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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Jan 24. 2023

평생 껴안고 누워있고 싶다

의식의 흐름대로

나른한 휴일 오후. 


창문 밖에서는 커다란 괴물이 온 동네방네 수소문하며 무언가를 찾아다니듯 괴물의 바람소리가 크게 나고 있다. 밖은 너무 춥고, 위험하니까~ 집에서 푹 쉬기로 잠정 합의상태로 따뜻하고 포근한 침대 속에 폭 있기로 했다. 배달로 점심을 시켜 먹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 우리 둘은 침대로 누웠다. 그리고는 둘은 누가 수면제를 놓았냐는 듯 푹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었다. 


"안돼.. 안돼… 엉엉엉…" 


귓가에 누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바로 옆에 누워있는 그가 꿈속에서 헤매면서, 현실에서 소리를 내어 울고 있었던 것이었다. 


“여보.. 응 나 여기 있어... 무슨 일이야.. 울지 마..”


그의 등을 톡톡 두드리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꿈속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어했다. 나도 잠에서 완전히 깬 상태는 아닌 터라, 다시 눈을 감았다. 두 눈을 감으면서 생각이 들었다. 최근 심리 수업을 들었을 때, 꿈에서 나타나는 것들은 자기 내면의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나타난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는 내가 결국 그를 두고 떠난다는 마음이 계속적으로 내재되어있었던 걸까. 


다시 꼭 그를 안아주며,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는 둘 다 정신이 살짝 맑아지면서 누워서 얼굴을 마주 본 채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꿈에서 울었는지, 현실에서 울었는지 기억을 하지 못했다. 비몽사몽 상태에서 내뱉는 단어들을 조합하면, 갑자기 꿈속에서 무슨 문서를 보는데, 내가 생각이 났고, 너무 슬퍼서 울었다고 했다. 내가… 유서를 쓴 거였을까. 갑자기 나만의 상상의 나래로 들어가면서, 그가 나에 대한 무의식 압박감이 얼마나 컸으면, 꿈속에도 나타날까 하는 안타까움이 더 들었다. 


나는 외향형이고, 그는 내향형이다. 주로 나는 밖을 쏘다니는 걸 좋아하기에 집에는 잘 안 머물러있는 편인데, 오늘은 나도 아무 데도 안 가고 포근한 침대에서 둘이 부둥켜안고 하루 종일 있고 싶었다. 


“계속 평생 여보 껴안고 누워있고 싶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평생 그를 꽉 껴안고, 침대에서 안 나가고 싶었다. 주거환경이나 경제적 환경에 걱정이 없다면 그와 평생 이 침대에서 안 나오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쭉 그와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 생각은 1분을 넘기지 못하고, 30초가 지났을 때쯤. 


지금의 로맨틱한 분위기, 행복한 상상에 빠지기보단, 현실적인 측면이 좌뇌와 우뇌의 생각들을 사로잡았다.


'이 침대를 놓을 공간의 집이 일단 있어야 하니, 월세든 전세든 매매든 돈으로 사야 이런 공간이 먼저 필요하겠지..?' 


경제적 여건을 마련을 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보단 로맨틱한 분위기에서는 “나도 여보랑 평생 껴안고 누워있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이 정답이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직 잠이 덜 깼던 상태였던 걸까. 이 또한 나의 무의식을 너무나도 무심히 내뱉아버렸다. 이렇게 분위기를 깨뜨린 나는 화장실이 가고 싶다는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며 말을 돌렸다. 


그렇게 하루 종일 푹 자는 순간이 손에 꼽는 그와의 동침이었는데, 뭔가 내가 분위기를 깨뜨리기도 하고, 아쉬운 소리 해주지 못해 미안했지만, 그를 평생 사랑으로 꽉 껴안기 위한 의식주 뒷받침을 위해, 현실적인 재테크 플랜과 실행에 불이 타올랐던 거다.


아무렴 어때. 함께 아무 생각 없이, 오롯이 둘 만을 생각하며 지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사랑으로 가득 찬 연휴에 감사하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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