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에서 신혼여행까지 200만 원

듣고픈 여자 못하는 남자

by 비꽃

타지에서 어찌 살겠니- 울며 걱정하셨던 친정엄마의 잠시 반짝(?)였던 반대 빼고는, 상견례도 결혼 준비도 모든 것에 순조로웠다. 반지며 웨딩드레스, 신혼 여행지도 서른넷 노처녀라면 충분히 부렸을 히스테리 없이 착착 준비했다. 그만큼 그 남자도 나도 결혼이 주는 잠깐의 거품에 풍덩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친정 부모님은 뭐든 해주고 싶어 하셨고, 그럴만한 능력도 되는 분들이셨지만 글쎄- 다시 돌이켜본대 우리 두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혼 준비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200만 원으로 준비 끝

금반지는 아니었지만 변색 없는 반지였으니 오케이! 비싼 드레스는 아니었지만 당시 72킬로였던 내 몸을 예쁘게 감싸준 드레스였으니 그것으로 오케이! 곧 타국으로 나갈 것이었기에 한국서 집이 없은들 어떠하리, 잠시 선교관에서 지내는 것도 오케이. 해외를 오가며 쌓아둔 비행기 마일리지 덕에 제주도를 공짜로 오고 갈 수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은 여행지가 있으랴 하며 선택한 것도 오케이. 그 모든 것이 이백만 원에서 마무리되었음에 감사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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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둘이서- 제주도 푸른 밤

‘아, 드디어 둘만의 여행이구나.’ 잔뜩 기대했던 신혼여행 첫날! 갑자기 폭풍우가 웬 말이니. 결국 결항되어 비바람을 뚫고 공항 근처 모텔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누가 좀 알려주세요. 원래 모텔은 이렇습니까? 화장실과 샤워부스가 다 보여. 통유리야. 아니, 어떻게 다 보여-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쓰련다. 여하튼 그곳에서 긴장되는 밤을 보내고 제주도로 간 우리는, 함께 하는 모든 것이 좋아서 어느 교회에서 운영하는 수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누워야 했지만 것도 낭만이라 여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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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좋았다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프러포즈

손으로 만드는 것에는 센스 가득인 사람이지만, 표현하는 것에는 제주도 돌하르방 같은 사람인지라 ‘과연 프러포즈를 하겠어?’ 싶었다. 자동차 트렁크에서 풍선 한가득 나오고 짜잔! 그걸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언저리 어디쯤의 프러포즈를 내심 상상했었다. 그런데 결혼식 전날, 잠시 머물 신혼집이었던 선교관에서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받아와서는, 세족식을 하는 게 아닌가? 교회 수련회에서 하이라이트로 하는 그 세족식?! 그거 맞지?! 내가 지금 뭘 받고 있는 거야?! 그 순간 내가 만나는 사람이 선교사라는 사실을 체감했고, 이리도 경건한 사람과 내가 살아도 되나 싶었던 것 같다. “발을 매일 닦아주지는 못하겠지만, 뭐든 같이 해요.”라는 그 비슷한 말과 함께 프러포즈를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한 번은 씻겨주겠지 했는데, 결혼하고 두 애들 씻기는 것까지 내가 다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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