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을 좋아하는 그녀와 오랜만에 연락도하고, 생애 두 번째로 함께 1박 2일 여행길에 올랐다. 첫 번째 여행은 5년 전인가.. 6년 전 대만여행이었다. 그때도 취향이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해서 여행메이트로도 잘 맞는 그녀. 그녀는 우리 엄마다.
"나는 노란색이 좋아."
평소 그녀의 취향에 대해 잘 몰랐다. 옛날에 한 날은 그녀가 기념일들을 안 챙겨주는 것이 섭섭했는지, 직접적으로 힌트를 말해주었다. 난 노란색이 좋아. 특히 노란 장미가 좋단다~ 그리곤 그 외에 들은 게 없었다. 그래서 이번 단둘이 엄마와의 서울여행에서 취향을 반영한 힐링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계획은 노란 장미나 노란색 꽃을 사주며 알찬 여행이었으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다. 노란 꽃 대신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을 맞춰 여행을 하기로 했다.
첫째인 나를 임신한 이후로 가지게 된 당뇨병, 그리고 눈 안약, 혈압약을 꼭 챙겨 먹어야 하는 그녀. 최근에는 골다공증 약까지 추가하게 되어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나의 속과는 달리 그녀는 항상 밝은 미소와 당당한 삶을 살아가려는 모습을 유지했다. 당관리 때문에 소식 와 야채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다. 건강을 위해서, 하루에 기본 2만보씩 걷고, 휴일에는 혼자서 7시간을 걷는 등 많이 걸으며 건강을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녀였다. 그녀의 생활패턴을 고려해 '여행 콘셉트는 구석구석 걸으면서 구석구석 구경하기'였다.
또한 평소에 눈여겨보던 사진 찍기 기술인 '대왕단풍 들기'를 함께 찍어보면서 잊지 못할 사진을 남겨보기로 하고 여행길에 올랐다.
"엄마! 여기 단풍이 크고, 나름 깨끗하네! 이런 기회 없어! 지금!이걸로 사진 찍자!"
숙소에 짐을 두고 청와대 관람을 하러 가던 중.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거리를 걷게 되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큰 단풍.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엄마를 찍어주었다.
내 손이 나와서 좀 아쉽지만, 그녀가 포즈를 잘 잡아줘서, 나름 잘 찍힌 사진.
처음 하는 포즈이지만, 나름 잘 취해주어서 재미있는 사진이 탄생했다. 편한 신발과 편한 청바지, 얇은 흰 패딩 그리고 오랜 시간을 함께한 백팩차림은 (오랜 시간 그녀를 봐왔던 나로서) 그녀의 마스코트 물건들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노란 은행나무 거리 그리고 단풍나무사이에서 한껏 멋을 뽐내고 있는 듯하다. 빠르게 걸어가서 스케줄을 소화해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이렇게 잠깐의 멈춤으로 인해, 우리의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나도 찍히고 싶어서 그녀에게 부탁했다. 예약시간이 다가와서 얼른 청와대로 향했다. 평소 사진을 잘 못 찍지만, 찍었던 결과물을 보여주며 똑같이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청와대 안에서 일어났다.
"아니 카메라가 삐뚤어져서, 삐뚤게 나오잖아... 카메라를 똑바로 세워서 찍어봐!"
"아니, 카메라를 똑바로 세우니까, 내 몸이 돌아가는데?"
사진에 취미가 없던 그녀...
한쪽 손으로는 단풍을 들고, 한쪽 손으로는 카메라를 들며,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려야 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어려운 주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의 몸통이 돌아가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그 덕분에 나름 피사체가 똑바로 서있는 사진을 건지게 되었다.
나름 열심히 찍어준 덕분에 어떻게든 최종 한 컷은 건진 듯하다.
그냥 서서 찍는 사진이 아닌, 단풍 하나로 재미있는 사진을 남기는 추억을 또 하나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다시 이 사진을 보면, 재미있게 찍었던 추억들이 떠오르겠지... 이런 추억을 남길 수 있음에 감사하다.
청와대 안에서 :)
이렇게 둘이 여행을 다니는 것이 두 번째라니. 뭔가 죄송하면서도, 앞으로 더 같이 여행도 다니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글을 쓰면서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다음 글에는 그녀와 차 마시면서 힐링하는 이야기를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