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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Aug 28. 2023

11층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다치기만 할까? 죽을까? 


11층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베란다 너머의 세계로 넘어가면 어떨지. 고민해본 적 있는가? 나는 있다. 예전에도 지금도. 나는 겁쟁이다. 그래서 머릿속의 상상만으로 벌써 수없이 떨어져 본 것 같다. 뭔가 꿈속에서는 떨어지면 키가 큰다는 속설이라는 안전장치가 나와 함께 하는 듯해서일까. 날아간다는 생각은 못하고, 그저 중력에 의해서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생각난 '베란다'의 키워드로 예전의 느낌을 그대로 글로 풀어내보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


“띠이이리링... 띠이리리링..”

아침을 깨우는 알람이 울린다. 눈을 떠야 하는데…. 눈을 뜨기가 싫다. 방금 꾼 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지금도 뭔가 꿈속과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드는 장소. 베란다. 


‘베란다에서 밖을 바라보는 나. 그리고 떨어지는 나.’ 이런 내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오늘은 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이 충동적으로 들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상상만 했을 뿐, 시도해 본 적은 없다. 시도를 해봤다면, 일어난 이후의 일들이 더 힘들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내가 떨어져서 바로 즉사하면, 이후의 일들은 생각 안 해도 되겠지만.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목숨이 붙어서 불구가 된 채로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하는 불행을 겪어야 하는 그런 이후의 일들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보다도 나의 주변 사람들의 평범하게 살아가는 행복을 내가 빼앗아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떨어지면 앞으로 떨어질지. 뒤로 떨어질지. 떨어진 후의 나의 모습은 어떻게 찌그러져있을지...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서 온갖 상상력도 펼쳐보곤 했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죽음이라는 걸 쉽게 접한다. 그래서 더욱 죽는다 그 중요한 사실이 별게 아닌 게 돼버린 걸까. 그래서 더욱 무덤덤해지는 걸까...? 미디어를 통해서 본 사망자의 마지막 모습들이 나의 머릿속 상상의 구체화하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무의식적으로 죽음에 대해...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오늘 갑자기 아파서 못 간다고 말할까…?’ 등등 어떻게 하면 회사를 안 가도 될지 눈을 감으며 이리저리 머릿속의 주사위들을 굴려보지만, 결국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원하는 주사위 면은 나오지 않았다. 주사위의 6면 모두 ‘회사 가야 함.’이라는 벌칙이 적혀 있는 것만 같았다. 아…. 정말 싫다...


이렇게 최대한 알림을 무시하고, 최대한 버틸 대로 버틴 시간. 아침 7시. 

그제야 나는 몸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부랴부랴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샤워하고, 화장하고, 옷을 입었다. 그 바쁜 와중에도 인바디 체성분을 1분의 시간을 투자 해 쟀다. 머리 감고 있을 때, 만들어둔 삶은 달걀을 챙겼다. 그리고는 나가기 전, 반려묘의 츄르를 챙겨주곤, 20분 만에 대문을 나섰다. 그렇게 나는 열심히 짐을 챙겨,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어둠의 소굴로 뛰어들어갔다.

  

항우울제를 복용한 지 2개월 정도 되어가는 듯하다. 뭔가 점점 기분이 괜찮아지는 듯하지만, 괜찮지 않나 보다. 약 먹기 전에 느꼈던 자살 충동 생각. 느낌을 다시 느꼈으니 말이다. 아직 난 괜찮지 않구나.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날 정신이상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울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마음이 약해 빠져서.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고... 그래 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보는 시선...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나처럼 이런 느낌을 갖는 사람들은 은근히 많다. 또한.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사람들도 요즘에는 흠이 아니라고들 말하곤 한다. 


맞다. 나는 정상적인 사람이다. 약간 우울한 감기가 걸렸을 뿐이다. 항우울제를 먹어도 난 정상적인 사람이다. 



#별별챌린지 #글로 성장연구소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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