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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비단 Sep 15. 2021

교생실습 학교가 배정됐다

큰거온다

사범대의 가장 큰 이벤트, 교생실습. 6학기와 7학기에 실제 학교에 한 달간 교육현장을 경험하고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활동이다. 예비교사가 스스로 수업을 계획하고 학생을 가르치며, 이를 현직 교사에게 평가받는다. 어떤 이에게는 오랫동안 꿈꾸던 일일 수도, 어떤 이에게는 ‘감히 내가 학생을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두려운 일일 수도 있다.


나는 후자의 경우다. 내가 정말로 교생 실습을 나간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내 생각엔 나는 여전히 구제불능에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인데, 선생님이라는 직함을 달고 학생들 앞에 서야 하다니. 내가 벌써 3년이나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3년 동안 대체 뭘 배웠지?


교수님 저는 암것도 모르는 말하는 감자애오 응애


실습 학교 배정은 제비뽑기로 했다. 제비뽑기로 순위를 정한 다음에 1등부터 자기가 원하는 학교를 선택했다. 나는 중간 번호였다. 거리가 가장 가까운 중학교를 선택했다. 교생실습이 대면으로 진행될지 비대면으로 진행될지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배정인원이 가장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다 보니 죄다 안 친한 사람들만 걸려서 내 계획은 쓰잘데기 없게 되었다.




나는 걱정이 많은 성격이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지레 겁부터 먹는다. 그러면서 걱정을 해소하거나 대비하기 위한 행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러니 걱정은 점점 더 심해진다. 그래서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다. 처음 정신병원에 갔을 때,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는데 스트레스 지수 검사를 받으니 ‘매우 높음’이 나와서 놀란 기억이 있다.


항우울제를 1년 넘게 먹었지만 타고난 성격을 고치기는 불가능한 모양이다. 나는 4년 동안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게으른 우울증 환자일 뿐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변한 게 없다. 나이를 먹는다고 사람에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없다. 나이는 그저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든 개념일 뿐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인간은 늙는다. 늙음은 자연스럽게  얻는다. 늙음과 성장은 비례하지 않는다.


그런데 성인이 되었으니 이제는 나 혼자 알아서 결정하라고 한다. 12년 동안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는 기계로 키웠으면서, 20살이 되었으니 스스로 선택하라고 한다. 선택하는 법은 가르쳐주지도 않았으면서. 우리가 학창 시절 배운 거라곤 내 성적에 체념하고, 내 성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학교의 범위를 줄이는 법밖에 없었는데.


고3 때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를 알게 됐을 때 너무 충격받았다. 학생들이 대학 서열을 매기고, 그걸 달달 외우는 현실이라니… 이게 교육이 맞나 싶다.



19살의 나나, 20살의 나나, 지금의 나나 달라진 게 없다. 나는 여전히 공부를 싫어하고, 한국 교육을 원망하고, 그러면서 하는 건 없는 버러지다. 그런 내가 교생실습을 한다. 나의 암울했던 시절을 마주하러 간다. 슬픈 일이다.




중학교로 실습을 가면, 생물교육과지만 생물이 아니라 물리 같은 걸 가르칠 수도 있다. 그럼 대체 생물학을 배우는 이유가 대체 뭔지…. 그리고 2주에 한 번씩 치르는 졸업시험은 교생실습 기간에도 멈추지 않는다. 교수님, 한국이 법치국가라는 사실을 감사히 여기십쇼.


아무튼 지금은 이렇게 걱정하고 있지만, 이럴 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을 억지로라도 하는 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일찍이 배웠다.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얼렁뚱땅 지나가든가, 크게 좆되든가 하겠지. 아무렴 어떨까. 당장 나는 강의가 4과목이나 밀렸고, 이틀 후 졸업시험 공부는 전혀 안 했는데. 이거부터 해치워야지….


한 달 후 내 미래… (출처 : 다음웹툰 쓰레기 머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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