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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경 Jul 12. 2023

자퇴를 하려면 '합리적 대책'을 검토하라

합리적 대책인 '척'하는 거짓 대책과 구분하기  

이 글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자퇴에 대한 내용이다. 다만 '대학교' 자퇴에 대해서도 일부 인용될 수 있는 듯하다. 


보통 학부모와 학생이 자퇴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나오는 주제는 '자퇴하고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말, 즉 '대책'에 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에게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기는 그저 학교 생활에 충실한 것만으로도 바쁜 시기이다. 하지만 자퇴를 하는 순간 하루 종일에 어떤 일을 채워 넣을지는 온전히 학생과 그 주변인의 노력에 달린 것이다.


자퇴를 하고 난 이후에 학교에 다닐 때와 같은 수준으로 혹은 더 높은 수준으로 하루를 가치 있게 사용하고, 미래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한다면 그 어떤 사람들이 자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겠는가. 오히려 방향을 더 적절히 설정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퇴를 위협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자퇴를 하고 나서 넘쳐나는 시간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나의 경험이나, 상담 사례를 비추어 보더라도 자퇴 이후의 삶의 밀도가 학교를 다니던 수준에 도달하는 경우는 10%가 채 되지 않는 듯하다.


이런 배경들 때문에 학생이 자퇴를 하고 싶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은 질문과 논의가 이루어지는 분야가 바로 '자퇴 이후 대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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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대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2가지로 구분하여 생각하라고 말한다. 바로 '합리적 대책'과 '거짓 대책'이다. '합리적 대책'이란 실제로 학생이 자퇴를 하고 나서 실행할 것이 확실하며, 누가 보아도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는 대책이다. '거짓 대책'이란 실제로 학생이 자퇴를 하고 나서 실행할 생각이 있어서 제시한 것이 아니라, 우선 자퇴를 하기 위해 거짓말로 급조하였거나, 타인이 보았을 때 지극히 타당성이 없는 것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학생은 자퇴 이후 '대책'을 제시하라고 말할 때 일반적으로 유창히 이야기한다. 나도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자퇴할 때 이 질문들에 매우 유창하게 답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중학교를 자퇴할 때는 당시 '포항시 정보영재(컴퓨터 영재)'였던 점을 바탕으로 하여, 컴퓨터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여 학교에서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는 중학교를 자퇴하고 나서 컴퓨터 학원을 제법 열심히 다녔다. 한 3달 정도 다녔던 거 같다. 하지만 채 반년도 제대로 다니지 않고 컴퓨터 학원을 그만두었다. 그 이후로 컴퓨터 전문가가 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했던 기억이 없다. 이것은 '컴퓨터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겠다는 것이 나의 '합리적 대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설득하여 자퇴를 하기 위해 활용한 '거짓 대책'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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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대책'이 나오는 배경은 다양하다. 맹목적으로 자퇴를 하고 싶어서 급조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본인이 너무 자퇴가 간절하여 합리적으로 사고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간절한 마음에 주변인을 설득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했으나 그 타당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거짓 대책'의 공통점은 자퇴 이후 실현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자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자녀를 믿어서 자퇴를 결심했는데 자녀가 자퇴 이후에 계획한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산다고 말하는 경우 애초에 대책 자체가 거짓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보호자와 교육자는 자퇴의 전후에서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만족해선 안 된다. 학생이 하고 있는 이야기가 과연 '합리적'인지 '거짓'된 것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학생이 하고 있는 이야기라 합리적이지 않다면, 그 부분에 대해 정확히 지적하고 사고를 합리적으로 이끌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랬을 때 자퇴 이후에 얻게 되는 높은 자유도와 많은 시간을 계획된 바에 따라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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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자녀가 '거짓 대책'을 세우고 있다면 이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기 분명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대놓고 주변인을 속이기 위해 거짓된 대안을 제시한 상황이라면 이를 인정시키기 어려울 것이고, 만약 본인이 너무 불안정한 상태라 합리적인 대안을 세우지 못해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학생을 설득하고 인정시키기 더욱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거짓 대책 위에 세워진 자퇴의 예후는 일반적으로 좋지 않다. 아마 자퇴 이후 얼마 가지 않아 세웠던 대책들을 모두 파기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많이 늦었을 수 있다. 자퇴를 하고 실행하기 위한 계획이 이미 한 번 어그러져, 자퇴 이후에 한 번의 실패를 더 경험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한 단계 더 어려운 일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이나 주변인이 자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그 대책이 '합리적'인지 혹은 '거짓'인지 명확히 구분해 보고, 적정한 방법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길 간곡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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