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비를 아십니까?
화투는 19세기 말 대마도 상인들에 의해 조선에 전해졌으며,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1902년 황성신문의 잡화 광고에 화투가 포함되어 있어, 일제강점기 이전에 이미 보급되었다는 사실이다.
화투가 단순한 오락기구가 아니라 식민지배의 도구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 귀환하는 일본인들에게 화투를 지급해 보냈다는 증언은, 이것이 조선인들의 의식을 흐리게 만드는 '정신적 아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고스톱의 기원에는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종의 합성' 이론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농학자 우장춘 박사다.
을미사변에 가담한 친일파 우범선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일본과 한국 사이의 '경계인'이었다.
우장춘은 화투의 수학적 확률 연구에 몰두하여 책을 쓰려다 상관에게 혼났을 정도로 게임에 심취했다.
1950년 한국에 귀국한 후, 그는 한국말이 서툴러 직원 통솔에 어려움을 겪던 중, 일본의 코이코이를 한국인의 경쟁심과 투기심에 맞게 변형시켰다.
'고이(こい, 덤벼라)'라는 일본어 명령형에 영어 'stop'을 결합한 '고스톱'이라는 이름도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1960-70년대를 거치며 고스톱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정치 풍자의 도구가 되었다.
'전두환 고스톱' 같은 변형 규칙들이 등장하여 정치인의 행태를 패러디하고 권력 획득 과정을 비판했다.
'싹쓸이' 규칙은 전두환 정권의 강압적 집권을 풍자했고, 각 대통령의 이름을 딴 변형 룰들은 민중들의 비판 의식을 담았다.
1987년에는 '전국고스톱통일안'이라는 출처 불명의 인쇄물이 등장하여, 규칙 시비로 인한 살인사건까지 발생할 정도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고스톱은 반세기를 넘는 세월 속에 한국적 문화 세례를 받아 한국인의 기호에 맞게 뿌리내렸다.
일본의 코이코이가 단순히 족보를 맞추는 게임이었다면, 고스톱은 '3장 고 넘기기', '쪽', '피박', '광박' 같은 독창적 규칙과 심리전을 추가했다.
특히 승부를 계속할지 멈출지 선택하는 '고'의 심리전은 한국인 특유의 승부욕과 투기심을 반영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연구관은 "기원이 어디든 한국에 도착해 한국 사람들이 즐기면 한국 문화"라고 강조했다.
이는 문화의 본질이 기원이 아니라 수용과 변형, 그리고 생활 속 정착에 있음을 보여준다.
1990년대 후반 PC통신을 거쳐 인터넷 고스톱으로 진화한 고스톱은 21세기 웹게임 산업의 주축이 되었다.
한게임, 피망 등의 포털은 고스톱으로 수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며, 일제 잔재였던 화투가 한국의 IT 강국 이미지와 결합하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냈다.
화투와 고스톱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다.
식민지 유산이 어떻게 토착화되고, 민중의 놀이문화로 변모하며, 정치적 풍자의 도구가 되고, 최종적으로는 디지털 산업으로 발전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한국인의 '문화적 소화력'을 증명한다.
외래문화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서와 필요에 맞게 재창조하는 능력이다.
고스톱은 단순한 카드게임이 아니라, 일제강점기부터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시대를 거치며 한국인과 함께 진화한 '살아있는 역사'인 것이다.
고스톱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 회사의 수익은 어디서 발생할까?
광고나 제휴 같은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게임머니를 판매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게임머니를 왜 살까?
회원 가입을 하면 약간의 게임머니를 충전해주고, 만약 다 잃으면 최소 3번, 어떤 곳은 그 이상 다시 충전을 해준다. 또 이벤트에 참여하면 게임머니를 추가로 충전해주곤 한다.
유저 입장에서는 게임머니를 무료로 계속 주는데, 돈 주고 살 이유가 없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실 게임머니를 판매하는 것은 사행성 조장 위험이 있어서 기본적으로 불법이다.
게임머니의 직접 판매는 등급 심의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게임머니 판매에서 수익이 난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대부분의 인터넷 고스톱(포커 포함) 게임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무료로 하다 보면 다 잃었을 때 충전되는 횟수가 제한되는 등의 이유로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무료로 지급되는 게임머니는 보통 소액(고스톱 머니 10만 원 정도)인 반면, 유료로 구매하는 게임머니는 금액의 단위 자체가 다르다.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다.
당연히 돈을 많이 땄을 때 게임의 재미가 더 있기 마련인데,
무료로 주는 게임머니로는 소위 말하는 큰 판에 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무료로 아무리 점 100원 채널에서 연전연승을 거두어도, 점 1,000원 채널로 올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접속하는 인터넷 게임의 특성상, 승률은 50%에 수렴한다.
운이 어느정도 작용하는 게임의 특성상 게이머가 들인 노력의 여부, 즉 게임을 하는 시간이나 고스톱 실력과 관계없이 높은 등급의 채널로 올라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극히 예외의 경우로 고스톱에서 가끔씩 오프라인 친선 경기에서 보기 힘든 5고, 6고 같은 판이 두세 번 연속 일어나서 상대를 그야말로 넉다운시키는 경우가 있는데,그마저도 낮은 등급의 채널에서는 내가 돈이 없는 만큼 상대방도 돈이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의 돈을 다 딴다 한들 상위 채널로 올라갈 만큼의 시드머니를 얻는 것은 어렵다.
당연한 얘기지만 상대방이 올인되면 그만이지, 인터넷 고스톱에서 도박 빚 따위는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100만 원의 시드머니를 들고 100판을 다 이겨야(실제로 불가능에 가까움) 규모가 큰 판으로 갈 수 있는데, 천 원만 결제해도 한 번에 규모가 큰 판으로 갈 수 있다.
점 100원 방에서는 맞고 승리 기준인 7점이 나도 700원만 따는데, 점 1,000원 방에서는 7,000원을 한 번에 딸 수 있다.
점 100원 방에서 7,000원을 따려면 70점이 나야 하고, 대략 3고 정도는 가야 가능하다.
두 번째는 게임머니 판매의 위법성을 회피하는 방법이다.
사실 눈 가리고 아웅에 가까운 방법인데, 소위 '아바타'라고 하는 게임 속 프로필 꾸미기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게임머니를 얹어주는 것이 대부분이고, 경험치를 더 준다든지 하는 아이템 등에 함께 게임머니를 주는 방식이다.
고객은 당연하게도 게임머니를 구매한다고 인식하며, 취소나 환불이 되지 않음을 굉장히 명확하고 자주 고지한다.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는 게임 회사의 수익을 설명하는 것에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나는 그냥 재미로 점 100원 채널에서 하루 1시간 정도만 가볍게 칠게" 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텐데 어떻게 수익이 날까?
그리고 아바타 같은 거에 혹해서 게임머니를 사는 경우는 정말 극소수일 텐데 더더욱 의아하다.
조금 더 들여다보기 위해 이제부터 고스톱의 경제학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가족들끼리 추석에 모여서 치는 고스톱과는 달리, 인터넷 고스톱은 엄연히 인터넷 세상의 카지노이다.
카지노를 이용하려면 입장권을 내거나 딜러비라고 부르는 수수료를 판마다 부과한다.
인터넷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보통 맞고 기준으로 판마다 7~8% 정도의 수수료, 즉 딜러비를 승자에게 부과한다.
(패자에게는 부과하지 않으니 나름 인간적이다.)
점 100원 기준으로 7점이 나야 승리를 하는 맞고의 경우, 패자는 700원을 잃지만 승자는 딜러비를 제하고 700원의 93%인 651원을 따게 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사라진 49원의 나비효과는 대단하다.
앞서 인터넷 고스톱의 승률은 50%에 수렴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평균을 이야기하는 거고, 게이머의 체감은 조금 다르다.
크게 잃거나 크게 딴 판이 기억에 남게 마련이고, 맞고의 특성상 최소 점수인 7점에서 멈추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점 100원 채널에서 매 판 10점, 즉 1,000원이 오고 가고 내 고스톱머니가 10,000원이 있다면, 단순 계산상 딜러비로 인해 143판을 치면 두 사람 모두 0원이 된다.
맞고는 보너스패가 대부분 3장이고, 피박·광박·고박·흔들기·멍따 등 2배를 만들 수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사실 20점은 우습게 난다고 보고, 이 경우 70판 정도면 0원이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수학적 계산일 뿐이지, 사실 상대방이 가진 돈이 어느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대부분 게임이 중단된다. 내가 100만 원 가지고 있는데, 10만 원만 가진 상대와 게임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채무 따위는 없다.
즉, 실제로 딜러비 차감만으로 맞고 게임에 참여한 2명 모두 올인이 나는 상황을 경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스톱머니는 대부분 수백만 원, 수천만 원 단위이므로 땄을 때 차감되는 딜러비를 암산으로 계산하고 그것을 염두에 두며 게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게임에서 승리한 사람에게만 부과하므로 그깟 딜러비 7% 쯤은 사실 알면서도 조금 관대하게 여기는 경향도 있다.
그렇게 가랑비에 옷이 젖는 정도가 아니라 옷이 완전히 벗겨져 갈 때쯤,
게임 회사는 소소한 무료 머니를 리필해주며, 단돈 천 원에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점 백원 채널에서 뭐하니? 점당 만원 채널에서는 지금 잃은거 한판에 전부 복구할 수 있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