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문화에 머릿니

참빗을 장바구니에 담을 줄이야

by 비꽃

3년 전, 한국서 하고 온 펌은 사라진 지 오래고 지금은 본래 가진 곱슬 머리카락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산다. 풀고 있자니 묶었던 자국이 역력해 다시 포니테일만은 고집하게 되는 정체된 헤어스타일. 마음 편히 미용실을 가고 싶지만 펌을 하는 미용실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 별을 따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없다. 건강한 약품도 없을뿐더러 이곳 우간다 여성들 거의 대부분이 가발을 사용하기 때문에 본래 자신의 머리를 가지고 연출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스운 일이지만 어제 만난 사람을 종종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도 가발에 있을 정도다.


우간다에서 가발은 무시할 수 없는 대박 아이템이다. 거리 곳곳의 미용실마다 여럿 종류의 가발이 걸려 있는 이유는 아래로 자라는 것이 아닌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돌돌 말리면서 때로는 머릿속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대체로 길게 기르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환경에서 할 수 있는 헤어스타일이라고는 길다 싶으면 한 번씩 단발로 자르거나 앞머리를 내는 정도? 이것도 미용 기술을 배워온 한국인 분들을 통해 무료로 받곤 한다. 우리 집의 경우는 인터넷을 통해 독학으로 배운 남편이 나부터 아이들까지의 머리카락을 맡고 있다.


변화 없는 헤어를 마주할 때 한 번씩 ‘펌 하고 싶다, 다른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 보니, 한국 쇼핑몰에서 염색약을 주문해, 인편이나 배편으로 받아 색만 바꾸는 정도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 한인들의 경우, ‘좀 참았다 한국 가서 하지.’라며 기약 없는 소망만 갖는 게 전부다.


최근 캄팔라 시내에 스위스 사람이 운영하는 미용실(스위스컷)이 생겼다고 들었다. 그곳에서는 여성 펌도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남자 짧은 머리 펌 가격이 7만 원 정도이기에 방문하진 못할 것 같다. 그러면서 나 또한 ‘참았다 한국 가서 하자.’라는 신조어 속담(?) 같은 답변만 하며 스스로를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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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did a 'head check' this morning in the Junior school and I believe YeJoo has lice eggs in his hair. Can you please try to find medicated shampoo and treat her hair before she returns to school. If possible you can collect him early today.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부터 온 이메일을 여는 순간, 헤어 변화에 대한 고심 자체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니 알이라니?! 내가 지금 뭘 읽은 거야?', 그래! 됐고 약국부터 가자, 아니다! 베개커버부터 빨자, 안고 자는 인형도 빨자, 사용하던 빗, 머리끈 모두를 밀봉하자 등등 내 머릿속은 빠른 속도로 프로그래밍을 하느라 바빴다.


학교와 집과의 거리가 꽤 멀어 픽업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갔고, 아이는 머리카락을 다 풀고는 해맑게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머리 좀 보자." 아니기를 바랐지만 정수리 쪽에 하얀색 머릿니 알이 있었다. 분명 전날도 머리를 감겼거늘 왜 생긴 걸까. 다행히 우간다에서는 머릿니가 흔하디 흔한 것이다 보니, 관련 약품들을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오일 함량이 많이 들어간 약이고, 염색약을 바르듯 꼼꼼하게 머리카락에 바른 뒤 15분 후에 물로 씻어내면 될 정도로 사용법도 간단했다. 다만 샴푸를 해도 오일 성분의 미끈거림이 머리카락에 그대로 남아 있어 비 맞은 생쥐꼴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런들 어떠하리, 감사하게도 머릿니 알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하루 사이 스타일이 뭐 그리 중한디(?) 싶었다. 근질거리는 머릿니가 아니라 간질거리는 일들로 우리의 일상이 즐거움으로 채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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