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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Aug 14. 2023

결혼에 대한 단상

알록달록 약을 먹게 된 원인을 찾아서 2



'만 계란 나이 한판.'

계란 한 판은 어떻게 보면, 나이가 많아 보이기도 하면서도, 적어 보이는 나이이다.


영희 "야, 고작 30살?! 아직 애기야 애기. 인생 더 살아봐야 해. 더 부딪치고, 더 많은 걸 경험해 보면 좋은 나이지. 호주워킹 홀리데이 나이도 만 35세로 늘어났어! 그냥 해외로 경험하러 가도 무리 없는 나이라고~"


옆에 있던 철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야. 30살? 그래도 이제 슬슬 결혼 생각 해봐야 되는 거 아니야? 결혼은 언제 할 거야? 남자친구는 있고? 아무리 결혼하는 추세가 늦다지만, 결혼할 거면 빨리 하는 게 좋지~ 애도 젊을 때 키워야 덜 고생한다?!"



철수와 영희 사이에 있던 나. 두 사람의 주장 모두 수긍이 간다.

그렇지만, 두 가지를 다 가질 수는 없는 것이 현실.

도대체 나는 뭘 선택해야 하면 좋을까?



은근한 결혼에 대한 압박. 스트레스가 원인 모를 가슴통증과 우울을 가져오지는 않았을지. 두 번째 원인으로 짚어보게 되었다.


"지혜야. 나 애기기 갖고 싶다."

이 말은 도대체 누가 했을까? 남자친구?


아니다.


우리 엄마다.


오랜만에 우리 집에 놀러 온 가족이 저녁을 먹고 쉬는 타임을 가졌다. 각자 자기가 원하는 곳에 눕거나 앉아서 휴대폰을 보거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엄마와 나는 침대에 둘이 누워서 그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엄마가 던진 한마디. 바로 이 한마디였다. 6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엄마가 진정으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내 동생을 하나 더 낳겠다고 한 말이 아니었다. 반어적으로 나에게 결혼하고, 아이를 출산하면, 엄마가 옆에서 도와서 잘 키우겠다고 하는 그런 의미가 내포된 한마디 었다.


"엄마! 늦지 않았어! 엄마 할 수 있어~ 응원할게~"라며 엄마의 말을 장난으로 받아쳤다. 이미 폐경이 되신 지 오래된 그녀. 이런 나의 장난이 통하지 않았다. 날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과 입술은 사뭇 진지했다. 빨리 결혼하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나도 가득하셨다. 하지만, 설날, 추석 명절 때만 듣는 압박이 아닌, 매달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듣는 압박. 이렇게 만날 때마다 이런 한 마디씩 던짐으로써 은근히 압박하셨다. 잘 받아치고 있다고 생각했만, 결혼이라는 끈이 얇지만 미세하게 숨통을 조금씩 조이게 만들면서 아프게 만드는 것 같았다.



가족들이 가고, 혼자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아본다.

결혼이라는 거 나도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두려움이라는 이불이 나의 온몸을 덮었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물론 경제적으로도 그렇지만, 심리적으로도 그렇지 않았다.

주변에 결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누가 다 돈과 마음을 다 갖추고 난 뒤에 하느냐 한다. 일단 저지르고, 맞춰가는 거지.라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과연 그럴까. 일단 저지르고, 마음을 맞춰가다가 잘 맞춰지면 좋지만, 안 맞춰지면, 이혼 밖에 더하겠는가. 한번 갔다가 이혼하는 것이 흠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나는 이왕 하는 결혼. 한 번에 잘하고 싶었다.

주변에서도 장난식으로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해주곤 한다.

또한 sns 상으로 지인들의 웨딩사진이나, 신혼여행사진, 친구들 모아서 하는 브라이덜샤워 사진을 보면 딴 세상, 남얘기로 밖에 안 보였다. 그저 나는 영화를 감상하듯 그 영상과 사진들을 눈으로 스쳐 지나가기만 했다. 특히 브라이덜 샤워... 나는 그렇게 친한 옛 친구가 없었기에. 그런 사진을 볼 때마다, 그저 부러운 시선을 한가득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는 마통을 만들어 빚을 지면서 시작하는 게 결혼이라고 하더라. 누가 다 갖추고 시작하냐고, 작게 시작해서 크게 키워가면 된다고. 빚을 갚아나가면서 살아가는 게 결혼이라고...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경제적인 압박부분도 무시 못한다고 느꼈다. 나의 결혼 후보 대상의 남자친구는 사회초년생이었고, 나 또한 벌이가 크기 않았기에. 둘 다 조금 더 경력을 쌓고, 이직을 해 연봉을 점프 한 뒤에 하면 어떨까... 하는 사뭇 진지한 고민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아, 돈이고 뭐고, 이것저것 재지말고, 사랑으로만 서로 보듬어주고, 잘 살아갈 순 없을까.'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계속 붙어있고 싶어서, 얼른 결혼해서 같이 얼른 한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했다. 돈은 없으니 둘이 원룸에서 시작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혼은 둘이 하는 게 아닌, 집안 가족과 하는 게 아닌가. 편견 일수도 있지만, 시월드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미디어 때문에 영향받은 편견일 수도 있지만..)


이런 등등... 변명 아닌 여러가지의 변명의 이유들뿐만 아니라 더 수많은 이유들로 요즘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점점 사회적으로 더 늘어나는 1인가구...  취업을 포기한 상태로 하는 청년들도 많아졌다. 3포 세대를 넘어서 N포시대가 되었다. 그 중에 한명이 되지는 않을지 지레 겁이 나기도 한다.



내 주변의 반은 결혼을 포기한 상태이고, 반은 이미 결혼을 했다. 또한 이번 연도에 명확한, 결혼식 날짜를 잡고,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다.


나는 애매하게 가운데 갈림길에 서서, 어디로 갈지 결정을 못한 상태.

신경안 쓰려고 해도, 신경 쓰이는. 압박을 안 받을라고 해도, 압박을 받는 그런 상태.

이런 상태가 나의 원인 모를 가슴통증과 우울감을 가속화시키는 스트레스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까 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꼬꼬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다가.


'레드썬.'

꿈나라 우주로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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