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 ~ '25-12
빈약한 상상력엔 곤란한 삼인칭 시점의 짤막한 내면 서술과 우주에서 바라본 수많은 지구의 지명 나열. 우주 속 보잘것없는 인간과 호환하는 형식 혹은 그저 압축된 인물들.
너는 상흔 속에서 살지 않았고, 행운 속에서 살지도 않았다. 다만 시간 속에서, 때론 싸우고 때론 접으며. 유일하지 않은 우리의 단일한 가능성 확실하려면, 얼마나 많은 병렬을 나는
양동이로 물길을 퍼부으며 ‘이제 좀 그만해’ 생각하는 젊은이와 불타는 도서관 안에 시집 코너를 뒤적이는 사서는 결코 선을 넘지 않았다. 말엔 뼈가 있지만 그들은 침묵에도 멍든다.
침묵의 압력을 뚫고 가는 부단한 현재진행형의 연대. 뽀얗고 따뜻한 이야기가 우리는 더 많이 필요하다. 과자도둑 같은 전갈에도 여전히 철없음을 간직해야만 내일로 갈 수 있기에.
소중한 일상 양보하고 한가한 아픔 바삐 취해야 할 이유가 없음을 발견, 알고 보니 나의 소망들은 모조리 즉물적이고 흔해 빠진 것들뿐; 공수래공수거 사이 공수 교대, 마침내 반납.
음원 발표 전 듣고 압도됐던 백현진의 '픽션' 재질. 불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 친구는 가끔 나타날 때면 마지막까지 남아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린 온통 엉망진창인가 보다.
1. 주제의 보편성 - 4점
개인주의로 약화한 듯 보이는 사람 사이의 결속감은 현재 프랑스, 작년 겨울 한국에서처럼 언제든 점화될 수 있다.
2. 구성의 탁월함 - 3점
유년 시절의 기억은 얼마나 한 사람의 인생을 지배하는 것일까. 커러에게서 블랙홀을 뺏을 수 없다 말하는 그의 엄마는 돌아간다면 과연 그에게서 첼로를 빼앗을 수 있을까?
3. 문체의 예술성 - 3점
문단과 따옴표를 통해 인물의 대사를 구분하지 않고 감정적 흐름으로 끊어낸 것이 좋았다.
4. 인물과 사건의 새로움 - 4점
어떤 결속은 어떤 사랑보다 강하다. 사랑은 블랙홀에 도달하려는 우리를 제약해낼 것이다.
5. 해석의 다양성 - 4점
전성기 홍콩 영화를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것들을 접하고 나서, 코즈웨이 베이를 가보고 나서 다시 읽게 된다면 감회와 느끼는 바가 완연히 다를 것이다.
1. 주제의 보편성 - 4점
역사와 문화, 언어가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일 수 있단 것을 고등학생 때 알았다면 문과가 되었을지도, 기술의 가치중립성을 믿는 과학자들에게 추천. 러다이트 운동을 촉구한 실버워킹 서비스는 현 시점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인 AI와 겹쳐 보인다. 하지만 실버워킹을 가능케 하는 통번역이 오늘날 상당부분 AI로 대체 가능하단 점은 반음 차이로 풍성해진 화음 같다
2. 구성의 탁월함 - 4점
작은 틈으로 서늘한 바람을 불어넣는 헤르메스 협회의 그늘이 로빈의 찬란한 학부생활과 공존할 때의 불안부터, 4인방에서 로빈 외 3명 각각의 목소리를 적절한 시점에 제공해 진실에 닿기 위해 필요한 시차를 번역과 같이 공급하는 기술, 과거 위에 조심히 걸터앉은 채 열린 결말로 이끌어 실제 역사에서 결말을 찾아보도록 능동적 자세를 요구하는 의연한 친절함까지
3. 문체의 예술성 - 5점
수많은 역사적/어원학적 디테일에도 불구하고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는 건 필시 작가의 역량이 문장력을 위시해 구성력까지 분포해 있음을 가리킨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원문을 쓴 작가와 동시에 쇠사슬을 차고 춤을 이끌어준 역자에게도 동등하게 충만한 감사를 전해 보내야지
4. 인물과 사건의 새로움 - 4점
로빈이 스스로를 제국의 알리바이 같은 모범생으로 인지하기까지의 과정, 레티와 라미 간 애증, 묵묵히 균형 잡는 빅투아르의 처세, 날카로움으로 스스로를 번역한 그리핀의 절망과 러벌이 보지 못한 가능한 용서의 방향. 4인방 각각에게 생존이 의미했던 것. 역사의 작동방식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 서사 속에서 구현될 때 탑 근처를 도사린 현실적 제약, 훌륭했다
5. 해석의 다양성 - 5점
차곡차곡 쌓기 위해 뿌려놓은 디테일이 워낙 많아서 결말을 안채로 다시 읽으며 그것을 회수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충분히 다양한 관점의 인물이 존재하기에 재독 시 다른 해석을 하게 되진 않겠으나 동시에 여러 사람이 읽었을 때 (지금의 현실과 맞물려) 그들 각자가 이입하는 인물로서 시차가 확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