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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경 Feb 14. 2023

자퇴가 목표가 되지 않아야 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자퇴를 하며 얻은 사실들

자퇴에 대한 상담을 참 많이 하게 된다. 아무래도 두 번씩이나 자퇴를 하고도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으니 나름 정확한 정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자퇴는 절차 자체는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자퇴를 결심하고 상호 협의한 상태에서의 상담은 거의 없다. 주로 자퇴를 할지-말지 고민하는 단계에서 상담을 요청한다.


상담사로서, 그리고 전문가로서 어떤 문제에 대한 문의가 오면 속 시원하게 하나를 선택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담을 받으러 갔지만 검색 조금만 해보면 다 아는 이야기를 하고, 다시 내담자에게 선택을 맡기는 것은 내담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물론 그래야만 하는 상황과 상담도 많지만, 최소한 나에게 자퇴에 대한 고민을 가진 경우에는 그렇다. 자퇴는 시기 또한 매우 중요하기에.)


그래서 2~3번 정도 상담을 하고 나서는 자퇴에 대한 결정을 내려주곤 한다. 그 결정에 앞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자퇴가 '목표'인지 '수단'인지에 대한 것이다. 


자퇴를 하기 위해 오는 학생들 중 다수는 자퇴가 목표인 경우가 많다. 지금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아니면 학교와 맞지 않는 여러 사정을 가지고 있기에 자퇴를 목표로 삼고 행동하는 것이다. 자퇴는 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고, 자퇴 이후의 플랜은 갖고 있지 않다.


이런 경우 자퇴의 끝이 대부분 좋지 않다. 자퇴를 함으로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모든 것을 얻었기 때문에 이후의 삶이 방만해지거나 무기력해지기 쉽다. 또한 이 경우 자퇴 이전에 여러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자퇴 이후에 보상 의식으로 자퇴 이전보다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기를 바란다. 이런 경우 정규교육과정을 이수했을 때 기대되는 본인의 성취보다 당연히 더 적은 성취를 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자퇴가 수단인 경우가 있다. 어떤 사유로 학교에서 자퇴를 하고자 하지만, 자퇴는 수단이고 매개일 뿐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한 상황이다. 본인이 학교에서 정말 적응하기 힘든 신체적 특성을 갖고 있어, 학교를 그만두고 본인이 안정을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 학습을 하여 가고 싶은 학교가 있다거나, 본인이 특수한 분야에서 재능이 있는 듯하여 그 곳에 집중적은 시간 투자를 하고 싶다던가 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자퇴가 목표인 경우 보다는 훨씬 사후 경과가 좋은 듯하다.


물론 자신은 자퇴가 목표이지만, 수단인 것처럼 속여내는 학생들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본인이 속이려고 하는 것인 아니지만, 스스로도 속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전문가의 능력이나 학부모의 관심에 달려 있겠다. 


만약 자퇴가 목표라고 해서 무조건 자퇴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부터 합리적으로 생각하여, 자퇴가 수단이 될 수 있는 여러 경로에 대해 생각해보고 다시금 플랜을 꾸려나간다면, 자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마지막까지 자퇴가 수단으로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판단이 들면 그때는 자퇴에 대한 과감한 포기도 필요할 수 있겠다.


자퇴를 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리고 그 행복이 지속될 수 있다면 난 언제나 자퇴를 권한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말리고 싶다. 이 글을 읽고, 또 권해주는 사람의 자퇴가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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