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잃어버린 현대인들
인스타그램은 현대인의 대표적인 SNS가 되었다. 어떤 음식이 유행하고, 무슨 카페가 유명하며, 어디 식당이 맛집인지 사람들은 인스타를 통해 알아내고 소비한다. 인스타는 요즘 무엇이 유행하는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이 유행들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왜 우리는 앉기 불편한 돌덩이에 앉아야 하고, 왜 비싸고 평범한 커피를 마셔야 하는 걸까? 왜 음식이 식어가는 걸 참아가며 사진을 찍어대야 하는 걸까? 인스타를 하지 않는 사람만 이상하게 느끼는 걸까?
우리는 인스타그램 유행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개인의 취향과 경험의 가치가 위협받는 함정에 빠져 있다. 인스타는 우리의 삶을 획일적이고 단순하게 만들고 있다.
인스타그램 유행의 함정은 '경험의 목적'을 뒤바꾼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옛날에는 경험 자체가 즐거움이었지만, 지금은 그 경험을 '인증하여 인정받는 것'이 목적이 되어 버렸다.
몇 년 전 ‘요즘 인스타 감성’이라며 이상판 카페들이 유행한 적 있다. 삭막한 공사판 같은 인테리어, 천장에 복잡하게 노출된 배관, 앉기 불편한 돌덩이 테이블과 의자. 이런 걸 인테리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 괴상한 카페들이 '인스타 감성'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런 현상은 이 변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커피 맛이나 좌석의 편안함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남들과는 다른 특이한 곳을 소비한다’는 희소성을 위해 불편한 카페에 가서 인증샷을 찍는 것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음식이 나오면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이 예쁘게 나올 때까지 셔터를 계속 누를 동안 음식은 식어간다. 음식이 미각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시각적인 콘텐츠로 전락해 버렸다. 맛집의 기준은 음식이 식어가는 동안에도 완벽한 구도를 잡아야 하는 '시각적 만족도'와 '좋아요' 개수로 바뀐다.
결국 우리는 진짜 경험의 질을 희생하면서까지 경험의 증거를 수집하는 데 몰두한다. 음식이 나오면 사진을 찍고, 여행을 가면 풍경을 즐기지 않고 셀카를 찍는다. 정작 음식의 맛이 어땠는지,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는 뒷전이다. 우리의 삶은 '살아가는 행위'가 아니라 '전시할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로 단순화된다.
이러한 수단화된 소비를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심리가 바로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다. 인스타그램은 타인의 가장 빛나는 '하이라이트’를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결핍'으로 느끼게 만든다. 이 불안감과 놓치고 있다는 두려움은 유행을 좇는 것을 선택이 아닌 의무로 바꿔 버린다.
이러한 강박은 결국 '취향의 실종’이라는 씁쓸한 결과를 낳는다. 친구가 "요즘 인스타에서 이게 유행이래"라며 데려간 곳에서, 막상 "이런 게 좋아?"라고 물으면 "몰라. 그냥 유행하니깐 먹는 건데"라는 무기력한 대답이 돌아온다. 사람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고민할 시간에, 다수가 '좋다'고 승인한 것에 자신의 취향 결정권을 맡겨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취향을 찾는 대신, 유행을 따름으로써 집단 속에서 안정감을 얻으려 한다.
삶에서 개인의 취향을 찾고 개발하고 깨닫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행위를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유행은 이런 본질적인 과정을 방해하고, 모두가 똑같은 것을 보고 소비하게 함으로써 개인의 취향을 획일화하고, 경험을 단순화하며, 결국 우리의 삶 전체를 표준화시킨다.
우리가 인스타그램 유행이라는 거대한 함정 속에서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트렌드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를 묻는 내면의 작은 목소리였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유행이 아닌 내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가보자. 인증샷이 없어도 좋다. 그 예상치 못한 길모퉁이에서, 남들이 모르는 낯선 식당에서, 우리는 타인의 좋아요가 아닌 진정한 내 안의 만족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