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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경 Jul 21. 2023

자퇴생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자

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자퇴를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

중학교를 자퇴를 했을 무렵이었다. 자퇴를 하면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었고, 시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앞서나가고 있는데 나는 뒤쳐지고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뭔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할 것만 같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느낌은 나를 천천히 옥죄고 있었다. 


그때 나의 모습은 지금 보면 많은 학교 밖 청소년이 겪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자퇴의 성패는 나를 옥죄어 오는 현실을 얼마나 빠르게 인지하고, 인정하고, 또 헤쳐나가는지에 달려있는 듯하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를 통해 현실을 헤쳐나간다. 


이번 글을 통해 내가 해보고 싶은 말은 나는 어떻게 그 시간을 잘 헤쳐 나왔는지, 주변의 자퇴 직후의 학교 밖 청소년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자퇴를 하고 오래 지나지 않았을 무렵 아는 형 몇 명과 함께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햄버거를 사주면서 하는 이야기가 내가 참 잘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자기가 보았을 때 언제나 똑똑하고 추진력 있는 모습을 보이는 나였다고, 자퇴도 그래서 했을 거 같다고, 그렇기에 너는 분명히 잘 될 거라는 말이었다. 채 3분이 넘지 않았을 이야기가 마음에 박혀 1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 말처럼 '잘' 되기 위해서 마음을 가다음고,  현실을 헤쳐나가야겠다는 마음과 행동을 함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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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청소년이 만나는 일상에서 만나는 시선과 말들이 어떨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아주 많은 우려의 눈빛,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절절한 조언들. 물론 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들임을 알고 있다. 또한 그런 말을 하는 저의에는 자퇴에 깔린 부정적인 시각을 제하고, '객관적'인 말을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자기 스스로도 엄청난 고민 속에 자퇴를 선택했고,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 고민과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을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그런 말을 계속해주는 것이 적절할까. 아마도 그 학생은 만나는 사람마다 그런 말을 듣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의 말이거나, 처음에 몇 번 정도는 감사한 마음으로 들으려 할지 모르지만 많이 반복될수록 지쳐갈 것이다. 특히나 자퇴는 수많은 배경을 안고 있고, 자퇴를 경험하지 못한 어른들은 비의도적으로 자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의도하지 않더라도 그 말을 듣는 청소년에게는 더 힘들게 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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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학교 밖 청소년을 깨지기 쉬운 도자기처럼 대하자거나,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않자는 것이 아니다. 그냥 '힘이 되는 말'을 해주는 데 집중하면 좋겠다는 이야기이다. 당신이 누군지 모르지만, 당신이 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청소년 또한 알고 있을 것이고, 또 어디선가 매우 많이 듣고 있을 것이다. 특별히 2번 들어서 득이 되지 않을, 힘들어지게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데 시간을 쓰지 말자.


현실적이거나 조언에 가까운 이야기들은 받아들일 마음이 되어 듣는 사람이 먼저 청할 때에나 효과가 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듣는 사람의 부담을 가중시키거나, 더 힘들게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대로 '힘이 되는 말'은 언제나, 얼마나 들어도 좋다. 들을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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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는 말'은 흔히 말하는 응원과 격려의 말이다. 정말 좋은 힘이 되는 말을 해주기 위해서는 한 가지의 원칙만 지키면 된다고 본다.


바로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듣는 사람의 부정적인 요소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 가끔 힘이 되는 말을 한다고 하지만, 굳이 전후에 부정적인 요소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말은 '힘이 되는 말'을 가장한 조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다면 온전히 긍정적이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었으면 한다.


어떻게 긍정적으로 힘이 되는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내가 존경하는 사람에게 말을 해준다고 상상을 하고 말하면 좋다. 예를 들어 내가 존경하는 운동선수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준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당시은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바탕으로, 앞으로 잘해나갈 모습에 대해서만 강조할 것이다. 반면에 '~와 같은 부분은 좀 잘못되었지만'과 같은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온전히 긍정적인, 힘이 되는 응원과 격려의 말은 들을 때마다 사람을 새롭게 깨우고, 기쁘게 만들고, 나아갈 힘을 준다. 이것이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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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된다면 '북풍과 태양'이야기를 떠올려보자.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날아가지 않던 나그네의 옷이,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자 자연스럽게 나그네가 스스로 옷을 벗어던진 그 이야기 말이다.


학교 밖 청소년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북풍이 되려 하지 말고 태양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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