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검정고시 경험을 가진 입시 학원 원장의 생각
나는 중학교 검정고시를 쳤다. 학교폭력으로 지쳐 그만둔 중학교를 다시 갈 생각이 없었기에,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서 검정고시를 응시했다. 나는 검정고시를 잘 친 사람은 아니다. 검정고시를 잘 쳤다고 하려면 전과목에서 0~2개 정도를 틀려야 하는데(이 정도 수준이라도 현역 학생의 상위 10% 안에 들기 어렵다) 나는 평균 86점 밖에 되지 않기 떄문이다.
그래도 중학교 검정고시 이후 2번의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다행스럽게도 공부에 정을 붙일 수 있었고, 고등학교는 내신 1.1 등급으로 졸업하며 원없이 공부를 해볼 수 있었다. 교육대학원을 다니는 지금은 교육을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중학교 검정고시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 나의 경험과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는 기본적으로 매우 쉽다. 아마 중졸 검정고시는 중학교 1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상위 20% 수준으로 풀 수 있는 학생이라면 충분히 풀 것이며, 고졸 검정고시는 고등학교 1학년 9월 모의고사를 3등급 수준으로 풀 수 있는 학생이라면 충분히 풀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배우지 않은 영역의 문제를 풀지 못해 점수는낮을 수 있겠지만 합격 수준은 충분히 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시험 중에 유일하게 붙여주려고 만든 시험이 '검정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검정고시의 난이도는 최소한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 '검정고시'를 붙었다고 실제로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보면 안 된다. 나는 중졸검정고시를 응시하고,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해당 고등학교가 수준이 비교적 낮은 학교였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하위권이었다.
종종 중학교 자퇴를 고민하는 글들을 보면 검정고시에 대한 우려와 고민들이 있는데, 기필코 검정고시는 과정이 되어야 하지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중학교를 자퇴했다면, 검정고시 이후에도 공부가 필요할 것인데, 검정고시를 기준으로 공부했다면, 만약에 본인이 의지가 생겨 정규 교육과정을 밟게 되었을 때 정상적인 적응이 어렵다.
나는 본인의 삶의 목표를 정확히 정한 다음에, 검정고시 성적은 온전히 수단으로만 바라보길 권한다. 그 이상으로 이 시험을 바라보게 되면, 다른 학습 역량을 필요로 하는 시험에서 절대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사람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데(모든 생물이 그렇듯), 검정고시 성적을 기댓값으로 설정한다면 다른 시험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만약 공부가 목표가 아니어서, 검정고시로 공부를 마치길 원하지 않는다면 검정고시는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할 문제로 남겨두길 원한다. 물론 검정고시 수시 등 높은 성적이 필요한 소수의 상황은 예외이다. 하지만 공부를 통해 뭔가를 도전해야 한다면 검정고시 성적이 필요하기 보다, 다른 공인 성적이 필요할 것이다. 이럴 때 검정고시를 별도로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는 매우 빠르게 성적을 취득하고, 다른 집중해야 할 공인 성적에 노력을 다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벼룩을 작은 통에 넣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벼룩은 그 통에서 나오더라도 평생 그 통의 높이를 넘어선 뜀박질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검정고시가 누군가의 작은 통이 되지 않고, 또 그 통의 높이를 평생의 한계 혹은 목표로 느끼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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