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
방송작가로 일하던 때였고, 당시 넬이라는 밴드도 주목받던 시기였다. 사심 가득으로 프로그램에 섭외해 놓고는 눈앞에 나타나면 정작 인사도 못하고 숨던, 아니면 긴장한 나머지 넘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만- 그렇게 좋아했던 넬의 김종완이었다. 그를 요즘 최애 프로그램인 슈취타에서 보다니, 사실 슈취타가 가장 잘 어울려 보이긴 한다.
지금은 방탄소년단 아미이기도하지만, 넬의 앨범은 비정규 앨범서부터 단 한 장도 빠지지 않고 소장하고 있기에 슈가, 김종완 두 사람의 만남이 더없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의 음악에 대한 철학이 넓고 깊어진 것에 놀라 그가 하는 말을 노트에 적어가며 시청했다. 그의 20대와 30대 모두를 봐왔지만 확실히 40대에 넬은 넓이와 깊이가 묵직해진 느낌이다.
"음악을 하는 내 모습을 좋아하는 것과 음악 자체를 좋아하는 거에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음악을 하는 나 자신을 좋아하는 경우는, 내가 음악으로 인해서 잘 안 풀렸을 때 쉽게 포기하고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것 같다. 반대로 '그냥 음악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내가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내 음악이 흔적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결국에는 그 음악을 오래도록 하고 있고, 또 그 음악이 꾸준히 사랑받는 것 같다." [슈취타 中 김종완의 말]
특히 내가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내 음악이 흔적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삶- 이 부분에 별표에 밑줄 긋기까지 한 나다. 지금에 글을 쓰는 이유도 또 기록을 하며 사는 이유도 일단은 이 행위 자체가 즐겁고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멀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흔을 넘기고 가장 좋았던 점을 꼽자면 조급한 길에서는 벗어났고, 꿈은 있지만 달음질치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가진 것일 거다.
그리고 슈취타에서 출연한 게스트들에게 공통으로 하는 마지막 질문이 있다. 인간 ㅇㅇㅇ로서의 꿈은? 이 질문에 넬 김종완은 이렇게 답했다. "물 들어올 때는 노를 힘껏 저으라고 하잖아요. 물론 그것도 좋겠지만 물이 잘 흐를 수 있도록 물길을 터주는 배 같은 사람이 꿈이에요."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답변이어서 화면을 정지시키고 오래도록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그의 바람이 나에게로 스며들었기에, 누군가도 이 글을 통해 그 바람에 동요되기를 소망해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0FH-NPFe2So&t=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