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 자신(ego)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self)가 살고 있어.
자기 계발서에 더 손이 가지만, 독서의 편식을 없애기 위해, 요즘 고전과 에세이를 같이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번 10월 달에는 『 데미안 』과 함께 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내용들을 읽는다면, 무미건조한 독서가 될 수도 있는 고전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 심리학을 접목시켜서 읽는다면, 데미안은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그동안 심리학도 듣고, 나 자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시간들을 가졌기에, 이 문학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데미안에 나오는 핵심 한 줄.
'우리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살고 있어. '
여기에서 나오는 에고와 셀프. 심리학 개념들을 정리해보고 싶다.
우리에게는 내면세계에 의식, 개인 무의식, 집단 무의식이 있다. 또한 외부세계에서부터 내부세계로 들어가는 시각으로 본다면, 페르소나, 에고(ego), 셀프(self)_내면적 자기/내면적 세계, 그림자. 이런 구성요소들로 우리 자신을 분석해볼 수 있다.
○ 에고(ego):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 속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사회적 자아.
○ 셀프(self): 통제하거나 조작할 수 없는 본질적인 모습인 내면적 자아.
○ 그림자: 본질적인 깊은 자아 안에 어떠한 상황 때문에 생긴 상처, 트라우마, 고통의 한 부분.
에고의 껍질 속에는 가려진 셀프(self)가 있다. 이 셀프는 무궁무진한 잠재력, 지혜가 있고, 크고 깊은 존재이다. 또한 무한한 잠재력의 긍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트라우마와 같은 부정적인 부분도 다 포함되어 있는 개념이다. 이 셀프(self) 안을 더욱 깊숙이 파고 들어가면, 내가 무의식적으로 고통받고 있었던 옛날의 상처. '그림자'라는 녀석이 숨어있다. 이 그림자 녀석을 잘 보살펴주지 않으면, 셀프는 건강하게 지낼 수없다.
결국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과거의 상처들을 회피하지 말고, 직접 대면해서 해결해 나가야만 한다. 그저 회피만 한다면, 맛있게 익은 줄 알았던 복숭아가 겉으로는 맛있어 보여도, 안에는 곪아 섞어있는 느낌으로 겉과 속이 다른 괴리감을 느끼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나는 할 수 없어. 내가 어떻게 그걸 해내. 힘들어 그냥 가만히 있자.' 등등 자꾸만 지하로 흘러들어 가는 마음. 치유가 아직 안된 아픔. 고통. 나는 우울증 약을 먹게 된 그 원천을 계속해서 마주하고, 극복하려 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그 어떤 또 다른 나 자신이 있다고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해 볼 것이다. 나의 셀프를 더욱더 건강하게 만들며 살아가고 싶다.
핵심적인 이 3가지 용어들을 나는 이번에 이렇게 다시 확립시켰다. 예전에 심리학 수업 때 들었었을 때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번 독서 모임을 계기로 다시 데미안 소개하는 정여울 작가의 유튜브 영상 내용들을 통해서 융의 심리학 개념들을 이렇게 다시 머릿속에 정립시키니 재미있었다. 또한 문학 작품 속에서 이런 의미를 찾아내고, 나의 에고, 셀프, 그림자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너무 좋았다.
:) 책장을 넘기면서 읽는 게 좋아졌다
데미안... 초등학생 시절 엄마가 책 좀 읽어라고 문학 전집을 책장 한 줄로 꽂아 놨었던 책들 중의 하나였다. 그 당시에 두꺼운 책표지에 약 5cm가 넘고, 까끌까끌한 재질의 종이로 구성되어있는 책이어서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다가 20년 만에 만난 데미안. 그때 읽었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데미안 고전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