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버틴 자리들 (20장)' 연재를 마치며]
"지금 쓰는 사람이 바로 최고의 작가라고"
처음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내 목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거나 글을 잘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일상의 나를 기록하고,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도 그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처음에는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글은 특별한 사람만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문적이어야 하고, 학식과 교양도 풍부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계속 망설였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로 입문한 뒤 꽤 많은 글을 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세상의 글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다.
사람들의 삶이 모두 다르듯, 글도 모두 달랐다.
그 다양함을 인정하는 순간, 글쓰기는 갑자기 훨씬 쉬워졌다.
내가 글쓰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내가 살아보지 않은 글을 쓰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멋지고, 임팩트 있고, 그럴듯한 글을 쓰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 보았다.
‘내가 경험한 것을 쓰자.’
그렇게 하면 글쓰기가 조금은 쉬워질 것 같았고, 어쩌면 가장 좋은 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일기를 쓰듯, 나의 이야기를 써 보자고.
나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인생이고, 오직 나만 쓸 수 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오히려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을 쓰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평생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말들을, 나는 글로 말하듯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글을 가장 먼저 읽는 독자가 바로 나 자신이었다.
글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동안, 내 안에 있던 ‘나’가 조금씩 치유되고,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편협하고, 내성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더 깊은 생각의 공간으로 나 자신을 데려가게 되었다.
스스로 만든 편견과 한계 안에 갇혀 있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자아 치유가 시작되었다.
글을 쓰다 보면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
‘가장 아픈 곳부터 시작하자.
마음의 가장 끝으로 가 보자.
거기에서부터 써 보자.’
처음에는 그 목소리를 무시했다.
내 이야기를 쓴다는 건 쉽지 않았고, 불행하고 아팠던 과거를 다시 꺼내는 것이 두려웠다.
‘굳이 파내서 뭐가 좋겠어.’
나는 계속 멋있고 품위 있는 글을 쓰려고만 했다.
그런데 글은 잘 써지지 않았다.
어느 날, 글을 쓰다 말고 마음의 끝을 따라가 보았다.
그곳에는 웅크리고 울고 있는 작은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어린 시절의 나였다.
내 깊은 내면에 숨겨져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아프고 쓰라린 상처를 덮고, 의지로만 버텨왔던 시간이 오히려 나를 더 아프게 하고 있었다.
나는 내 연재 브런치북 〈기억이 버틴 자리들〉을 통해 그 아이를 만났다.
그리고 처음으로 말해 주었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었어.”
글을 쓰면서 나는 그 아이와 조금씩 가까워졌다.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이 글은 나만이 쓸 수 있는 글.
그것이 나만의 경쟁력이었고, 그래서 나는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알았다.
그 이야기가 생각보다 내 안에 훨씬 깊고 넓게 깔려 있었다는 것을.
이제 스무 편의 연재를 마치고, 그것들을 하나의 묶음으로 정리하려 한다.
어린 시절의 향기, 그림을 접었던 날,
난로 옆 가장 따뜻했던 자리,
초등학교 소풍과 운동회 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던 날,
할머니의 죽음과 상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마주한 자존감과 책임, 스무 살의 바닥에서 만난 삶의 현장까지…
만 스무 살까지, 인생의 초년기를 쓰는 연재를 마치며 복합적인 감정이 일렁인다.
버거웠던 인생이 애잔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하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무엇보다 내 내면이 치유되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더 이상 과거에 매달려 아파하기보다, 그 상처를 보듬으며 조금 더 단단하고 밀도 있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글쓰기는 이제 단순한 기록을 넘어, 내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었다.
오늘도 내가 글을 쓰는 목표는 같다.
‘매일 쓰는 사람이 되자.’
우리는 늘 말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하지만 눈과 마음은 언제나 너무 먼 미래와 꿈만 본다.
5년 후, 10년 후의 목표와 꿈.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결국 오늘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입과 눈, 마음, 그리고 삶은 언제나 오늘을 향해야 한다.
오늘의 일상은 지금 내가 가진 전부의 자본이다.
최고의 내가 되려면, 최고의 하루를 살아야 한다.
나는 이제 이렇게 생각한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최고의 작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오늘도 쓰고 있는 사람이 바로 최고의 작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