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옆을 돌아보자
우리 아파트는 2000세대에 가깝다 보니 다양한 종류의 안내방송을 거의 매일 한다.
사소한 공지사항부터 층간 소음 협조와 같은 민원까지 다양한데,
어제는 내가 ‘느끼기엔’조금은 황당한 방송을 들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분리수거는 매주 금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후 6시까지로, 그 이전에 분리수거를 배출하면 경비원의 업무가 과중되니 입주민 여러분의 협조를 바랍니다."
이게 뭐가 황당하다는 건지? 라고 생각할 것 같다.
조금만 더 살펴보면 내용 자체는 분리수거 시간을 지켜달라는 안내 방송으로 별 문제가 없지만,
방송 시간이 거슬렸던 것이다.
방송은 목요일 저녁 무렵에 나왔고,
이는 금요일부터 시작 되는 우리 아파트의 분리수거 시간을 무시한 채 누군가가 분리수거를 임의 배출했기 때문에 나온 방송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6년 된 구축 아파트인 만큼 나름의 시스템과 약속이 잘 돌아가는 편인데도,
여전히 분리수거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목요일 저녁에 배출한 것을 보니 분명히 금요일 아침부터 분리수거가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일 거다.
새로 이사를 왔다던지 해서 분리수거 일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따로 분리수거 공간이 없어서 임시로 도로변에 분리수거장을 하루만 운영하는 우리 아파트의 특성상 관리사무소에 일정을 문의를 해보는 것이 상식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라서 내놓았다면 할 말이 특별히 없기는 하다)
이 행동을 나는 일종의 "알빠노" 사례라고 생각한다.
"분리수거 일정이 언젠지 내가 알빠노?"
"내가 내놓고 싶으면 내놓는 거지 금요일 오전 얼마 안 남았잖아? 누가 치우든지 알빠노?"
나무위키에서는 "알빠노"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리그 오브 레전드 인터넷 방송 관련 유행어 및 밈이자 신조어. '알 바 아니다'
- '(내가) 알 바인가'라는 의미로 쓰인다.
사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이러한 "알빠노"의 사례는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나도 나의 행동에 있어서 "알빠노"를 나도 모르게 시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다른 사람이 어떤 피해를 입든,
"(내가) 알 바인가?"
개인주의를 넘어서, 굉장히 이기적이고 만연하면 위험한 생각이다.
주로 공중도덕의 영역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알빠노"는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쓰레기를 길에 버리거나, 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침을 뱉는 행위도 그냥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누가 치우든지, 거리가 더러워지든지는 알 바 아닌 행동인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 집 안방에도 침을 아무 데나 뱉고 쓰레기를 던져놓는지 물어보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치료를 받거나 교육을 받기를 권한다.)
조금 더 소소하게는 휴대폰을 보면서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과 같은 사례도 "알빠노"의 일종인 것은 마찬가지다.
"내가 걸어가면 알아서 피해 가겠지 알빠노?"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는 건데 시끄럽든 말든 알빠노?"
이른바 "알빠노" 마인드가 만연한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누군가는 분명히 피해를 입거나 또는 알빠노가 저지른 일을 수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휴대폰 보면서 걸어갔는데 부딪힘이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그만큼 다른 사람이 더 긴장하고, 신경 쓰고, 집중했던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었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남을 돕고, 배려하고 살라는 거창한 주장이 아니다.
최소한 나의 행동이 주변에 영향과 피해를 주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자는 취지이다.
오늘 나는 "알빠노"가 아니었는지,
잠깐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빠노"를 줄여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내가 가야 할 길만 전력질주로 달려가면서
다른 사람이 그 과정에서 넘어지든 다치든 신경 쓰지 않는 것.
결국 그 피해는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