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8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좋아하는 것의 의미

by 초월김 Oct 21. 2024
아래로

얼마 전 A사의 매장에 휴대폰을 수리하러 들린 일이 있었다.

휴대폰을 맡기니 수리까지 2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 특별히 할 것도 없고 해서 마침 진행 중이던 A패드 사용법 강의를 듣게 되었다.

매장에 고객은 수십 명이 있었지만 강의는 나 포함 총 3명이 들었는데, 직접 패드를 사용해 보고 팁 같은 것들을 알려주는 강의였다.

밝고 경쾌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던 강사분이 참석자들에게 한 첫 질문은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인가요?" 였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어? 뭐지?' 말문이 턱 막혀서 떠오르지 않았고, 당시 입고 있었던 옷 색깔과 비슷한 '골드'라고 얼버무렸다.

강사분이 그 질문을 한 의도는 참석자가 3명밖에 되지 않아 나를 부르기 위한 닉네임을 정하기 위함이었고 1시간의 강의 시간 동안 덕분에 나는 '골드님'으로 불렸다.

비록 1시간짜리 이름이었지만, 나를 부르는 이름인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심사숙고해서 잘 정할 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질문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진 않았지만 만약 그 질문에 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면 골드라고 대충 대답한 것에 후회와 아쉬움이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옷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들을 정리해 보면 어떨까?

'뭘 좋아하지?'라고 돌이켜보면서 그 좋아할지도 모르는 대상에 대해 한번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정리해 보기 위해서는 먼저 좋아함의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

좋아한다는 것과 비슷한 감정은 무엇이 있을까?

'보고 싶다.', '관심 있다.', '갖고 싶다.', '귀엽다.' , '예쁘다.'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 모든 의미들을 포함하고 있는 단어가 '좋아한다' 아닌가 싶다.


아내와 한 달 전쯤 '좋아하는 음식 top 10'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특별한 목적이 있던 대화이기보다는 일상의 대화였다.

참치, 평냉, 꽃게 따위의 평소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총망라되었던 시간이었는데,

이 때도 얼마 전 '좋아하는 색깔' 생각해 내기와 비슷하게 5개가 넘어가자 은근히 꼽기 어려워졌다.

한 음식은 자주 먹긴 하지만 top 10에 넣긴 왠지 아쉽고

어떤 음식은 좋아하긴 하지만 접하기가 어려워 역시 top 10에 넣긴 애매하고

또 다른 음식은 정말 좋아한다고 자주 이야기 했음에도 top 10에 들지 못했다.


이유가 뭘까?

답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나 스스로 정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질문에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내의 이름을 말할 수 있고,

"좋아하는 별?"과 같은 질문에도 내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단 하나의 별 이름을 바로 말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색깔?"이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이 빨리 안 나오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그동안 깊이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좋아하는 음식과 좋아하는 색깔을 명확히 정하지는 못했다.

고민이 길어지고 있기도 하고, 굳이 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하나 둘 채워나가 보아야겠다.

그 시간을 통해 주변을 조금 더 돌아보고 그동안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더 소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글쓰기의 시작은 아이패드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