻했고,
그 순간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의 공기가 달라 보였다.
여행은 종종 실수에서 시작된다.
때론 덤벙거리고, 민망하고, 배부르기까지 하지만
그 어설픔 속에서 생기는 감정이 가장 진짜 같다.
어쩌면 여행은 기대했던 완벽함이 아니라, 뜻밖의 실수와 작은 허세, 오묘한 불편함 속에서 진짜 이야기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