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상담 시리즈 _ 1편
자퇴에 대한 칼럼을 올린 이후 자퇴 상담을 많이 하고 있는데, 대체 자퇴 상담은 무엇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 글을 써본다. 현재 자퇴의 상황을 마주한 학생과 학부모라면 아래 글을 읽고, 생각과 대화에 활용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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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자퇴를 하려고 마음을 먹고 필자를 찾아오는 학생들 대부분은 학교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학생이 느끼기에 극복할 수 없는 것이어서, 자퇴라는 방식으로 피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려움'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 교우 관계의 어려움
- 사제 관계의 어려움
- 시험 스트레스로 인한 어려움
- 트라우마로 인한 특정 상황에 대한 어려움
- 공황장애 등으로 인한 어려움
등이 존재한다.
특정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퇴를 고민하게 될 경우 학생들은 처음에는 합리적인 해결책으로서 자퇴를 고민하고 제안하지만, 학교에서 어려운 상황에 자주 처하면서 감정이 동요하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또한 자퇴라는 단어를 머릿속으로 되뇔수록 자퇴라는 방식에 의존하고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처음 자퇴 고민이 시작되었을 때 상담을 받는 것보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 상담을 받게 되는 경우 상담이 어려워지곤 한다)
이런 상황에 처한 학생들과 상담할 때는 학생이 경험한 '어려움'에 대해 철저하게 해체할 필요가 있다.
- 학생이 느끼는 것만큼 그 어려움이 극단적인지
- 그 어려움은 객관적인 시선에서 볼 때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
- 그 어려움이 정말로 자퇴를 통해서 극복될 수 있는지
- 자퇴보다 좀 더 완곡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지 등
이렇게 철저하게 해체해 보면 절반 넘는 학생들이 자신이 자퇴를 하지 않고, 해당 문제를 해결해 낼 방법(해결책)을 발견하곤 한다. 교우 관계를 타 지역 전학으로 해결하거나, 학교의 특정 과목에 대한 트라우마를 학교와의 협의 하에 해당 시간에 보건실에 가는 방식으로 해결은 등 교육(학교) 전문가의 입장으로 바라볼 때 학생보다 훨씬 더 많은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결책이 발견되었다고 바로 자퇴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는 경우도 많다. 상담을 통해 새로운 해결책이 제시되긴 했으나, '자퇴' 또한 매우 강력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자퇴에 대한 선언을 가족에게 했고, 자퇴에 대한 장점을 많이 발견한 상황이기 때문에 제시된 해결책보다 자퇴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한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자퇴의 리스크와, 계속 학교를 재학하는 것에 대한 장점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심리적으로 우세한 지위에 있던 자퇴의 지위를 계속해서 비교열위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자퇴를 방지하기 위한 강압으로 보아선 안 되고, 일반적으로 너무 자퇴에 쏠려있는 마음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준화시키는 데 있다.
(실제로 필자는 자퇴 상담이 들어올 경우 상담의 결과가 자퇴일 수 있음을 충분히 고지하고, 실제 상담했을 때 자퇴가 필요한 경우 상담 결과로 자퇴를 권유한다. 상담의 30% 정도는 합리적 대안으로서의 자퇴를 권유한다)
이렇게 '어려움의 해체', '해결책의 발견', '자퇴 리스크/재학 장점 검토'의 과정을 거치면 한 번의 상담이 끝난다. 경험상 50% 정도의 학생은 자퇴를 할 마음을 접고 제시된 해결책을 기반으로 학교 생활을 해나갈 마음을 가지며, 30% 정도의 학생은 모든 검토를 해보았으나 필자와 학생 모두 자퇴를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도출되고, 20% 정도의 학생은 필자는 자퇴를 하지 말고 해결책을 통해 개선하길 권하나 학생은 동의하지 못한 상태로 상담이 끝난다.
필자의 철학이나 자퇴 상담은 감정에 호소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퇴는 일반적으로 명확한 사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자퇴 상담은 '컨설팅'에 가깝다.
이 글이 자퇴를 고민하고 있는 당사자 혹은 주변인에게 좋은 생각과 대화의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