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vs 서점

커버 사진 @ 지금은 사라진 서점 '책이는 당나귀'

by 구디너프

나는 삼 년 반 동안 동네서점을 한 발만 걸친 채 운영했다. 주 운영자는 남편이었고 나는 기획부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낮에는 도서관으로 출근하고 밤에는 서점 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했다.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에 있는 열 평이 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서점이었다.


어느 날 누군가 물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데도 서점을 하시네요?”라고. 도서관과 서점이 아주 다르다고 생각한 나는 오랫동안 그 질문에 매달려 있었다. 책을 읽고 행사를 열고 사람을 만난다는 점에서 둘은 같았다. 그런데 그것 외에는 모두 다르게 느껴졌다. 도서관은 무료, 서점은 유료? 같은 형편없는 답만 떠올리다가 마침내 답을 찾는 것을 포기했다. ‘명확하게 얘기할 수 없는데 아무튼 달라. 너도 일해보면 알 거야.’ 정도의 답으로 퉁치려 했다. 그랬더니 나더러 10문 10답을 하란다. 싫다고 했더니 5문 5답이라도 하란다.


Q. 도서관과 서점, 가장 큰 차이는 뭐예요?

A. 도서관도 서점도 유형이 다양해서 하나만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는 좀 힘든데요. 도서관만 해도 국립, 공공, 대학, 전문, 작은 도서관으로 다양하고 서점도 대형서점, 동네서점, 온라인서점, 중고서점으로 다양하니까요. 규모나 목적에 따라 운영 방식과 하는 일이 모두 다르지만 가장 큰 차이는 뭐니 뭐니 해도 머니죠. 아, 이런 철 지난,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해서 미안합니다. 제가 좀 옛날 사람이어서. 도서관은 무료 이용, 서점은 유료 이용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겠네요. 도서관은 자본의 영향을 덜 받기에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고, 서점은 아무래도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 같네요. 반대로 정치적으로는 서점이 더 자유로울 것 같습니다.


Q. 사람들이 빌리러 오는 책과 사러 오는 책이 다른가요?

A. 사람들은 잘 모르겠고, 저는 달라요. 빌리는 책은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지 않고도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들, 글쓰기 용도로 책의 일부만 살펴보는 참고자료, 사고는 싶은데 비싸서 나에게 맞는 책인가 아닌가 간 보는 용도. 이 정도 되겠네요. 그 외 모든 책은 삽니다.


Q. 사서 경험이 서점 운영에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A. 됩니다, 되요. 아주 많이 됩니다. 우선 도서관과 서점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책을 읽고 행사를 열고 사람을 만나는 플랫폼인 거잖아요. 그렇다 보니 사서와 서점지기가 하는 일이 비슷해요. 책을 고르고 대출(또는 판매)하고 행사를 기획해서 운영하는 일들이 모두 같아요. 그리고 서점은 작가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열 때 정부 지원을 받기도 하거든요. 그때 쓰는 지원서가 도서관에서 쓰는 보고서와 아주 유사합니다. 그렇지만 도서관에서의 일의 범위가 훨씬 넓습니다. 도서관에서 다들 무슨 일을 하느라 그리 바쁜지, 20년 넘게 일했는데도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거든요.


Q. 도서관에서 정책 중심의 일을 하다가 서점 운영까지 하게 된 계기는 뭐예요?

A. 그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되게 많은데 다 할 수가 없어요. 다 하고 나면 내 속이야 후련하겠지만… 도서관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하려고 해도 고민이 많고 부담도 많았어요. 하고 싶은 일을 실험적으로 해보려고 서점을 열고 스스로 기획부장 직함을 달았어요. 그러고 나니 제가 결재를 받을 필요가 없는 거예요.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게 된 거죠. 제가 기획한 일이 실패해도 누구도 나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아요. 제가 부장인걸요? 그러니 아이디어가 막 솟구치겠죠? 하고 싶은 일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다 보니, 이건 일이 아니고 놀이더라고요. 그제야 알겠더라고요. ‘당신의 재능과 세상의 필요가 교차하는 곳에 당신의 천직이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이거였구나! 부패하지도 않고 질식되지도 않을 일*이 바로 이것이로구나! 길게 돌려서 말했지만 저는 결국, 경직된 관료체제가 아닌 스타트업에서처럼 린하게 일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킨다(알베르 카뮈)


Q. 도서관도 서점도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책의 미래’를 어떻게 보세요?

A. 제가 책의 미래에 대해 논할 자격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느낀 점은 '아, 사람들이 진짜 책을 안 읽는구나, 안 사는구나'였어요. 커피값은 안 아끼는데 책값은 많이 아끼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게 이해가 잘 안 되었어요. 커피는 2시간짜리 행복이지만 책은 적어도 일주일짜리 행복이거든요. 책이 행복에 있어 가성비가 더 높지 않나요?


아무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년에 한 번씩 국민독서실태조사라는 걸 해요. 거기 보면 2023년 기준, 1년 간 성인의 평균 독서량이 1인 3.9권으로 나와요. 생각보다 높아서 놀랐는데, 왜냐면 제 주변엔 1년에 한 권도 안 읽는 사람도 많거든요. 사실 읽는 사람이 많이 읽어서 안 읽은 사람의 비율을 높여준 거라고 생각해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우리나라는 독서에 관해 참 아이러니한 나라라고요. 문맹률은 낮은데 독서율도 낮고, 독서율은 낮은데 출판양은 많다고요. 그러니까,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인구는 많은데 책 읽는 사람은 없다는 거고, 책 읽는 사람은 없는데 책은 많이 출판된다는 거예요. 이건 책을 안 읽는 게 아니라 못 읽는 것이고, 책을 읽는 근육, 그러니까 독서력이 없는 거라고 하더이다. 입시 준비에 취업 준비에 아르바이트하기 바빠서 그렇대요. 이런 사람들이 삶이 공허해질 무렵 책을 읽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 삶이 공허해질 무렵의 나이에 도달한 사람들을 노려봅시다. 아 참, 또 이런 말도 했어요. 책은 옛날부터 소수의 사람들만 읽고 즐기던 거라고. 그러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책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바닥에 있었다고 인정하면,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잖아요?

*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렸던 서평 강의(2014년)에서 로쟈가 한 말이다.


Q. 다섯 가지 질문 다 끝났는데 마지막을 하나만 더 해도 되나요?

A. 하세요.


Q. 작은 서점은 도대체! 어떻게 유지돼요?

A. 유지가 잘 됐다면 서점이 안 망했겠죠? 책도 팔고 커피도 팔고 술도 팔고 뇌도 팔고…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요. 그래도 서점지기의 최저임금이 안 나와요. 서점을 버티게 하는 동력은 그야말로 책과 서점과 사람에 대한 열정인데, 그게 바닥나면 끝난다고 봐요, 슬프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