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지예 변지혜 Jul 31. 2023

'엄마'와 첫 즉석사진.

엄마와 처음으로 찍은 즉석사진.

오늘 글쓰기 제시어에 '엄마'라는 단어가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갑자기 생각나는 엄마와의 최근 일화.




"띠리리링. 띠리리링. 엄마 뭐 하는데?"

항상 엄마한테 전화를 걸면 던지는 나의 첫마디 레퍼토리다.


"응~ 돈 벌고 있지~"

주로 엄마의 대답 레퍼토리도 이러하다. 우리는 암묵적인 고정적인 대화를 나누고는 각자 전화를 건 용건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었던 일들을 서로에게 자주 이야기 하곤 했었다. 퇴근하고, 집 아파트에 도착할 때쯤 항상 전화하고는 했는데,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전화를 안 하고 있다.


자주 뵈러도 안 가고, 자주 전화도 안 하고, 자주 카톡도 하지 않는다.

나도 안 하니, 엄마도 안 한다. (물론 아빠도.)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서로의 암묵적인 믿음(?)으로 안부를 자주 묻지 않고 있다.


그러다 엄마에게 온 전화 한 통.

"딸, 나 다음 주 수요일 병원 갔다가 저희 동네로 갈게. 밥 먹자. 얘기할 것도 있고."


거의 3~4개월 만에 만난 엄마에게 온 전화. 그리고 전화로는 말고 만나서 얘기해줘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말에 약간은 긴장이 되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도 했지만, 보채지 않고, 다음 주 수요일 보기로 했다.




엄마는 나를 보기 위해, 버스 타고 2시간~3시간 정도 걸리는 지역까지 와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퇴근하자마자 보는 걸로 해서, 정각에 마치자마자 달려갔음에도 날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날 기다리고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엄마. 그리고 뭔가 엄마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퇴근길 머릿속을 온통 휘어잡고 있었다.

'아. 그래. 스티커 사진이다. 바로 그거야.'

엄마와는 한 번도 둘이서 스터커 사진. 인생네컷 같은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다. 독서모임의 멤버분들과 남자친구와는 찍어본 인생네컷 사진. 마침 스타벅스 근처에 위치해 있는 인생 네컷 사진가게가 있기에. 같이 찍어보기로 마음먹고 엄마를 만나러 갔다.


두근. 세근. 반근.

배터리가 없다고 충전기를 꽂아두고는 다른 곳에 앉아있어서 카톡 확인하기 힘들다고 하던 엄마. 도착하니, 양쪽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예전에 봤던 엄마의 모습과는 달리, 많이 핼쑥해진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본 엄마에게 팔짱을 끼지도, 애교를 부리지도 않았지만, 마음만은 너무 반가웠다.


스타벅스를 나오면서, 바로 할 일이 있다며, 엄마를 데리고 바로 인생네컷 사진가게로 들어섰다. 엄마는 뭐 이런 걸 하자며, 당황하셨지만, 당황스러운 모습 속에도 나의 말을 들어주는 엄마의 행동이 귀여워 보였다.


"이런 거 찍을 땐, 뭐 하나 써줘야 제맛이지. 엄마, 무슨 색 할래?"

나는 여러 개 소품이 전시되어있는 머리띠, 모자들 중에 큰 리본 머리띠를 골랐다.


"나는 노란색이지~"

엄마가 좋아하는 색이 노란색임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더니, 역시나. 노란색을 고르신다.

 나는 분홍색 리본 머리띠를 집어 들고는 사진 찍으러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포즈를 뭐 할지도 안정하고, 벌써 시작해버렸네? 일단, 엄마. 하트하트!!!"

결제를 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시작 버튼을 눌러버렸다. 엄마를 만나기 전, 퇴근길에 사진부스에서 어떤 포즈로 찍을지 생각해두고 왔는데, 실전에서는 역시나 당황하면 기억이 많이 나지 않았지만, 제일 일반적인 둘이서 만드는 하트를 제일 첫 포즈로 찍었다.


엄마에게 어느 순간 팔짱 끼는 것도 어색하던 나였는데, 이때는 너무나도 적극적으로 엄마 손을 서로 마주대고, 카메라를 보자. 서로 등을 기대고 빵야 포즈를 해보자. 서로 한쪽 손은 허리를 잡고, 한쪽 손은 활짝 펴서 벌리자. 등등 엄마를 리드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 와중에 엄마는 당황하면서도 나와 사진을 찍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미소를 장착하면서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는 모습. 그리고 카메라에 담기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와 벌써 끝났네. 엄마! 뭐 고를까?!"

우리는 4컷이 아니라, 6컷을 선택해 더 많은 추억을 선택할 수 있었다.

8번인가 10번을 찍고 나서, 선택의 시간.

마음에 드는 사진들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사진들도 있지만, 우리 둘은 신중하게 고르고 있었다.


고르는 순간도 너무 재미있었다. 엄마랑 이런 걸 찍다니...라는 뭔가 찹찹한 마음도 들면서, 엄마와의 이런 추억. 영원히 간직해야 할 것이 하나 늘어서 좋았다.



"딸. 고마워~"

즉석 사진 가게를 들어서기 전과는 달리 막상 찍고, 결과물 사진 한 장을 들고 있는 엄마는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다. 이 사진을 찍은 뒤, 엄마랑 감자탕 맛집으로 가서 저녁도 먹고, 장도 봤다. 그러고 차로는 30분 걸리는 거리를 엄마는 굳이 이 밤에 버스를 2번 갈아타서 집 가면 된다며, 나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밤 길 위험하다고 데려다주겠다는)나의 계속적인 권유에도 불구하고, 매정하고 버스 타러 가버렸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길은 집까지 데려다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동안 딸로서, 서글서글하게 행동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북받치면서, 눈물로 샤워하며 가는 길이었다.


엄마는 버스를 타고 가며, 나와 찍었던 사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을까. 아니면 눈물을 흘렸을까.


엄마와 나.

오랜만에 함께한 이 추억을 잠깐의 시간으로 만든 것이지만, 매일 이 사진을 봐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소중한 기억들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모두 다 오래오래 건강하길.



엄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엄마 #즉석사진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 삶 자체가 기적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