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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Aug 07. 2023

오늘 저녁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로.

간소화하게 먹자. 저녁.

냉장고 문을 열었다.

오늘 아침에 달걀 2개를 삶아서 2개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옛날에 사두었던 쌈장...


'냉장실에는 먹을 게 없네...'


이내 곧 냉동실 문을 열었다. 오른쪽을 보니 옛날에 먹다가 남은 닭가슴살 6개. 에어컨 대신 집안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아이스팩과 페트병에 수돗물이 담긴 생수통들이 얼려져 있었다. 이내 곧 왼쪽으로 시선을 옮겨졌다.


'음...'

네고왕에서 사다둔 돼지고기. 언젠가는 먹겠지 하며, 얼려둔 표고버섯. 이 두 가지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오랜만에 냉장고를 파 먹자.'

오늘은 힘들었으니까. 나에게 보상을 주자는 마음으로 배달을 요즘 시켜 먹던 나였지만, 오늘만큼은 돈을 덜 쓰기로 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탄산수 레몬 맛을 편의점에서 사다 두어서, 고기와 버섯을 구워 먹고 시원하게 탄산을 즐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은 상상에 빠져버렸다.


'좋았어. 오늘 많이 먹지도 말고, 조금만 먹어보자.'

돼지고기는 어느 부위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맛있는 부위겠지라는 기대감의 돼지고기 한 줌을 떼어내,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그리고는 곧 꽝꽝 얼린 표고버섯 4송이를 꺼내, 그릇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땡땡하게 얼어붙어서 고통을 만드는 근육통이 점점 스르르 녹듯이 꽁꽁 얼어붙어있던 고기들과 표고버섯들의 세포들. 근육들이 흐물흐물 해져 간다.


강불로 달궈진 프라팬. 맛있게 구울 차례다.

흐물흐물 해진 돼지고기와 표고버섯들을 건강하고, 탄탄하게 그리고 향기롭게 만들어 본다. 아무 조미료가 없어도, 그저 고기와 버섯 자체만의 향기로 맛있게 구워지니 감사할 따름이다. 돼지고기에게 후추 치장을 퐉퐉 해주려고 했지만, 굳이 비린내가 나지 않아서, 후추 치장을 해주지 않았다.


이렇게 나의 저녁은 간소하고, 빠르게 만들어졌다.

자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고기와 버섯. 그리고 인공으로 넣은 탄산이 들어간 물.

그러고 보니... 자연과 인공의 조화의 밥상이다. 자연의 밥상이라고 생각했는데, 탄산수가 밥상에 올라오는 순간 인공도 함께 하는 순간이 되어버렸다.


고작 돼지고기와 버섯을 해동시켜 굽고, 탄산수랑 즐기는 저녁인데, 너무 의미 부여했나 싶기도 하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인데, 평범한 일상이 아닌 것처럼,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글 쓰는 것도 재미있기도 하다.


오늘의 식사는 자연과 인공의 조화로 즐겁게 즐긴 만찬.


사실.. 먹다가 깜빡해서 먹다가 중간에 사진을 남겨봤다. 정말 없어보이긴하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이게.. 무슨 저녁이냐며 할 수 있겠다. 이것만으로도 오늘 저녁은 나에게 충분했다. 그저 저녁에 마음이 편안하길 바랐으니까.

어제 배가 터지도록 먹고, 저녁을 보냈다.속도 더부룩하고, 마음도 안 편 해졌다. 또한 깊은 수면의 질도 떨어지는 걸 경험 했다.  그래서 오늘 차라리 이렇게 적게 먹고, 마음 편하게 보내는 저녁을 택하게 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저녁을 먹는 것이 아니니... 오해들 말길.


:D 모두들 마음도, 속도, 편안한 저녁이 되시길.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저녁 #돼지고기 #표고버섯 #탄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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