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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경 Feb 04. 2022

중·고등학교 자퇴 사유가 부끄러워 숨길 때

중학교, 고등학교 자퇴의 대화 앞에 선 학생과 학부모에게

나는 모든  제목에 ‘·고등학교라는 단어를 붙인다.

아무래도 자퇴라고 하면 우리 사회에서 중학교나 고등학교보다는 대학 등에서 훨씬 많이 쓰이는 단어인 듯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자퇴는 중등교육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많은 속성을 공유하지만, 대학교의 자퇴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렇기에 이 글을 먼저 제목으로 접하는 사람들에게 “이 글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자퇴에 대한 글이다”라고 말하고 싶어 제목에 억지로 붙이고 있다. 제목이 갈수록 어색해지는 듯하여 글에 들어가기 전 짧은 변명이다.


나는 나의 자퇴 사유가 부끄러워서 숨겼다.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에서 솔직하지 못하다. 나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할 때도 있고, 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워서 본인의 문제에 눈 감기도 한다.

나도 자퇴를 할 때 나의 사유가 부끄러워 다른 사람에게는 나의 자퇴 사유를 꾸며내 말했다. 나의 중학교 자퇴의 본질적 사유는 학교폭력을 비롯한 교우관계였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과 선생님께 “컴퓨터 전문가가 되기 위해 일찍부터 학교에 다닐 시간을 아껴 컴퓨터를 배우겠다”고 말했다. 당시에 공부 하위권을 맴돌았고, 딱히 잘하는 것이라고는 영재교육을 받던 컴퓨터밖에 없었으니 나에게는 가장 합리적인 이유였다.


깊게 숨겨놓은 ‘비밀 생각보다 견고하다.

어른들은 아이 대부분의 비밀을 꿰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등학생이 아니라 중학생 정도가 꾸며내는 말 정도야 충분히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나도 자퇴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이들이 즉석 해서 짜낸 거짓말 정도야 어른의 삶에 대한 관록으로 쉽게 간파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퇴에 대한 비밀은 금방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에게 자퇴란 인생 최대의 결심이자 도전일 것이다. 이런 도전 앞에서 만들어내는 숨김과 비밀이 절대 짧은 고민에서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내 중학교 자퇴의 진실을 23살 정도가 되어서 책을 쓰면서 부모님과 학교에 오픈했다. 한 학년에 두 반밖에 되지 않아서 유난히 친밀하게 지냈던 학교의 선생님들도 놀랐고, 유아교육을 전공해서 양육에는 제법 자신이 있었던 나의 어머니도 놀랐다.


우리 모두 자퇴 사유에 대한 너른 이해를 했으면 한다.

우선 학부모와 교사가 너른 마음으로 대화와 과정에 임해야 학생은 솔직해질 수 있다. 결국 학생이 자퇴를 결심했다는 것은 그 문제가 최소한 학생에게 있어서는 다른 대부분의 친구가 다니는 학교를 벗어날 만큼 막중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같은 상황에 있어서 고통의 크기가 누에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관용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 학생이 모종의 문제를 가지고 꺼낸 자퇴 이야기에, 그 사유를 편협한 시각과 마음으로 무시한다면 학생에게는 상처가 될 것이며 앞으로 더욱이 많은 비밀을 만들어낼 것이다.

학생은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가감 없이 어른들에게 말해야 한다. 본인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답을 자퇴로 국한하지 말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 해결책을 여러 방면으로 열어놓고 대화해야 한다. 그랬을 때 다른 사람들이 본인의 문제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혹여 자퇴가 필연적인 선택일 때 그 자퇴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도울 수 있다.


나는 자퇴와 관련한 건강한 대화를 권한다.

어떤 누가 자퇴 상담을 와도 가장 강조하는 것이 건강한 대화이다. 우리는 자퇴라는 다소 생소하고도 극단적 이어 보이는 주제 앞에 예민해진다. 그리하여 서로가 더 많은 것을 숨기고, 감정적으로 상황에 대응하며, 극단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가곤 한다.

결국 자퇴도 살아가는 과정의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이 본질을 이해하고 건강한 대화를 되찾을 때, 모든 문제가 그렇듯 원만한 결과를 도출하리라 믿는다.

오늘도 이 글이 누군가에게 원만한 대화로 가는 하나의 단서였길 바란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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