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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경 Jun 29. 2023

고등학교 자퇴 후 재입학, 대입 성공한 사람으로서 후기

내신 5등급에서 1.18 등급으로 교대까지

본격적인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개인적인 학습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포항의 A고등학교에서 한 학기 정도를 지나고 자퇴했다. 이듬해 포항의 B고등학교에 재입학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A고등학교에서 나의 내신 성적은 5등급 수준이었다. 하지만 B고등학교에서 내가 대학에 지원할 당시 내신은 1.18이었다. 나는 이 내신으로 '대구교육대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학과'에 합격했다. A고등학교를 그대로 졸업했다면 불가능한 결과였을 것이다.


물론 나는 중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응시했다는 학습적 특성이 있고, 더 좋은 대학을 진학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퇴 후 재입학을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퇴 후 재입학'의 경험이 있고, 자퇴 이후에도 입시 및 자퇴 컨설팅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갖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자퇴 후 재입학'을 권장하거나, 비판할 생각으로 작성하지 않았다. 다만 경험자로서, 컨설턴트로서, 교육학 전공자로서 온전히 현상만을 중심으로 기록했다. 그렇기에 이 글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다소 단정적이다. 이 사회적 현상에 대해 고민이 있거나, 혹은 자퇴 후 재입학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 혹은 학부모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고등학교 자기소개서 작성 기간, 고등학교에서(2017)


'자퇴 후 재입학'이라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기존에 불리던 '자퇴 후 재입학'은 모종의 사유로 고등학교를 자퇴했으나, 그 사유가 해소되어 이듬해 다시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말했다. 하지만 지금 사회적 문제로 지목되는 자퇴 후 재입학은 "내신 성적을 초기화하고, 공부할 시간을 조금 더 벌 전략"으로 행해지는 것들을 말한다.


자퇴를 하고 이듬해 재입학을 하면 이전 학교에서 받았던 내신 성적은 사라지고, 재입학 이후 받은 내신 성적이 기록된다. 그렇기 때문에 1학년 때 내신이 생각보다 너무 나오지 않아 희망하는 대학에 지원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선 학생들이, 자퇴 후 재입학을 통해 학습 시간을 벌고 내신을 초기화할 목적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자퇴 후 재입학'이 지금과 같이 전략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된 배경에는, '재수'와 '반수'가 너무 흔해진 탓이 있다고 본다. 2021년 입시에서 인서울 대학교 신입생의 35%가 재수생이었다. 또한 교육부 자료인 '2020~2022년도 의대 정시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해당 3년 동안 18개 의대 정시 최초 합격자 중 78.6%가 재수생을 포함한 N수생이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 재수를 하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하고 재입학을 해서 1년이 늦어지나 대학을 가는 시기는 같다. 재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보편적이 어질수록, 자퇴 후 재입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관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들이 '재수'라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퇴 후 재입학'을 선택하게 되는 관점을 우선 살펴보자. 정시를 중심으로 대학 진학을 시키는 학교라면 학생들은 정시를 시도하고 안 되면 재수를 하는 것으로 주로 전략을 설정할 것이다. 


하지만 수시를 중심으로 대학에 진학을 시키는 학교라면, 졸업 이후 재수를 하더라도 내신 성적을 바꿀 수 없으니 수시에서 지원 가능한 대학이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고등학교 재학 기간 수시를 중심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단 1년의 재수를 통해서 수능 성적을 극단적으로 높여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 또한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수시를 중심으로 진학을 시키는 고등학교 재학생의 경우 '재수'보다는 '자퇴 후 재입학'이 동일 기간 대비 효율이 훨씬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특성 탓에 자퇴 후 재입학이 전략으로 활용되는 학교는 대부분 '수시 중심'의 학교들이다. 



자퇴 이후 공부를 했다는 전제 하에, '자퇴 후 재입학' 전략은 수시 중심의 학교에서 실제로 제법 효과적이다. 수능은 워낙 범위가 방대하고, 시험의 수준 자체가 높기 때문에 재수를 해도 성적이 올라가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 하지만 수시의 경우 개별 시험의 범위가 매우 좁고, 수능보다 암기 중심이기 때문에 재입학을 해서 내신 시험을 보면 대부분 성적이 올라간다. 또한 한 번 높은 내신을 받아보면, 그 내신을 받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공부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감이 있기 때문에 그 내신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1학년 내신이 꾸준히 유지되지 못하더라도, 이전 학교에서 받았던 내신에 비해서는 높은 성적을 꾸준히 받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자퇴 이후 공부를 하지 않았던 학생들의 말로는 처참한 경우도 많다. 자퇴를 한 이후, 처음으로 하루종일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게 된 청소년이 학습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런 자유로운 삶에 물들어버리면, 재입학에 대한 마음은 멀리 떠나버리고 검정고시로 대학을 진학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경우도 상당히 볼 수 있다.


자퇴 이후에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의지 혹은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학교에 복귀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이 친구들도 보통 결과는 좋지 않다. '자퇴 후 재입학'을 전략으로 하는 학생들은 보통 자퇴를 할 때 자신이 성적을 높여 재입학할 것을 주변에 공언한다. 가깝게는 가족부터, 멀게는 친구들에게까지 말이다. 하지만 자퇴를 했다 재입학하여 후배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는데, 성적이 과거와 비슷하다면 학생의 감정은 처참할 것이다. 다시금 자퇴를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학업에 대한 동기가 더욱 저하된 채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기도 한다.


자퇴 후 재입학은 공부를 지속한다면 대부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만, 생각보다 아주 많은 학생들이 자퇴 이후에 꾸준한 학습을 하지 못하고, 이를 통해 과거보다 더 좌절스러운 결과를 맞이한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자퇴 후 재입학'에 있어서 학업 이외의 고려 사항들도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교우관계'이다. 한 살 어린 친구들과 고등학교를 잘 다닐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입학 이후 본인의 목표가 달성되었는지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친다.


재입학 이후 성적을 높이겠다는 목표가 도달된 친구들은 대부분 문제가 없다. 한 살 차이가 큰 차이도 아니고, 당장 한 학년 위에 본인의 친구들이 있기도 하기에 교우 관계에서 특별히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은 보지 못했다. 오히려 필자는 재입학 이후 내신 성적이 크게 높아져 학교 생활에서 자신감을 얻어, 이전보다 더 원만한 교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다만 재입학 이후 성적을 높이겠다는 목표가 좌절된 친구들은 교우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봤다. 본인이 공언한 목표를 이루지 못한 데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도 있을 것이고, 한 살 어린 학우들 사이에서 하는 경쟁이 동갑들과 경쟁할 때와 또 다른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물론 이와 같은 학우 관계는, 자퇴 이전에도 학우 관계에 문제가 없었던 친구들을 전제로 말하는 것이고, 평소에 교우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친구들은 재입학 이후 또래 집단 형성이 이전보다 더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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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 후 재입학'은 다시 고등학교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이 선택을 할 때 별로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선택하는 듯하다. 하지만 내가 경험하고, 컨설팅하고, 공부한 자퇴 후 재입학은 생각보다 많은 위험 요소가 있다. 


'아주 무난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그러니까 무난하게 자퇴를 하고, 무난하게 공백 기간 동안 공부를 하고, 무난하게 고등학교에 입학해, 무난하게 이전보다 나은 성적을 받는다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아마도 입시에서는 분명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다. 하지만 '자퇴'라는 상당히 특수한 상황 속에서 '무난함'을 지킨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자퇴 후 재입학'이란 전략은 매우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부디 숙고하여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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