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있잖아 이유 없이 슬픈 날

by 비꽃


그런 날 있잖아 이유 없이 슬픈 날

몸은 무겁고 나 빼곤 모두 다 바쁘고 치열해 보이는 날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벌써 늦은 것 같은데 말야

온 세상이 얄밉네

방탄소년단 00:00 (Zero O'Clock)


두 아이가 핑퐁 하듯 아파서였다고 해야 할까. 요즘은 자주 슬프다. 한글학교 방학으로 ‘토요일 자유시간’을 얻었고, 한국어교원 과정의 끝이 보이는 데다 공모전에서 기쁜 소식도 들었다. 그런데 슬프다. 예전에 공연을 보러 다니던 때를 떠올리면 행복했지만, 지금은 혼자 방 안에서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음에 조금은 쓸쓸하다. 그리고 누군가 함께 이야기 나눌 사람이 있다면 더 좋을 텐데 그럴 이가 없으니 슬프다.


며칠 전은 슬픔이 커져 그랬는지, 아이들에게도 심하게 짜증을 냈고, 남편과도 다투었다. 왜 다투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한없이 서운했던 기억과 이 땅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만이 살갗에 남아있다는 기억만 있다. 그래서 가끔 이런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노래를 만날 때가 있는데 ‘넬’의 연주가 그랬고, ‘짙은’의 멜로디와 ‘아이유’의 목소리가 그랬다. 그런 순간이면 그 노래와 나만 남겨진 기분으로 가득 찬다. 그런데 왜 매번 그때마다 슬펐을까. 어쩌면 나는 좋을 때보다 슬플 때 음악을 듣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부쩍 음악을 틀어놓는 날이 늘어난 요즘, 방탄소년단의 전곡을 리스트에 담아두고 듣던 중에 Zero O'Clock 가사에서 펑펑 울었다. 그 노래가 나를 붙잡은 것인지, 내가 그 노래를 잡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방탄이라는 젊은 친구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았구나-는 것을 확인했다는 생각에 위로가 됐던 것 같다.


익숙했던 한국 그리고 편했던 사람들과 안녕하고 사는 타지에서의 삶이 꼭 외롭고 쓸쓸한 것만은 아닌데, 모든 일에 자세히 느끼기 시작하는 이런 때에는 외로움과의 씨름을 하고는 한다. 분명 나는 이 시기를 잘 보낼 것이고 오늘의 글을 보며 부끄러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도 내 모습이기에 남겨놓고 싶어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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