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는 실패했지만, 두 번째는 성공했습니다
이전 글에서 내가 중학교 자퇴를 한 이유를 해결하지 못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기에 첫 번째 고등학교에서도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 자퇴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거기서 멈췄다면 아주 마음 아픈 이야기였겠다. 하지만 나는 다행스럽게도 첫 번째 고등학교 자퇴 이후, 이듬해 두 번째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3년간 과정을 잘 이수하고 무사히 졸업했다. 물론 학교를 2번이나 자퇴했던 탓에 자퇴에 대한 심리적 임계점이 낮아서 자퇴를 고민했던 적은 있지만, 최종적으로 자퇴까지는 이르지 않고 졸업했다.
첫 번째 고등학교에서는 졸업을 하지 못했지만, 두 번째 고등학교에서는 졸업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자퇴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 했다는 데 있다. 때로 학생들의 자퇴는 다소 충동적이고 감정적 이어서 보이지만, 자퇴란 결정은 학생들에게 상당한 무게인 만큼 일반적으로 근본적인 원인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중학교와 첫 번째 고등학교의 자퇴 사유는 '또래 집단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집단 내 상호작용'이 주요했다.
나는 이 문제가 아주 운 좋게 해결되었다.
첫 번째 고등학교는 남고였지만, 두 번째 고등학교는 남녀공학이었다. 남녀공학은 비교적 나에게는 적응하기 편한 분위기였다. 또한 첫 번째 고등학교에서 생활했던 기간 덕분에 교우들을 대하는 것도 좀 더 원활했다. 특히 나이가 한 살이 더 많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서로 존중하는 태도로 소통을 했던지라 내 미숙함이 조금 숨겨지기도 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집단 내 상호작용'에 대한 부분이 많이 해소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운 좋게 마음이 맞는 친구가 생겼다. 나랑은 결이 좀 다른, 노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잘하던 친구였다. 당시 그 친구의 마음을 알 수는 없으나, 노는 것에 미숙했던 나를 데리고 시내와 같은 곳들을 참 많이 놀러 다녔다. 한 주에 2~3번씩 만나서 놀기 시작하면서 친구들도 점차 생기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또래 집단 문화에 대한 이해와 행동'이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나는 두 번째 고등학교에서는 중학교나 첫 번째 고등학교에서와 같은 어려움을 다시 겪지 않았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된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여러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정말 행운으로 해결된 것이다. 또 다른 경우에는 교육자 혹은 보호자에 의해 해결될 수도 있고, 혹은 본인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해결될 수도 있다.
자퇴 앞에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자퇴 이후 복교의 앞에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자산을 동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꼭 많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생각보다 '자퇴'라는 키워드는 본인을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에게 너무나 무겁고 당황스러울 수 있는 일이라, 이와 같이 명징하게 검토해 볼 기회가 없이 문제 앞에서 어리바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자퇴뿐만이 아니라 특별한 대비 없이 하는 복교도 마찬가지다.
자퇴도 결국은 사람이 겪는 문제이자 선택이고, 여느 문제와 같이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이다. 이 글을 계기로 한 번 더 차근하게 '자퇴'와 '복교'를 직시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